대학은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재정지원을 중앙정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지역 국립대는 단순히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일뿐인가?

'두뇌한국(Brain Korea) 21 사업'(이하 BK21), 특히 과학기술분야 사업이 수도권 지역 대학 에 집중되면서 그 동안 대학 내부에서만 논의되었던 '지역대학 활성화'문제가 지역사회에 공론화되고 있다. 특히 BK21에 상대적으로 소외됐다고 주장하는 부산지역은 지난 11일 39개시민단체들이 직접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했다.

지역자치의회와 시민단체가 대학이 직접적인 연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일 부산대 교 수회가 류재중 부산광역시의회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11개 시민단체, 20여명의 시민운동가를 초청, '지역사회와 대학의 역할, 그리고 상호 연계 발전'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부터이다.

이 자리에서 시민단체 대표들은 그 동안 따로 운영되어온 '대학시스템'과 '지역사회시스템'을 상호 연계할 필요성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즉 지역사회가 대학에 관심을 표방하고 연계 를 모색하려고 해도 통로가 없다는 것.

이를 위해 부산대 교수회와 시민 사회단체는 지역사회와 대학의 연계, 상호발전방안을 논의 하기 위한 정례적인 모임을 갖기고 하고 교수회측 3명, 시민단체 즉 3명으로 준비팀을 구성 했다.

시민단체 대표들은 또 사회문제에 대한 비정부기관(Non-Government Organization)의 대학 에 대한 도움이나 출강 등에 적극적으로 활동해 줄 것과 대학에서 사회봉사에 대한 교육도활성화 시켜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으며 지역문제, 특히 부산 경제의 침체나 삼성자동차 처리에 캠퍼스가 침묵한 것에 대해 교수사회를 강도높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산 지역 대학의 특성화 문제도 토론의 주제로 떠올랐다. 국립대는 중앙정부에 의해, 사립대는 학교법인의 독자판단에 따라 대학들의 발전전망이 세워지면서 지역사회와 대학은 서로 소외될 수 밖에 없고 한 지역대학에서 중복된 특성화 전략을 표방해도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

하지만 시민단체의 대학정책에 대한 이런 적극적인 참여의지가 실현되기위해서는 장애가 한 둘이 아니다.

우선 대학재정의 중앙집중화. 지역 국립대는 말만 지역에 있다 뿐이지 사실상 중앙정부의 통제하에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대학에 관여할 여지가 많지 않다. 황한식 부산대 교수회장(경제학)은 "지역사회와 지역경쟁력의 강화 없이 삶의 질과 경쟁력이 담보될 수 없지만 교육부 중심의 규제와 교육부에 의한 획일화된 교육정책이 지속되는 한 지역대학의 발전은힘들다"고 말했다. 황한식 회장은 지역대학의 이런 위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권역별 중심 대학이 육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초·중·고등교육은 교육자치제를 강화해 각 교육구에 맡기고, 대학교육은각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교육제도가 정착되어야 하지만 이런 제도가 정착되기는 요원하다. 시민단체가 제기했듯이 지역대학들간에 특성화 분야 조율을 이룰 수 있느냐도 문제이다. 김 대성 경성대 총장은 "지역 대학이면 국·사립 막론하고 다양화와 특성화를 표방하지 않는 대학은 드물다"며 "경쟁력 있는 첨단분야에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에서 특성 화 분야를 사전에 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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