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II 복수정답 인정 3천~4천명 등급상승 ‘요동’... 전략 수정 불가피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사상 최악의 물수능이 정시를 혼돈으로 밀어 넣었다.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는 사실상 변별력을 상실했다는 우려가 쏟아지는 가운데, 복수정답 인정사태까지 터져 올해 수험생들은 그 어느때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중요한 상황이다. 실제 입시전문가들은 영어 영역은 물론 수학B 영역도 만점자가 4%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수학까지 너무 쉽게 나오면서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은 어찌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인문계열 상위권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물수능에 대한 우려로 수능 상위권 수험생 다수가 수시로 합격하게 되면 정작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성적이 우수한 수험생이 얼마 남지 않는 상황도 초래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모집군 연쇄이동과 분할모집 금지도 고려해야할 변수다. 수능 사태를 중심으로 올해 정시 전략에 대해 분석한다. <관련기사 수준별 전략 B1, 계열별 전략 C1>

■ ‘물’ 영어·수학B, ‘불’ 국어…“난이도 조절 실패” = 입시전문가들은 올해 영어 만점자가 4%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국어B와 탐구영역을 정시 전략에 중요한 변수로 지목했다.

1교시 국어는 A,B형 모두 지난해보다 어려웠다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연구실장은 “작년에 시행된 2014학년도 수능과 비교해 A형은 약간 어렵고 B형은 어려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국어B의 경우 생각보다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대표이사는 “A, B형 모두 수험생 입장에서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라며 “특히 국어B형은 만점자가 0.1%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으로 2012학년도 수능 이후 가장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학 난이도에 대해 지난해 수능보다는 약간 쉬웠다는 분석이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대체로 쉬웠다며, “A형의 경우 지난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 수능보다는 ‘약간 쉬운 수준’,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쉬운 수준’ 이었다”고 말했다.

오 평가이사는 “수학B형은 영어와 함께 난이도 조정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학B형은 만점자가 4% 전후, 영어는 3% 전후 정도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상위권 학생들이 변별력을 갖기에 너무 쉬웠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투스청솔은 1등급 컷 추정 점수를 국어A형 97점, 국어B형 90-91점, 수학A형 96점, 수학B형 100점 또는 97점, 영어 98점으로 예상했다.

만약 실제 수학B형에서 만점자가 속출하고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자연계열 학생들의 경우 영어에 이어 수학B형의 변별력이 약화되면서 탐구영역의 변별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탐구영역은 사회탐구 10과목, 과학탐구 8과목이 지난해 수능에 비해 대체로 평이했다는 분석이다. 오 평가이사는 “전년도 만점자 비율이 8.94%에 달하면서 지나치게 쉽게 출제된 한국사 과목은 이번에 어렵게 출제돼, 1등급 컷트라인이 45~47점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 밖에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한국지리,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세계사, 법과정치 등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과학탐구의 경우 지난해 어렵게 출제된 화학1과 생명과학1은 상대적으로 평이하게 나와 등급 커트라인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과학2는 전년보다 어려워 1등급 커트라인이 40점대 전후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리1, 물리2, 생명과학2는 지난해와 비슷했다.

■ 영어 25번 · 생명과학Ⅱ 8번 복수정답 인정사태 = 복수정답 인정 사태도 수험생들을 좌절하게 했다. 지난달 2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영어 25번 문항과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 대해 복수정답을 인정했다. 지난해 세계지리 정답오류 논란이 일년을 끌어온 끝에 결정이 번복되면서 입시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한 점을 감안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평가원은 지난 11월 24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답을 확정·발표했다.

영어 25번에 대해 평가원은 "출제에 참여하지 않은 통계학 교수와 통계청 실무담당관 등 통계 관련 전문가와 영어 관련 전문가가 참석한 이의심사실무위원회를 개최했다"면서 "위원회는 ‘percent(%)’는 백분율을 나타내는 반면, ‘percentage point(%p)’는 백분율 간의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에 ⑤번도 정답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답지 ⑤번의 진술은 주어진 그래프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으므로 ④번 외에 ⑤번도 정답으로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생명과학Ⅱ 8번도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평가원은 "해당문제의 <보기>의 선택지 ㄱ에서 ‘∼ RNA 중합 효소는 ㉠에 결합한다.’라는 표현에 대한 해석상의 문제점과 교육과정 위배에 대한 이의 신청이 있었다"면서 "이 문항은 교육과정에 위배되지 않지만 표현상의 문제로 인해서 해석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보기>의 선택지 ㄱ과 ㄴ을 모두 ‘참’으로 판단하거나, <보기>의 선택지 ㄴ만 ‘참’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④번 외에 ②번도 정답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평가원은 이의 신청 내용에 대해 관련 학회에 자문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 생명과학Ⅱ 복수정답으로 이과 최상위권 셈법 달라져 = 특히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이 복수정답으로 인정되면서, 성적 급간이 촘촘한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다만 영어는 쉽게 출제된데다 복수정답으로 인정된 ⑤번 선지를 선택한 인원이 적어 입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입시업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에 생명과학Ⅱ 과목에서 복수정답으로 인정된 ②번을 선택한 수험생들은 유리해지고, 평가원이 애초에 제시한 정답인 ④번이나 오답을 고른 수험생들은 불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원래 정답인 ④번을 선택한 학생보다 복수정답인 ②번을 고른 수험생들이 월등히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입시업체들이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한 ④번과 ②번의 응답률을 보면 △메가스터디 11%, 74% △유웨이중앙교육 10%, 63% △이투스청솔 12%, 66% 등 ②번 응답률이 ④번보다 5∼6배 높다.

이때 복수정답 인정으로 평균이 오르게 되는데, 기본적으로 복수정답으로 인정을 받게 된 ②번을 고른 수험생이 원점수 상승으로 표준점수와 등급이 오르면서 유리해진다. 반면, 원래 정답이나 복수정답 이외의 오답을 쓴 수험생들은 상대적으로 표준점수와 등급이 떨어진다.

입시업체들은 복수정답 인정으로 전체 평균점수는 1.3점가량 오르고, 원점수를 기준으로 1∼2등급 커트라인은 2점, 3~5등급은 1점씩 오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웨이중앙교육은 등급이 상승하는 수험생이 3600여명, 등급이 하락하는 인원은 1700여명으로 추정했고, 이투스청솔은 등급 상승은 4000여명, 등급 하락은 3000여명으로 예상했다.

이번 조치로 의·치·한의대를 노리는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일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상위권 대학에서 과학탐구를 반영할때 표준점수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백분위에 근거한 변환표준점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2번 선지 이외의 선지를 선택한 수험생 중 약 1만1000 여명은 백분위가 하락하게 된다"면서 "의·치·한의대를 지망하는 최상위권의 경우 복수정답 인정으로 인해 백분위가 하락해서 지원에 영향을 받는 수험생도 상당수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연계열 전체의 변별력이 낮은 상황에서 복수정답 인정 이후 수험생들은 지원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②번 선지를 선택한 학생들은 등급의 경우 이전과 비슷한 것으로, 표준점수는 전과 같거나 1점 정도 상승한다는 것으로 보고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또 "본래의 정답인 ④번을 골랐거나 다른 오답을 고른 학생들의 경우, 등급은 약 0.5등급 하락, 표준점수는 대체로 1.5점 정도 떨어진다고 가정해 지원 전략을 짜면 적당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영어의 경우 복수정답 인정으로 인정된 ⑤번 선지 선택자가 이론적으로는 유리하나, 인원수가 적어 전체적인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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