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장학금, 특성화로 무장해 주목할 만

고민에 빠진 수능 중상위권 수험생들 "인서울 간판이냐 지역대 혜택이냐"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철옹성 같은 ‘In서울' 대학 쏠림 현상 속에서도 꾸준하게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명품 지역대학이 있다. 입시철 수험생들은 간판과 실리를 사이에 두고 고민에 빠진다. 성적이 중상위권인 지역 수험생들이라면 ‘무조건 인서울’행을 택해야할지 ‘탄탄한 지역대학’에 가서 실리를 누릴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맹목적으로 ‘인서울’ 진학을 고집하는 데는 정보의 부족도 한 몫 한다는 의견이 많다. 만약 취업률이 90%에 육박하는 대학, 등록금보다 장학금이 많은 대학, 안정된 전문직을 향한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한 대학, 해외유학보다 낫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최고 수준의 국제화를 이룬 대학 등의 정보나 지식을 확보하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 먼 미래를 본다면 ‘간판’보다는 ‘실속’ = 충남 천안의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유지웅씨는 정보의 부족으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유씨는 입시업계에서 중위권으로 분류하는 ‘인서울’ 대학에 다니다가 열악한 면학분위기와 불안한 미래전망에 실망하고 자퇴를 선택했다. 수능을 다시 치른 그가 ‘인서울’을 포기하고 진학한 한기대는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취업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씨는 “서울 모대학에 다녔는데 우선 등록금이 너무 비쌌고 면학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아 잘 안 맞았다. 특히 학교에서 공대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다”고 회고했다. 지역대학으로 유턴한 이유에 대해 “당시 알고 지내던 형들 중에 대기업에 다니거나 서울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형들이 있었는데, 한기대를 많이 추천했다. 마침 수능 성적대도 맞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문대 못지않은 기회와 더 나은 혜택이 주어지는 지방대학이 그저 그런 ‘인서울’ 대학보다 낫다는 생각에서 내린 판단"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씨는 자신이 낸 등록금보다 오히려 돈을 더 받으면서 대학에 다닌다. 그는 “등록금이 250만원인데 지원받는 돈은 국가장학금과 근로장학금 등 각종 장학금을 모두 합해 올해만 1000만원 가량 된다”고 밝혔다. 나중에 3,4학년이 되어 산학협력을 나가면 소정의 급여도 받을 수 있다.

‘인서울’ 대학의 ‘간판’을 버려야 할까. 그는 “대학이름은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게 지금 내 생각이다”며 “최상위권 대학이라도 적지 않은 학생들이 취업에 고민이 많다. 상당수가 편입을 준비하고 졸업도 몇년을 유예하더라. 겪어보니 내실을 따져 진학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조언했다.

실속 있는 대학에 대한 고려가 늘고 있는 추세에 대해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길게 본다면 간판보다는 실속이 나을 수 있다”며 “대학을 갈 때 10년 후를 내다보고 가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특히 졸업 이후에 진학하려는 학과가 얼마나 유망할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 취업 잘되는 대학, 지방에도 많다 = 실제 취업률을 고려한다면 ‘인서울’보다 뛰어난 지방대학이 적지 않다. 충남 천안의 한기대는 지난 8월 교육부가 발표한 취업률에서 85.9%를 기록해 전국 4년제 대학 1위를 차지했다. 기업이 요구하는 전공실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론과 실험실습 비중을 5대 5로 균형 있게 배분한 공학교육 교육시스템이 주효했다. 지역에 자리한 영향으로 무조건 놀기보단 진지하게 공부하는 학풍이 자리 잡은 것도 취업률 전국 1위의 비결이다.

황의택 한기대 홍보담당관은 “높은 등록금과 생활비에 대한 부담이 크고, 보다 공부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을 생각한다면 실속 있는 범수도권 대학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기대 등록금은 한 학기를 기준으로 공대가 247만원, 인문사회 전공이 170만원 수준이다. 기숙사비는 학기당 40만원대로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다.

충남 논산에 자리한 건양대는 74.5%의 취업률을 달성해 ‘다’그룹에서 전국 1위를 달성했다. 최근 5년간 줄곧 톱5에 자리하다 올해 1위로 훌쩍 올라섰다. 이 대학 홍영기 산학협력단장은 “취업률을 단순 지표로 보지 않고 ‘대학교육의 성과’로 인식했다. 43개 각 학과에서 교수님 한 분씩 산학취업 책임 교수를 두었고, 9개 단과대학 별로 ‘산학취업 부장교수’를 배치했다”며 “학생부터 김희수 총장님까지 모두 대학교육의 성과인 ‘취업’을 위해 하나돼 움직였다”고 비결을 털어놨다.

■ 지방대학 ‘통큰’ 장학금 경쟁…돈 받고 대학 다닌다 = 재정이 넉넉한 지역대학들은 막대한 장학금 지급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돈을 받으면서 대학에 다닐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실제 장학금을 많이 주는 대학은 대부분 지방대학이다.

대학정보공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대학의 1인당 장학금은 평균 212만4000원인 가운데, 금강대는 857만5000원으로 전국 평균의 4배가 넘었다. 이어 △수원가톨릭대(645만원) △포스텍(556만원) △대전가톨릭대(413만원) △한중대(337만원) △광신대(369만원) △꽃동네대(362만원) △추계예술대(336만원) △한일장신대(319만원) △상명대 천안(313만원) 등이 전국 톱10에 들었으며 추계예술대를 제외하고 모두 지방대학이다.

금강대는 올해 1학기에만 총 14억3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해, 학생당 약 320만원의 장학금이 돌아갔다. 특히 신입생 143명 전원은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았다. 아낌없는 지원정책으로 금강대는 행정고시를 비롯한 각종 국가고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 대학 행정학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역인재추천 7급 공무원 시행 이래 대전충남 지역에서 행정분야 최다 인원을 배출하고 있다. 매년 5~8명이 행시 1차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현재까지 3명의 최종합격자를 배출했다.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한일장신대도 전국 최정상 수준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대학으로 이름이 나 있다. 특히 오는 2015학년도 신입생 전원(간호학과 제외)에게는 1년간 200만원의 교회지원장학금이 지급된다. 신입생이 일정 수준의 성적을 유지할 경우 졸업할 때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교회지원장학금은 2012~2014학년도 입학생들에게도 지원되고 있다. 앞서 수시모집 합격자 전원을 대상으로 경비 일체를 학교가 지원하는 2박3일간의 해외연수를 실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뿐만 아니라 일정 성적기준을 충족한 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 새터민에게도 장학금 혜택을 제공하며, 지역교회를 섬기는 차원에서 미자립교회 목회자와 그 자녀들에게도 매 학기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2013년 한일장신대의 장학금 수혜율은 130.8%다.

■ 졸업 이후를 보장하는 안정된 전문직을 원한다면 = 특성화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대학도 실속을 따지는 중상위권 학생들에게 인기다. 한국항공대는 전문직종으로 인기가 높은 조종사와 관제사 등 항공분야 인재를 양성해 인기가 높다. 항공운항학과를 나오면 군용기나 민간항공기 조종사가 될 수 있다. 항공교통물류우주법학부가 있는 항공대 학생들은 해마다 다르지만 15~30명이 관제사 채용시험에 합격한다. 관제사가 되려면 전문교육기관의 과정을 이수해야만 하는데, 국토부에서 인정한 곳은 한국항공대 항공교통관제교육원을 포함해 △한서대 한공교통관제교육원 △한국공항공사 항공기술훈련원 △공군교육사 항공교통관제사교육원 등 4곳에 불과하다.

항공분야에 특화돼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다른 산업분야 취업도 활발한 편이다. 항공대 입학관리팀 고세범 담당자는 “항공 분야 특성화가 잘 되어 있어, 우리대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목표가 두드러진다. 다만 의외로 우리대학의 항공분야 취업률은 전체의 20% 수준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물류와 자동차, 중공업 등 원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 다 진출하고 있다. 기계와 전자, 물류 등의 교육기반이 탄탄한 바탕 위에서 항공분야 특성화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항공대 이외에도 한국교통대와 농협대학, 한국해양대, 목포해양대, 전통문화대학 등은 특성화가 잘 돼있어 관련 직종 진출에 크게 유리하다.

■ 미국 대학에 버금가는 국제화 이룬 대학도 = 글로벌 인재를 꿈꾼다면 국제화 수준이 높은 지방대학을 선택하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 대전에 있는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은 외국 학생이 57%를 차지하며, 교수 24명 중 87%인 21명이 아이비리그 등 해외명문대학 출신의 외국인 교수들이다. 또한 이 대학은 하버드와 와튼스쿨, 컬럼비아 등 세계적인 명문대학에서 시작돼 가장 권위 있는 국제인증으로 평가받는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 인증을 취득했다. AACSB인증을 취득한 대학은 세계 대학의 5%, 미국대학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같은 경쟁력으로 우송대는 정부의 특성화 사업에서 '글로벌 핵심역량을 갖춘 아시아전문 경영인력 양성사업단’으로 선정돼 매년 10억원씩 5년 간 50억원을 지원받는다.

우송대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에서 한국인 학생 모집을 담당하는 손영호 교수는 “가장 큰 특징이면서 장점이 글로벌 교육환경”이라며 “전 세계 26개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오며, 일부학생은 3학년 때 조지아텍이나 북경외국어대학에 복수학위 프로그램으로 가기도 한다. 다녀 온 학생들이 하는 말이 조지아텍 경영대보다 솔브릿지 경영대학이 훨씬 ‘다양화’돼 있다더라”고 소개했다. 손 교수는 “현재 중국과 일본은 물론, 중앙아시아. 동남아, 유럽, 북미, 남미, 아프리카 등 30여개 국가 출신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설립 초기에는 중국학생들이 많았는데,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한 나라의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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