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발전합시다!" 지난 12일 열린 성균관대 사학과 4학년 모임에서 과대표가 던진 인사말이다. 예년같으면 성적증명서와 토익성적표를 점수화해 기업체 원서 받을 순서를 정할 시기이지만 4학년생 모두 멍하게 서로의 얼굴만 바라본 채 모임을 마쳤다.

새학기를 맞아 각 대학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는 4학년 모임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상반기 채용을 백지화 하거나 규모를 +축소한다는 방침에다 공무원들의 채용 규모 축소 보도가 뒤를 잇고 +기업구조조정으로 채용패턴마저 바뀐다는 소식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그나마 취업정보 교환을 위한 취업준비 모임이라도 열면 나은편. 아예 도서관에서 줄기차게 공부만 하는 바람에 모임조차 열지 않는 학과들도 +많다. 동국대 경상대학 학생회의 한 관계자는 "4학년들은 아무생각 없이 +토익공부만 하고 있어 모임준비는 요원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공계열이나 경상계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 기회가 적은 인문계열의 경우 4학년생들 대부분이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어 취업대상자가 +소수이거나 아예 없는 곳도 있다. 부산대 국문과의 경우 내년 졸업자가 +38명이나 취업예정자는 5∼6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는 상당수가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는데 특히 여학생의 비율이 큰 편이다.

이런 분위기는 2, 3학년들에게도 확대, 수강 신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학관련 수업이나 경영학, 심리학 등은 많은 학생들이 몰려 +수강제한에까지 이르고 있다. 국민대 경제학과 2학년 전공수업인 '미시경제학'에는 정원의 2배가 넘는 1백여명 이상이 몰려 IMF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이외에도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증권 시장론' '금융론'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PC에 관련된 과목과 시사일본어, 중국어 회화, 영어에 관련된 과목도 봇물터지듯 수강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한편 취업난의 여파로 학생들의 개인주의 성향도 심화돼 가고 있다. 심지어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조차 진로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중앙대 경제학과 4학년 과대표 주우영군은 "다들 치열하게 사는 것 같지만 추구하는 바가 뭔지 서로 내놓고 이야기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대화를 해도 대안이 없는 푸념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교수 한양대(경제학부)는 학생들의 공허감에 대해 "사회의 변화에 대학생들이 적응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괴리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대학의 커리큘럼을 하루 빨리 실용화시키는 것이 처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