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관(본지 논설위원/덕성여대 교수)

교육부가 지난 12월 24일 [2015년 대학 구조개혁 평가 기본계획]을 확정하여 발표했다. 올해 1월 말 제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라 두 번의 공청회와 광범한 의견수렴을 거쳐서 내놓은 최종안이라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나, 그 내용은 정량평가를 통해서 대학들의 줄을 세우고 하위대학을 퇴출시키는 과거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재연하는 것이다. 결국 작년 10월 이후 진행된 현 정부의 새로운 대학구조개혁정책은 ‘개혁’이 빠진 ‘조정’에 불과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애초에 교육부는 학령인구의 감소에 대응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논리와 함께 그동안 비교육적인 폐해를 낳은 것으로 지적되어온 졸업생 취업률과 학생충원률 중심의 정량평가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견지했다. 더구나 지난 8월 취임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상대평가와 비슷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체질개선을 위한 지원쪽으로 재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교육부 정책의 변화를 기대하게 하였다.

실제로 교육부가 9월 30일 제1차 공청회에서 대학평가의 새로운 방안으로 제시한 항목과 지표들은 거의 대부분이 정성평가로 탈바꿈됐다. 비록 전국대학을 일률적으로 평가하여 강제적인 정원감축을 하겠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지만, 대학특성을 고려하여 평가하고 연구 및 교육지원의 실상을 파악하려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취업률이나 충원률과 같은 과거의 지표들도 남아 있었지만, 정성평가 항목이 대거 포함되면서 그 비중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성평가 중심의 평가방안은 제2차 공청회(11월 11일)에 제출된 안을 통해 정량평가 중심으로 완전히 환원하게 된다. 아울러 대부분의 지표들에서 전국대학의 평균치를 만점으로 산정하는 식의 상대평가가 강화되어 대학 간 극심한 지표경쟁을 유발할 것이라는 예상을 낳았다. 그리고 이어서 이번에 발표된 최종안은, 정원감축을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경우, 실질적으로는 과거 정부의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정책을 형태만 달리하여 지속하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대학을 살리는 방향으로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변경하겠다던 장관의 취임초기 발언들도 모두 허언임이 드러났다.      

물론 이번 평가 기본계획에도 대학의 질을 제고하겠다고 하고 정량 정성평가를 함께 활용하여 ‘종합적인’ 평가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당해 연도만이 아니라 최근 3년간을 평가하므로 결과적으로 그동안의 지표관리의 정도를 측정할 뿐이지 대학교육의 질과는 무관하다. 그 지표들이 교육현장을 왜곡시켜 온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앞으로의 평가과정에서 이 같은 폐해가 더욱 증폭되어 나타날 것이 우려된다.

이처럼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정량평가에서 정성평가로 다시 정량평가로 오락가락하고, 대학을 살리는 방향으로의 정책전환을 말하다가 다시 퇴출방식으로 되돌아가는 식의 혼선을 보인 것은 현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부실하다 못해 부재함을 말해준다. 일국의 교육부라면 대학을 퇴출시키는 데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이 필요한 대학의 위기국면을 한국 고등교육의 병폐들을 척결해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학생감소로 부실해지는 사학들을 정리하여 공영화함으로써 지방대학을 살리고, 교수 등 연구 인력을 지원하여 학문생태계의 와해를 막고 위기에 처한 고등교육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마땅하다. 교육부의 정책이 과거처럼 대학 간의 지표경쟁을 통한 ‘조정’에 머무는 한 한국 대학의 미래는 없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