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본부, 특성화 위해 낡은 제도 과감히 던져야

지역‧사업유형별 협의회 활성화 필요…경쟁보다는 공유‧협력이 관건
중간평가에 유학생 인증‧정원조정 연계 가능성에 우려도

본지는 총 4회에 걸쳐 교육부와 공동으로 대학 특성화 사업(CK) 선정 대학들의 사업 내용과 청사진을 소개하는 ‘공동기획CK’를 연재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호에서는 특성화 사업 성공을 위한 각 대학 사업단장들의 제언과 사업 전망을 모았다. 배성근교육부 대학정책관(인터뷰 당시 대학지원관)의 인터뷰를 통해향후 사업방향과 기대효과 등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앞으로 5년간 1조3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특성화사업이 곧 2년차에 돌입한다. 중간평가가 진행되는 2016년까지는 각 대학 특성화 사업단과 지역선도대학, 특성화 우수학과들이 당초 내놓았던 계획에 따라 사업을 수행해나가게 된다.

특성화 사업은 전신이라 불리던 교육역량강화사업과는 달리 대학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변화하게 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데 이의는 없다. 백화점처럼 모든 학문분야를 갖춰야 통하던 시대를 탈피해 각 지역과 대학의 강점을 부각시켜 경쟁력을 키우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일종의 ‘미션’이다.

신청했던 7개 사업단이 모두 선정돼 주목 받았던 건양대의 정영길 행정부총장은 “대학전체가 특성화에 맞게 얼마나 체제 변화에 성공하느냐가 성패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특성화 사업이 융복합 학문분야와 창의인재 육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대승적 차원에서 대학에 자리 잡은 헤게모니를, 전통적 대학 체제에 만들어진 학사제도나 행정, 규정을 과감히 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성화 사례와 더불어 대학 차원의 변화 노하우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역할은 협의회에서 맡게 된다. 그러나 107개의 대학이 참여하는 만큼 총괄협의회보다는 현장에서 팔 다리 역할을 할 권역별, 유형별, 지역선도대학, 특성화 우수학과 협의회가 얼마나 활성화 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각 협의회는 이제 막 구성돼 방향을 설정해나가는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지역 사립대의 기획처장은 “협의회가 진지하게 특성화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장이 되려면 현실적으로 지역 차원에서 활성화 돼야 하는데, 선정 과정이나 성과를 내는 데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상지역의 한 국립대 기획처장 역시 “현실적으로 협의회에 참여하는 기획처장들이 워낙 바쁘고 인사에 따라 변경되기도 해 아직은 지역별 협의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자주 모여 토론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제출한 △정원감축 △우수 교원 충원 △교육과정 개편 및 교수학습․취업 지원 등 특성화 계획에 기반한 사업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매년 시행하는 연차 평가와 단계평가(중간평가)를 통해 특성화 계획의 이행 여부와 성과를 점검할 예정이다.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성과가 부족한 경우에는 사업비 삭감과 탈락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중간평가가 이뤄지는 2016년에 ‘정원조정 선도대학’ 유형을 추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수요 중심으로 대학 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정원을 조정한 선도대학을 권역별로 선정해 3년간 연 2500억 원 수준의 인센티브를 투입할 계획이다. 대학마다 세부 전공이나 교육과정을 특화해 학문단위 구조조정이나 전공 특성화, 인력 교류 등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중간평가 단계에 특성화 사업에 정원조정이나 유학생 유치 관리 기능까지 겸하게 된 데 대해 대학들의 우려도 나온다. 정부 정책의 기조가 특성화 사업에 추가되면서 당초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영길 건양대 행정부총장은 “예산보다 더 중요한 점은, 당초 가고자 했던 특성화 사업의 기조를 중단하지 않고 가야 한다는 점”이라며 “정부는 큰 그림을 그리고, 대학들이 현장에서 알아서 끌고 가도록 놔둬야 한다. 자꾸 방향이 바뀌지 않도록 유지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병호 부산대 기획처장은 “이미 사업단 선정단계에서 정원감축에 중점을 뒀고, 내년부터 별도로 구조개혁평가가 진행 되는 상황에 특성화 사업에 또다시 중간평가에 정원조정 실적을 연계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인터뷰]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관 “대학 체질 변화와 우수 지역 인재 육성 이끌어내길”

▲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관(전 대학지원관). 사진=교육부 제공
“특성화 사업은 단순한 재정지원사업이 아니다. 특히 지방 대학 육성에 초점을 둔 만큼 ‘지역에 맞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느냐’ ‘현 학사구조와 교육과정이 그 목적에 맞게 설정돼 있는가’ 하는 자체 평가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바꿔나가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사업단이 대학 체질 개선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특성화 사업이 분배된 사업비를 인프라 개선에 쏟던 지금까지의 재정지원사업과는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학들이 스스로 움직여 실질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여러 대학 현장을 다니며 우수한 특성화 사례들을 목격했다는 그는 “각 대학이 우수한 특성화 분야를 발굴해 차별화 한다면 지역별 맞춤형 인재 양성이 가능한 것은 물론 서열화된 대학 구조를 깨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난 26일 교육부 대학정책관으로 발령 나기 전 대학지원관이었던 배성근 을 만났다. 

-특성화 사업 관련 협의회가 정부와 대학, 지역사회 중간에서 수행했으면 하는 역할은.
“대학별로 이뤄지고 있는 자체적인 사업 성과와 노하우를 공유할 필요가 있고, 이 역할을 협의회에서 해주기를 기대한다. 우수사례로 꼽힌 A대학의 경우 새로운 인재상을 제시하고 사업 예산을 투입해 교육과정 개선까지 이어갔다. 특성화 사업 이후 교육과정이 얼마나 기존과 다른지 성과를 대내외로 보여주면 나머지 단과대학과 타대학도 자극을 받을 수 있다. 다른 대학을 모방하거나 구조조정을 하라는 유도 메시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각 대학의 인프라와 전공분야에 따라 특성화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각 지역선도대학 컨소시엄의 협의과정이 만만치 않다.
“특성화 사업이 경쟁 위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대학간 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컨소시엄 모델을 내세웠다. 옆 대학이 아니라 이제는 글로벌 대학과 함께 경쟁해야 한다는 차원이다. 가령 지역산업수요에 따라 창의력을 갖춘 공학인재를 양성하는 데 부족한 학문분야는 컨소시엄 내 해당 분야가 튼튼한 대학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형태다. 스스로 협업을 통해 문제 해결법을 찾을 수 있도록 처음 1년 동안은 네트워크와 대화를 장려하려 한다.”

-중간평가에서 탈락하고 신규로 진입하게 될 사업단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BK21 플러스 사업 중간평가를 참고해 판단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비중은 중요하지 않다. 성과가 당락을 좌우하지는 않을 것이다. 각 대학이 기존의 단순 재정지원사업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사업비를 제대로 쓰고 있는 대학은 5년간 사업을 수행하게 될 수도 있다.”

-최근 지방대학 육성위원회 회의에서 중간평가에 국제화 지표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특성화 사업 국제화 유형만 유학생 인증 여부와 연계했다. 앞으로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관련 특성화 우수학과나 지역선도대학 사업과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특성화 사업 유형을 불문하고 국내 대학들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출 수 있도록 유학생 인증을 국제화 역량 인증으로 강화해 지표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향후 특성화 사업에 대한 교육부의 계획이 궁금하다.
“사업단이 한 군데도 선정되지 못한 대학에 대해서도 내년 초부터 격월로 지역별 계열별 세미나와 워크숍을 꾸려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대학가의 특성화 기조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5년간 특성화 사업성과를 살펴보고 방향이 맞다면, 또 대학 현장이 필요로 한다면 30년 이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 유학생 유치를 비롯해 앞으로는 기업들도 대학이 수행하는 특성화·산학협력 강화 노력에 부응할 수 있도록 고용부·산업부·기재부 등 경제 관련부처, 지자체와의 협조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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