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균형발전‧다양성 3대 기준 바탕으로 교육부와 대등하게 목소리 낼 것”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2014년 한해는 구조조정 칼바람이 대학에 거세게 불었다. 특히 대학의 약 80%에 해당하는 사립대학은 재정부족‧구조조정‧지표관리 등 압박 속에서 1년을 보냈다. ‘대학다움’이 사라지고 대학이 지표관리에만 열을 쏟는다는 비판이 쏟아졌으나 생존을 위해 달음질치는 대학들은 이런 비판에 관심을 쏟을 겨를 없이 한해를 보냈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은 전국 157개 사립대학 협의체인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에 지난 3월 28일 부임한 이후 대학계의 구조조정 쓰나미와 함께 9개월을 보냈다. 임기 중 교육부와 각을 세우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고 일각서는 협의체가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그간 정성평가를 포함한 3개항을 교육부에 관철시키는 등 수면 아래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는 것이 내부의 평가이다.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게 아니라 ‘갈등 조정자’ 역할에 충실해 왔다는 것이다. 부구욱회장은 사총협 회장직을 수행하며 불필요한 대립각 보다는 합리적 조정자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국가 고등교육 전체의 이익과 대학 다수 여론에 부합하는 한 청와대, 교육부와 대등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부회장의 입장이다. 국내 최초 판사출신 총장으로서 조정능력과 합리성에 기반한 리더십을 발휘해 온 부구욱 사총협 회장을 만나 한해 소회와 앞으로의 교육 비전을 들어보았다.

 

- 사총협 회원 대학이 157개 대학이다. 그간 일각에서는 사총협이 교육부에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대학 구조개혁의 취지와 필요성에 회원교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기때문에 내야 할 목소리를 조율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현재 입학정원은 2023년이 되면 고등학교 졸업생 수보다 16만명이 더 많아진다. 교육부는 2023년까지 16만명을 줄이지 않으면 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그런 충격을 막기 위해 5단계 프로세스를 통해 대학들이 단계적으로 충격을 흡수하도록 하고 있다.
회원교 대부분은 이런 교육부의 기본 줄기에 동의하지만 일부 평가의 문제를 바로잡는 데에 회원교 수 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거기에서 공통된 건의사항을 이끌어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 부분에서 사총협은 나름 성과를 냈다고 본다. 3개의 공통된 건의사항을 이끌어 교육부에 전달, 구조개혁 편람에 반영되도록 했다.

- 구체적으로 3개 항이 뭔가.

첫번째로 교수 보수 수준을 반영하는 지표는 배제하고 다만 교원확보율을 높이기 위해서 부적절한 편법을 쓰는 경우 정성평가를 통해 그 부분을 배제시키는 방침을 피력했다. 또 새로운 평가지표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2년 정도 준비기간을 달라는 요구도 했다. 2014년 자료까지 평가하기로 돼 있던 것을 2015년 4월 1일자까지의 실적으로 평가하도록 변화를 이끌어냈다. 또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공통 이념과 방향 없이 단순히 수를 줄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근거도 제시했는데 첫 번째 이유는 교수 보수 수준에 관한 게 기존 교육부 정책에 모순된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재정 어려움을 무릅쓰고 교육부 방침에 충실히 따라온 대학이 평가에 불리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또한 교원 중 은퇴한 기업체 임원들이 봉사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점까지 획일적으로 평가하면 부적절하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대학 평가에 있어서 큰 대학들도 방만하면 하위가 될 수 있고 하위권 대학도 열심히 노력하면 올라갈 수 있는 유동성을 둬야 긴장감을 가지고 경쟁체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구조조정은 지나간 것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 1~2년 경쟁하도록 하고 평가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제시했다.

- 그 밖의 성과는.

그동안 상당한 문제가 전체 회원교의 의사를 반영하고 그것을 조정해서 사총협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던 것이다. 협의회가 일부 목소리만 반영된 형태가 되고 대학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가장 큰 문제가 돼 왔던 것이다. 임기 중에 사립대학 전체 의견이 집약될 수 있도록 집행부가 신뢰프로세스를 밟았다. 우선 사총협의 모든 움직임을 투명하게 회원교에 공개해왔다. 일부는 회장단 총장단에 알렸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모든 회원교에 투명하게 공개했다. 그간 협의체의 업무관행을 상당히 개선했다고 생각한다.

- 교육부가 대학을 민원인 취급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대학이나 사총협이 교육부에 민원인으로 비춰졌다는 비판은 겸허히 수용한다. 개별 대학의 민원이라도 사총협을 대변하는 의견이 되기 위해서는 전체 대학의 이익에 부합하고 또 고등교육 발전 방향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 스크린이 돼야한다. 지금까지는 단발성 민원으로 나가는 체제였고 교육부는 들어줄지 말지 결정하는 입장에 서다보니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학에는 대학 수만큼의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규모가 큰대학과 작은대학의 이해관계가 각자 있지만 그 속에서 전체가 건강할 수 있는 목표가 들어있어야 한다. 개별 대학의 건의사항이 아니라 의견을 단일화하고 그 의견이 국가 공익에 부합한다면 대단히 당당할 수밖에 없다. 대학 스스로도 큰 국가공익에 부합해야 하는 것이고 그 중간에서 협의체 조정 역할이 중요하다.

- 현재 교육부 구조조정에 대해 대학 총장 상당수가 개선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본지 설문조사에서 총장 80% 이상이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80%가 불만이라 할 때 불만 내용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대학마다 각각 다를 수 있다. 각 대학의 유불리에 따라 여러 사항 중에서 어떤 것은 찬성하고 어떤 사항에 대해 반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협의체가 교육부에 맞서 강하게 뭘 얘기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비판도 나오는데 강하게 얘기한다고 할 때는 강하게 얘기해야 할 그 내용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일부 대학의 요구사항이 전체 국익에 반하는데도 그것을 교육부에 관철하기 위해 각을 세우는 것은 국민 대다수가 기대하는 바가 아니다.
80%가 반대한다 할 때 80%란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고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개선되길 원하는지, 또한 그 개선방향이 고등교육 발전에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 또 이것이 협의체 입장이 되려면 과반 이상의 찬성도 얻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강력하게 협의체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사총협에서 그 과정을 거쳐서 교육부에 목소리를 관철시킨 것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 대학이 사회현안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대학이 사회의 중요한 리더가 될 수 있는데 거기에 걸맞게 목소리 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오래전부터 대학 협의체가 그런 목소리 내는 게 맞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대학총장협의회(대교협) 임원을 맡을 당시 대학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을 만들자고 건의, 실제 조직도 만들었었다. 당시 신문에 대학이 비리집단으로 보도될 때라 오래 가진 못하고 중단됐다. 앞으로도 대학협의체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옛날과 현재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과거 산업화를 거쳐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서 법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기간들이 있었다. 정당한 법집행이 아닌데 권력에 의해 억압되는 그런 경우 대학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마땅했고 도덕적 의무였다. 그런데 이제 우리 사회는 민주화에 성공해 일정 수준 이상 법치가 이뤄진 나라다. 이때는 또 각자 자기의 역할이 있어 당시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 지난 2001년 서울지검 부장판사를 끝으로 20년의 법조계를 정리하고 영산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판사출신 총장인데.

총장 임기 동안 한국 최초로 로스쿨방식의 법률교육을 도입했다. 대학 특성화에서도 법률 쪽을 특성화하면서 전문변호사 콘셉트를 도입했다. 전문변호사는 변호사지만 법리와 다른 특수 영역이 반드시 포함된다. 법을 하면서 다른 학문과 융합되어야만 그 분야 전문변호사를 할 수 있다. 현재 영산대는 모든 학과 학생이 전문변호사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

- 법조계 경험이 교육계에서도 도움이 되던가.

20년 판사생활은 다양한 사회갈등 조정의 연속이었다. 그런 경력이 현재 대학 총장으로서 또 사총협 회장으로서 직무 수행에 큰 도움이 된다. 회장 직은 개인의 소신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다양한 목소리와 입장차이를 어떻게 국익에 맞게 합의점을 도출하고 어떻게 개별대학이나 조직 차원의 다양성을 조합할 것인가 하는 합리적 조정자 역할이 중요하다. 법관으로 퇴임할 당시 조정전담부장판사를 지냈고 그 인연으로 현재 한국조정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런 법관으로서의 경험이 합리적 조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

- 11월 말 사총협 회장단 회의에서 부회장을 대교협 회장에 추천하자는 말이 나왔다.

아직 사총협에서는 추천 단계고 12월 30일 이사회와 내년 1월 9일 총회 승인받는 절차가 남아있다. 사총협 회장을 하면서 결국 조정자 역할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만약 대교협 회장직을 맡게 된다면 지향해야 할 첫 번째는 국익이다. 고등교육 전체 발전에 부합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결국 고등교육의 발전이 국가경쟁력이라 생각한다. 국토면적이나 인구 수는 금방 바뀔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고등교육만큼은 경쟁에서 뒤지지 않고 앞서야 한다. 앞으로 한 중 일 동북아 삼국의 교육경쟁에서 생존하는 것이 국가적인 큰 과제다. 동북아 교육 경쟁에서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고 중국에 추월당한다면 앞으로 우리 민족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국가균형발전을 통해 국가 잠재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세 번째는 건강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나의 가치기준에 의해 줄 세우기 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수능 제도에 개인적으로 의문을 갖고 있다. 줄 세우기 강요하는 제도가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대교협 회장 직을 만약 맡게 된다면 대교협 차원에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 부구욱 회장은…
1952년생. 현재 영산대 총장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경기고, 서울대 법과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해 20년간 법조계에 몸담아 왔다. 1979년 사법시험 합격 이후 △부산지법 판사 △서울형사지법 판사 △청주지법 부장판사 △인천지법 부천지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2001년 서울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영산대 총장에 부임했다. 이후 △한국조정학회 초대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윤리위원장 △한국대학총장협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 정리:송보배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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