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광주교대 교수/전총장)

교육부가 지난 22일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의 하나로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9월 신학기제 도입의 필요성과 여러 가지 효과를 제시했지만, 핵심은 국제적 통용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주요국가 대부분이 9월 무렵에 신학기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가지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 있다.

첫째는 인간의 생체리듬과 우리 사회 전체의 리듬과의 조화다. 일 년의 생체리듬은 새해가 되고 봄이 다가오면 한 해를 시작하여 열심히 살다가 연말이 다가오며 겨울이 되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정리하면서 다시 새해를 준비하도록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국가와 민간 모두 1월에 시작하여 12월에 끝나는 주기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 한참 성장해 할 시기인 늦봄에 1년을 끝낸 후 방학에 들어가게 하고, 이제 서서히 마음을 정리해야 할 시기인 9월에 새로운 각오로 새 학년을 시작하게 하는 것은 다른 나라가 한중에 하루를 시작하므로 우리도 그리해야 한다는 것처럼 조금은 억지스럽게 들린다.

미국은 국가기관의 회계가 10월에 시작되기 때문에 신학기가 9월에 시작되어도 별문제가 없는 나라다. 힘없는 교육 분야 제도를 자주 흔들기 전에 미국처럼 9월이나 10월에 국가회계를 시작하도록 하는 국가 회계 제도 개편에 대해 먼저 논할 의향은 없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다음은 개편 시점과 방법이다. 2008년에 수행된 교육개발원 연구에 따르면 9월 신학기제로 바꾸고자 할 경우에 허비되는 예산은 무려 23조 원에 달한다. 국가가 예산을 쓸 곳이 없어서 소비 진작을 위해 학기제 개편에 예산을 쓰고 싶다고 하더라도 고민해야 할 상황인데 교육예산이 부족해 2015년 학교운영예산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정책에 포함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현재 학생 수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10년 혹은 15년 뒤에 이를 실시한다면 소요되는 예산은 크게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꼭 9월 신학기제로 바꾸고자 한다면 지금부터 최소 10년 후를 목표로 추진해가기 바란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학기제의 국제적 통용성을 높이면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외국 학생이 국내에 많이 들어오게 될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빠져나가는 학생이 늘어날 것인지에 대해 정확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총장을 하면서 국제교류를 해보니 겨울 방학을 이용한 해외학교 단기 체험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현재의 제도가 오히려 더 효과적이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겨울방학 동안 1~2개월 정도 해외 학교 체험을 나가면 외국은 겨울 학기 중이기 때문에 학교 체험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방학을 이용한 해외체험이 여행이나 단순한 어학공부로 끝나게 된다. 교대생들의 국제교류에서도 학기제가 서로 다른 상황을 이용하여 우리 학생들이 해외 나갈 경우뿐만 아니라 외국 학생들이 우리나라 대학 단기 체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쉬웠다.

서두르지 않으면 비용도 줄이고 혼란도 줄이면서 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9월 신학기제 도입 시도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꼬리를 세계 다른 나라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잘라야 하는 상황과 유사하다. 꼭 잘라야 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하고, 굳이 잘라야 한다면 꼬리 자르는데 따르는 사회적 비용과 고통을 줄이는 방향에서 논의를 진행하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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