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회 직원 고용·기성회계 근거 없어져 혼란 가중

▲ 임시국회가 시작된 지난 12월 15일 13개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성회비 대체법안 통과와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사진=이재익 기자)

대체 법안에 현장 목소리 반영 필요 목소리 높아져

[한국대학신문 이재익·차현아 기자] 기성회비를 둘러싼 혼란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성회 소속 대학직원들은 우려감이 상당하다. 이대로 대체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고용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정기국회에서 기성회비 대체 예산안은 통과됐지만 대체 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혼란의 피해는 직원과 학생을 포함한 국공립대 구성원들이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국공립대의 공공성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기성회 회계가 사라지면서 기성회 직원의 고용 불안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국가 책임이었어야 했던 국공립대 직원 인건비를 그동안 기성회 회계에서 부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불안한 것은 고용과 임금 문제다. 앞으로 임금 지급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으며 고용승계와 임금보전도 확실히 보장되기에는 불안한 요소가 많다. 국공립대의 기성회 소속 정규직 직원은 2100여명이며 무기계약직과 계약직, 시간강사, 조교, 용역 등 기성회에서 급여를 받는 인원을 합치면 7000여명에 이른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기성회를 파산 신청하고 기성회 직원들을 계약직으로 임시 고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약속한다지만 정식 계약은 되고 있지 않다. 기존 기성회에서 보유하고 있던 재산을 소진할 때까지 버티자는 논의도 있었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국장은 “기성회 직원에 관해 고용 근거가 사라지면서 이들이 사실상 준해고상태에 놓이게 됐다. 임금 삭감이나 근로조건을 그대로 유지하기 힘들 수 있어 학교마다 혼란에 빠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성회 회계에서 직원 인건비를 충당했던 것 자체가 국가의 책임 방기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가가 지원하는 일반회계로는 대학 운영에 필요한 직원 채용이 어려웠고 그 부분을 기성회 직원으로 채용하며 인건비도 기성회비에서 충당했다는 것이다.

정진후 정의당 국회의원이 내놓은 ‘국립대학 기성회비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의하면 2013년 국립대 기성회 회계에서 정부 지원 부족분을 충당한 비율은 기성회비 수입의 49.3%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기성회직원 인건비는 3287억원에 이른다. 부족한 교원과 직원을 시간강사와 기성회 직원으로 메우고, 그 인건비를 다시 학생과 학부모가 책임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인건비 외에도 기성회 회계에는 국가가 부담했어야 할 국립대의 시설비, 자산취득비, 토지매입비 등 자산적 지출 내역이 포함됐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대학 기성회 회계의 자산적 지출은 총 9325억원이다. 이 금액은 매년 기성회 회계 세출 총액의 11~15%에 해당한다. 공공요금 지출 총액의 40% 가량의 금액도 기성회 회계에서 부담했다.

기성회 회계를 대체할 새로운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혼란은 봉합될까. 국공립대 예산의 절반을 차지하던 기성회 회계가 사라지면 이에 근거해 운영되던 모든 분야에서 폭탄이 떨어진 것과 같은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희성 강원대 기성회노조지부장은 “기성회계 폐지 대법원 판결이 나면 이후 줄소송이 이어지며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총장을 정부가 임명하니 사용자는 정부다. 이후 정부 상대로 소송이 이어지고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이어질 텐데 대학도 정부도 누구하나 먼저 나서서 해결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성회계 대체 법안 마련 자체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여야가 마련한 대체 입법안은 여전히 법안소위에 머물러 있다. 현재 야당은 교육부에 기성회 직원의 고용 승계 방안 등을 문의했으며 여당은 지난달 12일 본회의를 열고 법안을 보완·처리해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체법안은 민병주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안(이하 재정회계법)’이다. 그러나 이 법안 역시 기성회 회계를 폐지하는 대신 일반회계와 기성회 회계를 통합하겠다는 구조적 접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체 입법안이 마련돼도 국립대가 공공성을 잃고 사립대처럼 운영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재정회계법은 사립대학에만 있던 적립금제도를 국립대에서도 가능하게 한다. 사실상 사립대처럼 등록금을 쌓아놓고 등록금 인상을 대학들이 꾀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교비회계, 산학협력단 회계, 발전기금 회계 간 전입전출도 허용하고 발전기금의 수익사업을 허용한다. 등록금이 포함된 교비회계를 발전기금으로 이전해 사업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수익사업 실패 시 그 피해도 등록금을 낸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이승백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재정회계법이 이대로 통과되면 등록금이 고정되거나 올라갈 가능성이 늘어난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립대가 가지는 경쟁력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법안 통과 자체가 국가가 예산을 책임지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국민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재정회계법은 수익사업 관련 내용에서 어떻게 국가가 관리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고 민법에 준용한다고만 제시한다. 이는 국공립대가 공공성을 외면할 뿐만 아니라 수익사업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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