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호 (본지 논설위원/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해 말 대한항공 ‘땅콩회항’이라는 갑질은 많은 시민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대학가에서는 이보다 더 심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사회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학생회가 교비횡령으로 감옥에 갔다 온 김문기 씨에게 총장직 사퇴를 요구하자, 김문기 씨는 도리어 이를 주도한 교수를 파면하고 학생회 간부들을 무기정학 처분했다 한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땅콩회항 사건의 피의자인 언니에게 동생이 보냈다는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메시지를 연상시킨다.

황우여 장관 취임 후 교육부가 김문기 씨의 이사 취임과 임기 만료된 이사들의 연임을 승인하지 않고, 상지대와 상지학원에 대한 특별종합감사를 실시한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감사 결과를 토대로 엄정한 처분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따라 교육부의 비리사학 문제 해결의지가 판가름 날 것이다.

땅콩회항 사건이 재벌기업의 문제를 대변하듯 상지대 사태는 비리사학의 문제를 웅변한다. 문제의 핵심은 그릇된 주인의식이다. 재벌기업은 실질적으로 전체 주식의 몇 프로밖에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순환출자, 인적분할 등을 통해 회사를 지배하며, 마치 회사 전체의 소유자인 것처럼 행세한다. 비리 사학재단은 법인 재산은 개인 재산과는 엄격히 구분됨에도 불구하고, 재단을 마치 영리법인처럼 운영하며 사립학교의 주인 행세를 한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대학의 질을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대학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러나 진정 대학의 질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4년제 대학의 약 80%를 차지하는 사립대의 부정·비리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순서다. 부정·비리로 점철된 대학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운단 말인가?

사학재단 비리는 사립학교가 공공재산이 아니라, 사유재산이라는 몰상식에 기초한다. 2007년 상지학원에 대한 대법원판결은 구재단의 이사들이 ‘사학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대변할 지위’에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사실상 이에 동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구재단의 이사들이 부정·비리를 저질러 임시이사가 임명되었는데도, 사학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정관의 사학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부에서 파견한 임시이사들이 아니라, 재단 정관에 명시된 사학이념을 짓밟은 구 재단 측 이사들이 대변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사학재단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부정·비리를 저지른 구 재단 측 인사들이 다시 사립학교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2007년 사학법 개정 때 만들어진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폐지해야 한다. 위원회는 상지대뿐만 아니라 수많은 대학에서 부정·비리를 저질러 쫓겨났던 구 재단 측 인사들에게 되돌려 줬다. 사학을 정상화시키기는커녕 ‘분쟁조장위원회’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위원회를 존치시킬 명분이 없다.

다음으로 사학재단 비리의 주범인 족벌지배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사학재단 임원의 친인척 비율을 공익법인처럼 5분의 1로 제한하고, 이사장의 친족은 총장이 될 수 없도록 하며, 재단의 교원인사권을 총장에게 이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학평의원회에 개방이사와 감사의 추천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립대학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운영과 관련된 각종 정보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대학운영과 관련한 외부감사 특히 교육부 회계감사를 정례화 할 필요가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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