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포스텍 명예교수)

교육부는 지난해 1월, 2023년까지 대학입학정원을 단계적으로 16만명까지 감축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2018년 이후에는 고교졸업자의 수가 대학입학정원보다도 크게 줄어드는 사태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2009년 사이 고졸 대학입학자원의 미달 사태에서 이미 한차례 경험했던 바와 같이, 주로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이 대규모 미달 사태를 떠안게 된다. 결국 대학의 존립자체가 어려워지고 나아가 지역 간 균형 발전 및 고등교육 경쟁력에도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정부의 적극적 개입 없이는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하리란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교육부는 우선 2017년까지 1주기 4만명 감축과 함께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새로운 대학평가기준 및 평가방법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으로는 정부 주도의 대학 입학 정원조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에 있다.

지금까지의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평가나 혹은 제반 정부재정지원대학 선정평가는 대학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여건을 나타내는 정량지표를 중심으로 상대평가를 실시해 왔다. 이번에 새로 마련된 대학평가지표 및 평가기준은 기본적 교육여건뿐만 아니라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교육과정 △학사관리 △학생지원 △교육성과 등 학부교육의 질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요소를 중심으로 일정한 수준을 제시하고 그 수준에 얼마만큼 도달했는가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번 1주기 평가에서는 그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학 평균을 제시하고 있다. 2, 3주기에는 국제적 선진대학의 교육여건 및 질적 수준을 평가기준으로 점차 상향 조정해 갈 예정이다.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이 마무리 되는 2024년에는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대학교육의 기본 틀을 갖추어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많은 대학들이 정원 감축과 함께 등록금 상한제와 반값등록금 압박으로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다. 정부 주도의 대학구조개혁이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마저도 훼손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팽배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학구조개혁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대학구조개혁이 일차적으로는 학령인구감소에 따른 대학정원미달 사태에서 연유하나 한국대학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은 질적인 면에서는 훨씬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매년 대학 문을 나서는 학위 취득자의 수는 60만명 수준이나 이 중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30만명만이 정규직으로 취업하고 나머지 절반은 대부분 임시계약직으로 전전하거나 실업자로 남는다. 대학교육의 근본적인 틀과 내용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구조개혁을 통해서는 심각한 상황에 처한 학부교육 정상화를 위한 기본 여건 마련을 위한 목표를 가지고 대학평가의 지표와 기준을 설정했다. 예를 들어 교수 1인당 학생비율을 전문대학의 경우 현재 60명에서 적어도 30명 수준으로, 일반대학의 경우는 30명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최소 20명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동시에 학부교육과정에 투입되는 전임교원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전임 교원 수는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입학정원을 단계적으로 줄일 수 만 있다면 교육의 질적 개선을 위한 기본 여건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면 학령인구감소로 당면한 한국대학의 위기가 대학교육, 특히 학부교육의 질적 혁신을 위한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정적 소요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귀결된다. 물론 정부의 확고한 정책적 의지와 재정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나 무엇보다도 구조개혁에 대한 대학 자체의 의지와 바른 방향설정이 선행돼야 하고 이를 계기로 대학의 질적 변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에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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