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의견 반영 없거나 재단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가 주 배경

▲ 인천 시민단체가 인하대 법인 정석인하빌딩에서 인하대 총장선거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라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올해 총장임기가 끝나는 몇몇 대학이 벌써부터 선출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성원의 뜻보다는 재단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다거나 갑작스런 총장추천위원회 구성 규정 개정을 예고해 갈등을 빚고 총추위가 재단 측 인사들로 꾸려지는 등 대학들마다 내홍을 겪고 있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동국대, 인하대, 창원대 등 최근 대학가에서 총장선거를 두고 구성원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총추위 구성과 규정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2년 국립대는 직선제의 교수 파벌문제 등 폐해가 나타나자 교육부의 권고로 모두 간선제로 총장 선출제도를 바꿨다. 사립대는 정해진 구성원이 직접 총장을 뽑는 한국외대, 조선대, 대구대, 신라대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학에서 재단이 임명하거나 간선제로 총장을 뽑고 있다. 총추위에서 후보자를 추려내면 사립대는 재단이, 국립대는 대통령이 총장을 임명하는 구조다.

인하대는 총추위 구성을 놓고 말이 무성한 케이스다. 총추위 위원은 재단 5명, 교수 4명, 총동창회장 1명, 지역인사 1명 총 11명으로 구성돼있다. 재단 측 위원 5명 중 3명은 조양호 한진그룹 이사장과 고교 동창이며 나머지 2명은 대한항공과 한진의 대표이사다. 지역인사에는 대한항공 사외이사가 임명돼 재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6명이 총추위 위원으로 참여해 재단 측 인사가 과반을 넘는다는 게 인하대 교수회와 학생회의 설명이다.

이들은 독립적인 총장 선출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영 인하대 교수회의장은 “이사장의 독단이 아닌 학교 구성원인 교수, 학생, 교직원, 동문의 의사가 반영되고 이사장이 수용하는 형태로 총장선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승훈 인하대 총학생회장도 총추위 구성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구성원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지역사회와 시민단체도 여기에 공감하고 있다. 인천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인하대 재단인 정석인하빌딩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지역사회와 함께 대한항공 관계자가 인하대 총장후보가 되는 것을 막겠다”면서 인하대 총추위 재구성을 촉구했다.

창원대도 최근 이찬규 총장이 총추위 자격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나서면서 교수회, 구성원을 중심으로 극심한 반발이 일었다. 지난달 18일 총장임용후보자 선정에 관한 규정 및 시행세칙의 일부개정을 예고하면서 교수회‧대학평의원회 등 대학 구성원들과 이 총장간 마찰이 빚어졌다.

이 총장은 기존 학내위원 제척범위에 포함됐던 재직기간 3년 미만 교직원 등도 학내위원에 선출될 수 있도록 제척범위를 축소하는 개정안을 추진해왔다. 총장 선출 방식을 공모제로 전환하면서 재직기간 3년 미만 교직원들의 참정권이 지나치게 침해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총장 공모에 임박해 개정을 추진하면서 ‘무리한 개정’이란 비판을 받았다. 예비 총장 후보자들로부터는 ‘현 총장에 유리한 개정’이라 비난을 샀다. 이 대학은 지난달 30일 규정심의위를 열고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기각됐다.

결국 구성원 간 내홍이 심해지자 이 총장이 개정을 포기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대학 구성원이 모두 포함된 총추위를 구성해 총장 후보자를 내놓아도 그다지 소용없는 경우도 있다. 동국대가 대표적이다. 이 대학 총추위는 교수, 교직원, 학부생대표, 대학원생대표, 동문 등 대학 구성원 24명이 포함된 총추위에서 최종 총장후보자 3명을 가려냈다. 김희옥 총장(11표), 보광스님(7표), 조의연 교수(4표) 순으로 총장후보자를 선출했으나 종단의 개입으로 ‘낙점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조계종 종단에서 2위로 올라온 보광스님을 총장으로 낙점하자 김 총장과 조 교수가 총장후보직을 사퇴했다. 결국 동국대 이사회는 지난 15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총장 선출을 두고 이견이 갈려 총장 선출을 미뤘다. 이날 이사회에서 총장후보자인 보광스님에 대한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돼 학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논문 검증을 한 후로 선출을 연기했다. 현 김희옥 총장 임기는 2월말까지다.

이사회가 열리는 동안 동국대총학생회, 대학원총학생회, 총동문회는 총장 선출을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했고 다른 한편에선 동국대 불교대학 학생들이 총장선거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학생 사회마저 사분오열하고 있다. 교수들도 공통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의견이 분분하다. 한만수 교수회 의장은 "교수들의 입장을 하나로 정리하기 어렵다"면서 "교수마다 각자 생각이 달라 명확한 입장을 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19일 교수협의회는 입장을 바꿔 “총장 후보자의 표절 의혹이 아직 공식기구의 판정을 거친 상태가 아니지만 표절여부를 심사해야 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만으로도 엄중한 사태임이 분명하다”며 총장 후보자의 선임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만수 교수회장은 “적어도 표절총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교수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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