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 희망에 부풀어야 할 대학가는 지금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다. 지난 연말 대학구조개혁평가 편람이 확정되면서 교육부의 평가 지표에 어떻게 맞춰나갈 지, 어떻게 해야 정원감축 등의 매서운 칼날을 피해 나갈지 대책마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학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입시가 진행되면서 정시 합격자발표 등 입학 행정까지 겹쳐 대학 보직자들은 거의 초죽음 상태다. 정작으로 국가 백년대계를 논할 대학구조개혁법과 기성회계 대체법안 등 고등교육 관련 주요 법안들은 국회에 여전히 계류 중이어서 연초부터 대학가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혼돈 속에 희망을 기대하며 맞은 새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이 16일 새로 취임했다. 전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회장이 대교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새로운 사총협 회장도 선출됐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교육부도 부총리 체제로의 직제 변경이 있었고 200여명의 대폭 인사도 단행됐다.

신임 대교협 회장은 취임식 자리에서 고등교육발전을 위해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국립대와 유명 사립대 20여개 대학을 세계적 수준의 명문대학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선 자율성을 부여하고 정부 재정지원을 과감히 늘리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연구중심대학은 대학원 중심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그 외 대학들은 교육중심으로 기반을 다져 대학들의 생존과도 결부된 정원축소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 대학에 자율성과 고유의 특성을 북돋우는 방향으로 구조개혁의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하지만 부총리는 지난 9일 열린 대교협 총회에서 총장단에게 올해 등록금 인상 억제를 요청했고 2~3일 후인 지난 12일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반값등록금 완성의 해가 되도록 하자며 일종의 압박 아닌 압박을 대학에 가했다. 대학들은 거의 백기 투항하는 분위기다. 이 시기에 이렇게 연거푸 대통령과 부총리가 나서서 대학 등록금을 낮추거나 동결하라는 압력을 가하는 것이 과연 고등교육발전을 위한 것인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는 상황은 대학의 재정을 악화일로로 몰았고 그 결과 대학 현장의 상황은 날로 피폐해져가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만들어 경쟁력을 키운다는 얘기는 꿈같은 이야기가 되고 있다.

부총리는 등록금 억제라는 압박을 가하면서도 5.31 교육개혁과 같은 장기적인 교육의 틀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실로 중요한 지적이다. 그런데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재정악화에 시달리는 대학, 교육부의 평가지표에 올인해야 하는 대학이 그런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 큰 그림은 고등교육과 관련한 기존의 악습이나 폐착된 관행들을 뿌리 뽑을 수 있는 기회여야 한다. 대학교육이 더 이상 취업조건부 학원으로 운영되도록 강요되지 않아야 하고 다방면에서 대학의 자율권을 존중하는 방식의 개혁안이 거기에 포함돼야할 것이다. 신임 대교협 회장이 취임식에서 언급한 고등교육발전 10개년 계획과도 무관하지 않다.

부총리가 현장을 부지런히 쫓아다니는 데는 그가 정치인 출신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현장에서 설득하지 못한 일들은 정책이나 법적 규제로 선을 그어도 정당성을 얻을 수도 없을 뿐더러 강제로 추진한 결과가 좋을 수 없다는 진리를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부가 새로운 직제로 바뀌고, 대교협과 사총협의 수장이 새로 왔으며 동시에 4년제 대학 기준으로 올해 50여개가 넘는 대학에서 새 총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새 총장은 새로운 마음으로 자신이 이끄는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각 대학이 현재 해당 대학의 위치, 현황,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무엇이 개선되고 바뀌어야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구성원들도 눈앞의 이익 보다는 대학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다소간의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서로 격려하고 다독이며 고통을 나눌 수 있도록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새해 새 리더들이 새 직제에서 새로운 직함으로 서로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정책, 새로운 시각, 새로운 틀 마련을 위해 고심할 때다. 심기일전하여 고등교육발전의 새판 짜기를 한번 해보자.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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