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서약서 제출까지...달라지는 기업문화

[한국대학신문 헬스앤라이프 박선영 기자] 올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유세근(26)씨는 1월 1일부터 금연에 돌입했다. 유씨는 취업 면접 시 흡연자에게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대학 선배의 조언에 따라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취업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담배로 인해 물거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흡연권을 포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중소기업 과장은 “지난해 말 담뱃값이 한꺼번에 평균 2000원 이상 오른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금연을 결정하기 어려웠는데 회사에서 팀별로 금연을 권장하는 ‘연좌제’식 금연정책을 고려하고 있어 바로 금연을 결정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 흡연, 구직자 선별 기준으로 적용되나

흡연에 대한 기업 정서가 냉담하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토익, 어학연수, 각종 자격증을 포함한 ‘스펙’이 합격 여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펙이 상향 평준화돼 변별력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한 이미지를 주는 구직자에게 점수가 더해지는 분위기다.

새해 정부의 금연 정책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고, 건강한 기업문화가 화두가 되면서 흡연에 대한 기업의 마인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다. 실제 최근 31개 대기업의 금연 정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6개 그룹이 흡연자의 금연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고, 상당수의 기업이 금연 여부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대학생 취업 선호도 1위 기업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흡연자에 대한 차별을 밝힌 적은 없지만 흡연이 승진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웅진그룹은 입사할 때부터 금연 서약을 받는 전직원 금연이 의무화돼 있다. 입사에 성공하더라도 흡연자는 승진에서 제외된다. 이랜드 그룹도 입사 시 금연을 약속해야 최종 합격할 수 있다.

업종 특성상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는 기업도 있다. 탑승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담배냄새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금호 그룹 신입사원은 입사직후 금연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먼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도체 기업(STS반도체,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등)은 불량률을 줄인다는 목표아래 금연정책을 시행 중인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한 면접 전문가는 “1차 면접 시 흡연여부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며 “흡연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생각을 묻는 면접관의 질문이 유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연 혼자 어렵다면 전문가 도움 받아라

금연을 결심했지만 끝까지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만약 의지가 흔들린다면 가까운 보건소의 금연클리닉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보건소에서는 전문 상담사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니코틴보조제, 금연치료제 등도 제공된다. 국립암센터가 운영하는 금연상담전화(1544-9030)를 이용할 수도 있다. 6개월에서 1년 동안 전문가와 1대 1 상담이 가능하며 맞춤형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뭐 이렇게까지...” 또는 “의지 문제인데 효가가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다. 지난 16일 기준 금연 클리닉 등록자가 10만명(10만5332명)을 돌파했다. 물론 담배값 인상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만큼 금연에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에 따르면 금연 클리닉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금연 성공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4배 이상 높다. 강북구 보건소의 경우 6개월 이상 금연클리닉을 이용해 금연에 성공한 경우가 43%에 달한다. 2135명 중 918명이 담배를 끊은 것이다.

강북구 보건소는 “금연 성공 여부는 단순한 의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개인의 니코틴 의존도 등을 기초로 체계적으로 관리 받아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앞으로는 전국 병의원 이용 시 금연치료에 소요되는 상담료, 약값 등도 지원되는 만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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