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안전매뉴얼, 구성원 간 괜한 갈등만 불러”

대학생들 "교육부 신입생 환영회 지침 항의 탄원서 낼 것"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가 일어난 지 만 1년, 대학과 총학생회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OT) 시행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외대 신입생 9명이 희생된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이후 교육부가 같은 해 3월 신입생 환영회 행사를 대학 주최로만 진행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그동안 학생들이 주도해온 OT행사에 제동이 걸렸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교육부 매뉴얼을 들어 학생회 측에 교외 행사 자제를 권고하는 한편 학생회는 학생자치활동임을 들어 교외 행사를 추진하는 식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신입생 환영회인 '새내기 배움터'(새터)를 올해 총학생회가 단독 주관하기로 했다.

시립대 총학생회 이철규 사무국장은 "교내에서 당일로 진행하면 끝나고 뒤풀이 등 교류 행사가 열릴 것이다. 상경한 학생들의 숙박 문제 등 오히려 안전사고 위험이 더 크다"며 "총학생회는 행사 장소에 대한 사전답사 강화, 참가자 전원 보험가입, 관광버스 연식과 운전기사 경력 확인 등 안전점검을 철저히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 측이 학부모들에게 총학생회 주관의 새터 참석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는 소속식 알려지면서 대학 본부와 총학생회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이 대학 학생지원팀 안용휘 주임은 “학생회의 새터를 공식행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교육부의 안전매뉴얼 지침대로 대학당국이 행사를 주관하지 않고 학생회가 주관할 경우 학부모에게 행사에 대한 참여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신여대 역시 비슷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이 대학은 오는 24일 신입생 환영식을 학교 측 주최로 잠실체육관에서 당일행사로 진행키로 했다. 학생 안전을 확인시키기 위해서 학부모까지 함께 초대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이 대학 총학생회는 이후 무박 2일 동안 새터를 진행하기 위해 학교 전체를 섭외하는 계획을 진행 중에 있다. 한연지 총학생회장은 “교육부 공문 이후 학생회 주관 새터 추진이 쉽지 않다”며 “교외 행사가 안 되기 때문에 교내에서 1500명 규모의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학교 측과 논의하고 있는 중이지만 장소를 구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물론 교육부 방침대로 대학본부 주관으로 신입생 환영회를 진행하면서 안전 대책을 마련한 대학도 있다. 이런 대학의 경우 학생회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양대는 신입생 학생회를 대학본부가 주관하고, 숙소·교통안전·화재·행사 전반에 관한 안전사고 예방 체크리스트를 각 단과대학에 배포했다. 한양대 총학생회 집행부 관계자는 “원래 2박 3일 새터였는데 교육부 공문이 오고 나서 1박 2일 새터로 일정이 줄었다. 또 단과대 학생회가 진행하는 기존 새터가 단과대 학장 별 명의의 OT로 바뀌고 당일 행사로 가거나 봉사활동의 형식으로 다채로운 행사들이 일률적으로  축소됐다”고 토로했다.

중앙대는 교무처장이 교내 커뮤니티에 공문을 게재했다. 지난해 12월초 오리엔테이션을 교내에서 당일 행사로 진행하거나 경기 안성캠퍼스 기숙사를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하라는 내용의 ‘새터 진행안’을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이 대학 학생들은 ‘학생과 상의 없는 일방적인 대학 본부의 새터 진행안’, ‘학생회 자율권 침해’라는 등의 비판 글이 게시판을 달구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부의 안전매뉴얼은 정부의 ‘책임 회피성 지침’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애초에 안전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당국의 책임을  대학과 학생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 송준석 총학생회장은 “교육부가 안전매뉴얼이란 것을 만들어 괜히 학생과 대학 간의 갈등만 불거지고 있다‘라며 "학생회의 자치 행사를 학교에 전권을 갖도록 한 듯한 교육부의 안전매뉴얼은 근본적인 사고 예방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신입생 환영회를 외부가 아닌 국제캠퍼스에서 진행하기로 방향을 잡았다가 학생회 반발로 무산됐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관계자 역시 “교육부가 신입생 OT에 관여하는 것은 그만큼 안전문제에 대한 정부차원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찬성한다”면서도 “이후 내린 지침이 문제다. 교육부가 학생회 측이 진행해오던 환영회를 구체적이지도 않은 ‘매뉴얼’이라는 수단으로 제지함으로서 이전에는 없었던 학생들과의 마찰을 빚게 됐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서울 일부 총학생회장단은 지난해 교육부가 내린 신입생 환영회 지침에 항의하는 결의문과 탄원서를 작성해 이달 말에 전달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3월 교육부는 마우나리조트 사고 이후 ‘대학생 집단 연수 시 안전 확보를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 각 대학에 보냈다. 매뉴얼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대학 측이 주관해 실시할 것 △대학과 무관하게 진행된 행사에서 사고 발생 시 행사를 주관한 측에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주관자를 징계할 것을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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