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문대학의 사회적 역할, 정체성을 충분히 파악해야"

“국제적 표준 만족하는 교육과정으로 혁신 이룰 것”

[한국대학신문 양지원 기자]"도전과 열정, 남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배려가 가장 중요합니다"

허정석 울산과학대학 총장은 인터뷰 내내 이렇게 강조했다. 이 대학의 설립자이자 현대그룹 창립자인 고 정주영 회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덕목이기도 하다.

허 총장의 도전 정신은 울산과학대학의 우수성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데 성공하게 된 요인이다. 이 대학은 현대미포조선,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 울산지부, 삼성전자 등 지역 산업체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뉴질랜드, 필리핀, 일본 등지의 대학, 기업 등과 교류를 통해 글로벌 위상도 드높이고 있다.

각종 정부지원사업에선 거의 매번 울산과학대학이 선정되는 것 또한 허 총장의 당당한 패기에서 비롯됐다. 울산과학대학은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되고 WCC(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 World Class College)에 재선정됐는가 하면, CSR리서치센터 ‘2014 전문대학 지속지수’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는 등 내로라하는 평가의 중심에 섰다.

허 총장의 뜨거운 열정은 캠퍼스 곳곳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다른 대학에서는 찾아볼 수도 없는 거의 유례가 없는 우수한 체육시설이 이를 입증한다. 교내에는 천연 잔디로 이루어진 인조구장과 아이스링크장, 실내테니스장이 갖춰져 있다. 재학생과 교직원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된다.

특히 테니스장은 앙투카코트로 허 총장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앙투카는 불에 구운흙을 모래처럼 분쇄해 깔고 물을 부어 굳힌 소위 ‘명품 흙’으로 우수한 탄력성을 자랑한다. 

지난 2013년 3월부터 울산과학대학의 수장이 돼 학교 운영은 물론 교육 환경과 시설 장비 하나하나까지 살갑게 챙기는 허 총장에게서 당당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일반대학에서 교수, 산학협력 부총장직 등을 거쳐 전문대학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어떤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나
“산학협력 기업체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데 그에 반해 대학은 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각 교수 체제도 산업체 경력을 가진, 특정 분야에서 직무 능력을 가진 분들을 꾸준히 채용할 계획이다. 교육내용 역시 현장직무 중심의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선진직업교육센터를 만들어 학생들이 교육을 수료한 후 이론 배경은 물론 직무능력까지 확실히 갖춘 대학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현재 특성화 사업 추진 상황은
“자연보건, 공학계열 특성화를 추진 중이다. 특수학과들도 있는데, 예를 들면 기계공학과 내 조선 전공은 현대중공업과 특별 계약을 통해 학생들을 해당 기업에 바로 취업할 수 있는 인재로 배출해내고 있다. 전문대학이 일반적으로 가진 여러 문제점들이 특성화를 통해 새롭게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전문대학의 문제점은 초급대학으로써의 기능만 수행했다는 것이다. 특성화를 통해 기존과는 다른 고등직업학교로서의 기능을 해내야 한다.”

-정부지원사업에 대부분 선정됐다
“대학이 산업 도시에 위치해 있고 선배 교수, 총장, 재단 등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많은 노력을 그간 해왔다. 그러한 노력 덕분에 정부지원사업 선정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원모집에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어떤가 
“특별히 어렵지는 않다. 다른 대학과 다른 차별된 입학정책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앞으로는 좀 변화를 줘볼 계획이다. 수험생들은 전문대학이 4년제보다 아래에 있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고등직업학교로써 확실히 정체성을 가질 때 우리 대학 전반은 물론 우리 사회가 한발짝 더 나갈 수 있다. 향후 전국 거점 4년제 대학과 우리 대학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험생이)우리 대학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러한 목표를 달성할 계획인가
“4년제는 학문 위주, 우리는 현장직무 중심인데 이건 분명 앞날을 개척해 나가는 길이 다를 뿐이지 어디가 어디보다 우수하고 덜 우수한 것이 아니다. 공학 분야에서 직업을 갖고 그 직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실력 있는 학생을 대학이 배출해내면, 4년제 거점 대학 이상의 학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직무를 통한 자기 계발, 이게 바로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내는 방법이다.”

-어떤 학생들이 지원했으면 좋겠나
“도전과 열정을 가지고, 나눌 줄 아는 학생들이 지원했으면 한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립자이자 우리 대학의 설립자인 고 정주영 회장이 평생 중요하게 생각한 덕목인 도전과 열정, 남과 함께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학생들이 지원하고 입학해 주었으면 좋겠다. 도전정신을 북돋우고 열정을 더욱 높이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 중이다.”

-인성교육이 화두다.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가.
“인성교육에 대한 기업의 요구는 매우 크다. 열정과 도전정신이 바로 인성이라고 본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인성학교를 만들었다. 옛 것을 존중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인데, 이 안에서 학생들의 인성 교육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단기간 안에 인성, 실무 교육을 다해야 하는데

"우리 대학의 경우 학과의 65%가 3년제인데, 4년제로 개설하고 전문학사 제도를 두니 경쟁력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다시 바꿨다. 3년제를 다행히 유지하는 학교가 연암공과대학과 우리 대학이다. 전공과 인성 공부를 확실히 시키기 위해선 3년이 필요하다. 3년제임에도 불구하고 실력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생들이 우리 학교를 선택하는 이유기도 하다.”

-졸업생들이 대부분 울산에서 취업하나
“주로 울산이다. 해외취업을 하거나, 다른 지방으로 가는 학생들도 있다. 울산이 임금 수준이 높아 학생들은 울산을 적극 선호한다. 취업의 질은 전국 최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정부의 전문대학 육성정책이 실효성을 갖는다고 보나
“정부가 전문대학의 사회적 기능,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전문대학을 4년제 주변에 있는 대학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 상당부분 안타깝다. 교육부에도 전문대학정책과 하나만 있지 않나. 부서 하나로는 정책이 제대로 못 나온다. 구조개혁의 경우, 전문대학은 사실 필요가 없다. 현장인력을 줄이는 게 말이 되는가. 청년실업 문제도 이와 결부된다. 전문대학생들은 4년제 주변 학생이 아닌 현장직무능력을 갖춘 인력이다. 전문대학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중요한 교육기관이다. 사실 전문대학은 국가에서 주도적으로 운영해야 하고, 4년제는 사립의 형태여야 한다. 4년제와 전문대학은 기능이 다르다. 공고나 상고 출신들이 25만 명이었는데 요즘엔 15만 밖에 안 되고, 그 15만 중에서도 5만 명만 직업을 구한다. 나머지는 전문대학이나 4년제에 진학한다. 산업화 진행 당시 공고나 상고가 했던 역할을 전문대학이 해야 한다. 4년제와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교육부가 정책을 제대로 내줘야 한다."

-전문대학정책과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것인가.
“고등교육 예산 9조원 가운데 전문대학에 3000억원을 편성하면 고작 3%정도 쓰는 셈이다. 정부가 전문대학의 사회적 기능을 정확히 모르고 있다. 교육부에 전문대학 전체를 지원하는 하나의 국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4년제의 전문대학 학과 모방, 중복 등의 불만이 나오는데
“산업체에서 필요한 니즈에 맞춘 직무 중심 학과가 만들어져야 하는 게 전문대학이다. 오히려 4년제 대학은 학문을 목적으로 설립됐는데 직무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4~5년 후 대거 직무 중심 대학이 나오게 될 것이고 양자가 경쟁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폴리텍의 전문대학 영역 침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이미 만들어진 제도인데 국가적으로 재정 중복 투자라고 본다. 문제다. 산업체들이 세계에서 톱(Top)으로 발전하는데 전문대학이 현장 니즈를 따라오지 못한 것이 폴리텍 설립 배경인 것 또한 사실이다. 사내대학 역시 기업이 이중 투자하는 것이다. 대학이 산업체와 소통이 부족한 결과다.”

-신년인데 올해 최우선 순위로 꼽는 과제가 있다면
“현재까지 한국 대학의 국제화는 어학 실습을 위한 학생교류와 미국 유학생 유치를 중심으로 이루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구축이 선행되어야 하고 또 우리 학생이 외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기반을 마련해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국제화가 실천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 대학은 올해 첫째, 교육과정을 국제인증기관의 평가를 받아 국제적 표준을 만족하는 교육내용으로 혁신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외국 대학과의 교류도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외국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 연계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 학생들이 해외에 취업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외국으로부터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질 좋은 토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허정석 총장은…
1976년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거쳐 부산대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부터 2013년까지 울산대 공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교수, 2005년 디지털제조정보기술연구센터장, 2007년부터 4년간 산학협력단장, 이후 2013년까지 산학협력 부총장 등 주요 보직을 맡았다. 지난 2013년 3월 울산과학대학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이인원 회장 / 정리:양지원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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