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순위 우승후보에게 만만치 않은 3개 대학 선전포고

▲ 2015년 대학농구의 최강자는 누가 될 것인가. 고려대가 우승후보 0순위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다른 대학들의 도전이 뜨겁다. 사진은 2014년 대학농구리그 중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 농구 경기.(사진=고려대 제공)

*** 대학스포츠는 초중고 학원스포츠에서 프로나 실업 스포츠로 이어지는 한국스포츠계의 허리다. 대학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한국대학신문은 ‘2015스포츠 대학VS대학 기획시리즈’를 격주 연재한다. 축구로 시작해 농구, 야구, 배구 등 주요 종목들을 다룰 예정이다. 새해를 맞아 올해 각 종목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일 대학팀들은 과연 어디 어디일까. 미리 만나보자.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최근 몇 년간 고려대는 대학농구의 패자로 군림했다. 지난해 고려대는 파죽지세로 리그 전승을 이끌었다. 전국대학농구대회나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 우승컵도 고려대가 가져갔다. 올해 대학농구의 판도를 예상하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고려대를 첫 손에 꼽는다. 어느 팀보다 높고 강한 포스트진은 승리의 열쇠다. 두 명의 에이스가 졸업했지만 그들의 자리를 대신할 선수도 이미 채워졌다.

다른 대학들도 고려대의 힘을 인정한다. 하지만 굴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에 포기라는 단어는 없다. 지난해 상위권에 랭크됐던 대학들을 비롯해 모든 대학팀들이 올해 결의를 다지며 팀 전력을 높이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농구대잔치에서 고려대를 꺾었던 경희대와 ‘영원한 맞수’ 연세대도 그들 중 하나다.

▲ 고려대는 올해도 강력한 우승후보다. 이승현을 이어 2015년 고려대의 새로운 주장으로 발탁된 이동엽.(사진=고려대 제공)

■ 우승후보 0순위 고려대 “유일한 단점은 자만심” = 자타가 공인하는 올해의 우승후보 0순위는 고려대(감독 이민형)다. 어느 면을 봐도 크게 약점으로 지적할만한 곳이 없다. 4년 동안 팀을 이끌었던 이승현과 김지후가 졸업하면서 전력에 누수가 발생했다고는 하지만 다른 대학과 비교해서는 전력누수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민형 감독은 이동엽과 강상재 등 선수들이 가진 높이의 힘이 어느 대학보다 우월하다고 자평했다. 이 감독은 “우리의 단점을 꼽는다면 자만심일 것”이라며 “전력은 누구보다 낫다고 자신하지만 그만큼 부담감을 갖고 경기를 임하는 것도 있다. 자만하지 않으면서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해 경기를 뛸 것”이라 말했다.

고려대의 약점을 굳이 꼽자면 선수 개개인들이 모두 대표급이라는 점이다. 다른 대학 선수들에 비해 뛰어난 실력을 가지다보니 대표팀에 차출되는 일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일정이 국가대표팀 일정과 겹치기도 했다. 올해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려대 선수들은 체력 관리와 부상 예방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 경희대는 에이스 한희원의 기복을 줄이고 다른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을 동계훈련의 제1목표로 삼고 있다.(사진=경희대 레굴루스 제공)

■ 경희대 “빠르고 더 다양하게” = 지난해 리그에서는 3위에 랭크됐던 경희대(감독 김현국)지만 농구대잔치에서 고려대를 꺾고 결승에 진출하는 등 올해가 더 기대되는 팀이다. 주전이 대거 빠져나간 연세대보다 우위에 설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지난해 경희대의 첫 지휘봉을 잡았던 김현국 감독이 보여줄 팀 운용도 관심을 가지고 볼 요소다. 배수용이 장악했던 포스트가 약해졌다는 평가지만 속도는 더 빨라졌다.

경희대가 우승트로피를 거머쥐기 위해선 높이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백업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경기를 제압한다’는 말처럼 농구는 속도보다 높이가 우선이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 경희대의 과제다. 고려대를 잡기 전에 지난해 무승에 그친 연세대와의 일전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연세대와의 2위 싸움이 얼마나 압도적인가에 따라 1위에 도전할 길이 열린다.

김현국 감독은 “체력이 받쳐줘야 다른 실력들도 늘기 때문에 동계훈련은 체력증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신체적인 조건이 상위권 팀들 비해 불리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한희원의 기복이 심해 이를 극복하는 것도 관건이다.

▲ 주전 선수 5명이 떠난 연세대는 그들의 빈 자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지명된 김준일.(사진=연세대 제공)

■ 연세대 “주전들 전력 누수 극복이 우선” = 연세대(감독 은희석)는 지난해 주전들의 구멍을 메우는 것이 급선무다. 졸업생과 얼리드래프트로 일찍 프로로 진출한 선수들이 5명이나 된다. 그만큼 주전들이 어려졌다. 지난해 득점왕 김준일의 공백도 크다. 정재근 전 감독이 갑작스럽게 물러난 탓에 은희석 감독은 올해가 실질적으로 첫 무대라 볼 수 있다.

위기는 기회라 했다. 주전들의 나이가 어린만큼 패기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일단 센터진의 높이는 최상위권이다. 허훈 등 가드진도 지난해보다 더 기량을 끌어올릴 것이다. 에이스를 담당할 포워드 최준용의 성장세는 누구보다 매섭다. 은희석 감독은 최준용과 천기범을 중심으로 빠르고 역동적인 팀을 꾸려나가겠다는 포부다.

은 감독은 “학교를 떠난 선수들이 많다보니 구심점이 없어 시즌 초반 흔들릴 수 있겠지만 경험적인 부분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현재 3주 동안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연세대는 이달 27일 귀국해 고교팀들과의 연습게임으로 팀워크를 다질 계획이다.

▲ 동국대는 4학년 선수 4명이 팀을 떠났지만 변준형 등 신입생과 함께 새로운 팀을 만들어보기 위해 노력 중이다.(사진=동국대 제공)

■ 동국대 “기존 선수에 신입생들 더해 3위 이상 목표” = 지난해 한양대를 제치고 4강의 반열에 든 동국대(감독 서대성)는 올해 팀컬러를 새롭게 바꾸는 중이다. 석종태라는 걸출한 득점원을 포함해 4학년 선수 4명이 졸업하며 팀을 떠났다.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 주축 선수들이 빠지면서 포스트진들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가드진들의 기량이 좋아졌다는 것을 위안삼아 대책마련에 나섰다.

올해 동국대에서 주목할 선수 중 한 명은 신입생 변준형이다. 고교 최강 가드로 이름을 날렸던 변준형은 대학무대에서도 그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4학년이 된 센터 이대헌은 여전히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석종태를 제외하면 크게 변하지 않은 주전 멤버에 변준형과 정호상이라는 신인 가드들이 가세하면서 더욱 다채로운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서대성 감독은 올해 경기의 재미와 승리를 동시에 잡아보겠다는 각오다. 서 감독은 “지난해보다 많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외곽에서의 아기자기한 플레이가 더해질 것”이라며 “슛의 정확도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올해의 과제가 될 것이다. 선수들의 기량을 성장시키기 위해 동계 훈련 중 상무 선수들과도 연습게임을 할 예정이다. 크게 나쁜 전력은 아니기 때문에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최선을 다해 도전할 것”이라 말했다.

▲ 고려대는 2014년 대학농구의 최강자였다. 2015년에도 가장 막강한 전력을 가졌다고 평가받지만 다른 대학들의 도전은 만만치 않다. 리그 경기를 겸해 열렸던 지난해 연세대와의 정기전에서 승리를 차지한 고려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사진=이재익 기자)

■ “시합은 이기려고 하는 것” 기회노리는 다크호스들 = 농구는 단체 종목이다. 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팀워크가 무엇보다 강해야 한다. 평소 전력이 좋아도 틈이 하나 생기면 그 틈을 파고 들어 승리의 희생물로 삼으려는 팀들이 즐비하다. 하위권으로 내려갈수록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 차이가 커지기 때문에 주전들의 체력 관리와 부상 예방이 특히 중요해진다. 백업 선수나 신입생의 기량이 만발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하루 아침에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건국대(감독 황준삼)는 동계 훈련에서 속도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월등히 큰 키를 가진 선수들은 없지만 주전들이 골고루 준수한 신장을 보유하고 있어 외곽슛의 정확도를 높이고 스피드를 올리는 게 올해 팀 전력을 높이는 데 주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입생들이 대거 유입돼 주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측되는 중앙대(감독 김유택)는 선수들에게 한국 농구의 전설이었던 감독의 현역 시절 모습을 투영하고자 노력 중이다. 한양대, 상명대, 단국대 등 리그에 참가하는 다른 대학들도 올해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훈련에 매진 중이다.

황준삼 건국대 감독은 “편한 마음으로 경기장에 나서지만 시합은 누구나 이기려고 나가는 것이다. 대학스포츠의 중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재밌게 플레이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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