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학생 모두 취업 유불리 두고 의견 갈려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대학가에 학점포기제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2013년 12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각 대학에 성적 부풀리기 실태를 개선할 것을 권고한 이후다. 폐지를 유예했던 대학들도 올해부터 학점포기제를 폐지할 방침을 세웠거나 폐지를 검토 중이다. 사회적으로 대학 성적 부풀리기가 지나치다는 문제의식이 공감을 얻고 있는 상황도 이에 힘을 실었다. 학생들은 낮은 학점을 개선할 수 없어 취업에서 불리할 수 있다며 일부 반발하면서도 폐지를 전적으로 반대하지는 못하는 복잡한 입장을 토로하고 있다.

대교협은 2013년 12월 학점포기제도 등 성적 부풀리기 실태에 대해 각 대학에 개선안을 보냈다. 성적제도는 자율적으로 개선하되 학점포기제와 재수강 없이 F학점 삭제, 졸업 사정 시 F학점 무단 삭제 등은 반드시 포함하도록 한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성적증명서를 이중으로 발급하는 등 성적 부풀리기가 심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3년 교육부의 조사결과 조사 대상인 198개교 중 77%인 152교가 원성적과 다르게 성적증명서를 발급했다. 당시 교육부는 F학점을 받은 과목을 삭제해 학생이 평균 학점을 올릴 수 있도록 대학들이 편법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2014년도부터 학점포기제 폐지 등 성적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서울 시내 대부분의 대학들이 학점포기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성대는 올해부터 이수하는 과목에 대해 학점포기가 불가능하다. 세종대는 2016년 1학기부터 학점포기제를 폐지할 예정이다. 고려대, 이화여대, 한양대, 숭실대 등은 2014년 1학기부터 이미 학점포기제를 전면 폐지했다. 경희대는 지난해부터 학점포기가 가능한 학점을 12학점에서 6학점으로 대폭 축소했고 폐지도 검토 중이다. 성균관대는 폐지 여부를 두고 논의가 한창이다다.

건국대의 경우 학점포기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사실상 폐지에 가깝게 성적제도를 개선했다. 수강과목을 포기할 경우 포기했다는 사실도 성적표에 기재되며 포기 전 성적도 함께 기록에 남는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학점포기제 이용률은 큰 폭으로 줄었다.

대학들이 학점포기제를 폐지한 배경에는 복잡한 계산이 작용했다. 학점포기제를 유지할 경우 교육부의 대학평가 항목 중 학사관리 분야에서 불이익을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교육부와 대교협이 직접 지침을 내린 상황에서 이를 거스르기 쉽지 않다.

한편으로 학생들이 좋은 학점을 받아야 취업에서 유리하다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취업률 역시 교육부의 대학평가 지표 중 하나로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적 부풀리기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속 학교 학생의 성적이 타 대학 학생에 비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오히려 취업 때 불리할 수 있다는 고민도 있다.

서울  모 대학 교무처 관계자는 “사실상 권고가 아닌 강제에 가까웠다. 폐지하지 않을 경우 대학 평가에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여러 번 들었다. 대학 입장에서 폐지를 안 하고는 버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서울 한 사립대 교무과 관계자도 “학점포기제를 폐지하게 된 배경엔 교육부의 영향이 없진 않았다”면서도 “정확한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게 오히려 취업 등에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점도 (제도폐지 결정에)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도 대학본부의 이러한 복잡한 계산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학점포기제를 폐지하는 것이 유리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교육부의 압박과 대학들의 성적 부풀리기가 지속되면 기업의 학생 성적에 대한 불신이 생겨 취업에 불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소속 대학이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평가에서 안 좋은 결과를 받는 것도 결국은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중앙대의 한 학생은 “결국 우리 학교의 성적에 대한 신뢰가 높아야 취업률도 올라가지 않겠냐”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학점포기제를 폐지로 성적 개선이 곤란해 취업에서 불리하다는 주장 이외에도  흥미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고 싶어도 학점이 낮게 나올 것을 우려해 상대적으로 성적 받기 쉬운 과목만 이수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로 들고 있다.

성균관대 경영대학의 한 학생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상당수의 학생들이 학점 포기제를 활용하고 있다”며 “낮은 학점을 받으면 당장 취업할 때 불리하지 않겠나. 폐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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