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지난 19일 국회에서 '대학입시개혁, 수험생이 던지는 돌직구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 취재는 애초에 정부의 입시정책에 대한 비판기사를 쓰려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만한 자리를 찾아간 것이었다. 건설적인 이야기는 이날 기삿거리가 되지 못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언론 기사는 날선 비판으로 채워졌다.

잘못된 입시정책에 대해 개선보다는 '처음부터 다시'를 외치는 과열된 분위기를 조장하거나 휩쓸린 것은 아닌지 사실 아직도 마음이 무겁다. 입시혼란의 주범은 정책의 잦은 변경이란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백년은커녕 10년을 지속하는 교육정책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적응할 만하면 뒤집어엎으니 입시는 매년 혼란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정책이 180도 뒤집히는 것은 무엇보다 과도한 의욕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비판으로 누더기가 된 앞선 정부의 입시정책을 보며, 이번에야말로 완벽한 정책을 만들어보리라는 의욕이 넘치는 것이다. 교육에 관한 근본 철학의 차이도 보수와 진보의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처음부터 다시' 하자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게 만든다.

아무리 비난받는 입시정책이라도 원래 취지가 그러하지 않았을 것인즉 분명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무조건 완전 변태가 아니라 원래 도입취지를 살리고 오류를 고쳐나가는 것이 때론 더 나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능을 쉽게 내고 EBS교재 연계율을 못 박은 정책은 수험생들의 과도한 학업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자사고는 원래 입시학원처럼 변질된 특목고에 맞서 공교육 성공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입학사정관제(학생부종합전형)도 성적은 조금 낮지만 잠재력이 높은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미국 모델을 본떠 만들었다.

돌직구 간담회에서 일반고 출신으로 의예과에 합격했다는 학생이 수줍게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더 확대됐으면 한다”면서 “성적만을 보지 않고 잠재력과 열정을 높이 사는 이 전형 덕분에 꿈에 그리던 의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 학생이 용기를 내 개진한 의견은 비난 여론속에 묻히고 말았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내신과 수능, 비교과 스펙까지 요구하는 특목고 전형으로 변질됐다", "자기소개서를 위해 하루아침에 꿈을 바꿔야 했다", "책을 탐독한다고 '공부를 하라'는 핀잔을 들었다", "수능이 너무 쉬워 실력보다 운이 중요했다" 등의 비판은 날을 세워 전면적 입시제도 개혁을 외치는 구호처럼 이날 뉴스와 인터넷을 달궜다. 마땅한 비판이다. 다만, '무조건 다 없애자‘가 아니라 '개선하자'로 읽었으면 한다. 낡고 변질된 입시정책은 철거보다는 리모델링 하는 것이 낫다는 게 현장을 찾았던 기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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