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이름으로 나붙은 14개의 대자보. 19일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 설치된 대자보 판 모습이다. 필자들도 다양하다. 총학생회는 말할 것도 없고 '법 97', '신학 98 이석현', '상경98 송범희' 등으로 자신을 밝힌 연세대생들이 의견 표명을 하고 '89 영문 졸'이라는 이름도 눈에 띤다.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지난 11일 오후 연세대에서 치뤄진 '경배와 찬양' 행사의 학습권 침해여부. 대형 스피커와 멀티비젼을 이용한 찬양예배 등이 행사 개최지 였던 체육관 뿐만 아니 라 중앙도서관 앞에서까지 행해 지면서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 했다 는 것이 일부의 주장이다.

여기에 대한 반박의견도 만만찮다. 종교 관련 집회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매도당해서는 안 되며 만약 이러한 논리라면 도서관 앞에서 늘상 이뤄지고 있는 집회나 풍물패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일부의 주장은 캠퍼스 내에 만연해 있는 '다양성위 에 존재하는 편협성'이라는 것이다.

12일 시작된 대자보 논쟁은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느낌이다. 게시되는 대자보의 숫자도 늘 어나고 있고 쟁점도 확대되고 있다. 이는 "캠퍼스에 만연한 복음주의는 물량주의에 허덕이는 한국 교회의 병폐에 다름아니다"는 내용이 등장하면서 종교의 대(對)사회 인식 문제까지제기되고 있다. 물론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학교이기 때문에 더욱 당당하게 전도에 나서겠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10일 이상 지속되고 있는 이 논쟁이 어떤 형태로 발전해 가던지 간에 "대학은 다양 성을 실현하는 공간이며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이익을 침해 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학교당국, 총학생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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