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학생까지의 청소년세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기성세대들은 교육기득권ㅜ집단이기 때문에 지금의 국가중심 교육체제가 진짜로 환골탈태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억울하다고 항의할 사람들이 나올 수 있다. 우선, 자녀교육 뒷바라지 때문에 등골이 빠지고 있는 이 나라의 학부모들은 교육피해자 집단이지 어째서 기득권집단이냐는 항의다.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지금 자식교육 때문에 힘들다고? 뭐가 힘들단 말인가? 과외비 마련하느라 힘들고, 새벽부터 아이를 깨워 학원 보내느라 힘들고, 집에 있을 때 공부 안하고 컴퓨터로 게임하거나 야동 보는 것 못하게 감독하느라 힘들어 죽겠는가? 힘들다고 손꼽는 모든 사항들은 한마디로 내 자식이 남의 집 자식보다 행여 교육경쟁에 뒤떨어질까봐서 전전긍긍하는 것일 뿐 절대로 당연한 어버이노릇 하느라 애쓰는 것이 아니다. 이 나라 학부모들은 당연한 어버이노릇을 기피하기 위해서 허울 좋은 교육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나이 불문하고 교육이라는 울타리 속에다 가둬 넣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을 뿐이다. 교육이라는 이름의 국가기준에다 모든 것을 위탁해 버리고 나면 부모들의 책임은 면제, 또는 완료된다는 착각을 공유하면서 부모들은 당연한 어버이노릇으로부터의 해방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기성세대들이 작당하여 청소년들을 교육이라고 하는 울타리 안에다 되도록 긴 시간을 가둬두기 위해서 온갖 지혜를 동원한다. 부모자식이 한 밥상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말 그대로의 다반사를 오히려 예외적 특별행사처럼 여기는 가족관계를 당연시하는 것이 요즘의 가정이다. 한창 말을 배우는 어린아이의 끊임없는 질문들에 대해서 일일이 대답해 주는 대신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보내버리는 것이 요즘 부모들의 유아교육이다. 왜 그럴까? 혹 내 아이가 나를 닮는 것이 두려워서는 아닐까?

내 자식의 어버이노릇은 내가 하겠다는 각오가 서 있는 부모들은 자녀교육에서 이미 절반 쯤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어버이노릇이란 특별하거나 별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동물들이 하듯이 하면 된다. 자식이 부모를 빼어 닮도록 정성을 다해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내 자식이 나를 쏙 빼어 닮은 인간으로 자라줬으면 좋겠다는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까? 자식이 동일시하고 싶어 할 인품과 삶의 표상 노릇을 하기가 겁나는 부모들이 자식 교육의 원칙을 국가기준에다 위탁하는 것은 아닐까?

자식 앞에서 당당하고 떳떳한 어버이노릇 하기에 자신 없는 부모들이 남들의 기준에 맞춰 자식을 과대포장하려고 돈과 시간을 쏟아 붓고 있다. 교육경쟁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서 어버이노릇으로부터의 해방을 누리고 있는 학부모들은 교육기득권 집단임에 틀림없다.

어버이들이 그렇거늘 나머지 다른 집단들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는 바로 엊그제까지만 해도 피해자의 일원이던 젊은이들이 일단 대학생만 되고나면 기득권에 편입되어 버린다. 대학생들의 중고생 과외 알바자리가 없어진다면 어쩌겠는가? 취업이 힘든 요즘에는 알바 몇 탕 뛰는 쪽의 수입이 오히려 직장월급보다 높을 정도다. 학부모와 대학생들이 현재의 국가주도 교육체제 하에서 기득권집단으로 분류될 수 있다면 결국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기성세대들은 지금의 교육체제에 귀속된 기득권집단이라고 말해도 틀린 소리라 할 수 없다.

*** 김인회 교수는....
연세대 교육학과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1969년 이화여대에 부임했고 1980년 연세대로 자리를 옮겨 2003년 정년퇴임했다. 한국교육사학회 회장, 연세대 박물관장, 한국교육철학회 회장, KBS객원해설위원, 혜곡최순우기념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재)내셔널트러스트문화유산기금 이사장, 한국박물관교육학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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