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권리 무시당해... 수리요청 거절, 파손 등에 임의로 책임 물어

▲ 28일 서울 광화문 드림엔터에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신용한 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대학생주거실태조사팀이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원룸을 구할 때 대학생들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6가지 항목들도 제시됐다. (사진=한명섭 기자)

28일 대통령직속 청년위, 대학생 원룸실태조사 발표
40만원 이상 월세 부담해도 최저주거기준도 못 미쳐
기숙사 확충, 월세 보증금 지원 등 정책 마련 필요해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새학기를 맞은 대학생들은 여전히 주거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학가 주거공간은 40만원 이상의 월세를 부담해야 한다. 월세 보증금은 1년 대학 학비를 훌쩍 넘는 1500만원에 가깝다. 이 때문에 대학생 중 72.2%는 전·월세 가격을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어렵게 구한 집도 좁고 안전하지 못한 경우가 상당수였다. 집주인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비싼 관리비를 부담하는 고충도 고스란히 떠안고 있었다.

28일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청년위)는 새학기 대학가 원룸수요가 급증하는 시기를 앞두고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청년위의 이번 대학생 주거실태조사는 대학생주거실태조사팀과 공동으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했다. 수도권 원룸 세입자 대학생 1200여명을 대상으로 심층취재, 설문조사 등을 실시했다.

수도권 원룸 세입자 대학생들은 평균적으로 42만원의 월세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 보증금 평균은 1418만원이다. 41만원 이상의 월세를 부담하고 있는 경우도 43.4%에 달했다. 비싼 주거비용 때문에 부모에게 의지하는 경우도 전체의 78.9%를 차지했다.

어렵게 구한 거주공간도 대학생들에겐 좁고 불안하다. 대학생의 주거공간은 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응답자의 70.3%는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인 14㎡ 미만인 원룸에서 생활한다고 답했다. 화재나 방범문제도 떠안아야 한다. 화재가 날 경우 대책이 없어 불안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2.1%에 달했다. 또 방범시설이 부족해 걱정된다고 응답한 대학생도 29.8%로 나타났다.

실제로 응답에 참여한 수도권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모 학생은 “4층에 거주하고 있다. 불이 나면 빠른 탈출 방법이 없다. 계단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소화기나 비상출구 표시등도 없어 불이 나서 전기가 끊기면 나가는 길도 모를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세입자로서의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원룸 세입자 대학생 44%는 수리요청을 거절당했거나 계약 전 정보와 실제 환경이 다른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세입자로서의 권리침해 사례로 가장 많은 경우는 하자보수 및 수리 요청 거절이 26.8%로 가장 많았다. 이사할 때 파손 및 임의교체 등의 사유로 해당 금액을 보증금에서 제하고 반환한 경우가 12.3%, 보증금 반환이 지연된 경우도 10.4%에 달했다.

이 외에도 대학생들은 집주인과의 갈등상황에서 마땅한 대응방법을 몰라 참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34.5%). 관리비로 납부하는 금액은 한달에 평균 5만7710원이지만 실제 소요금액보다 많다고 느끼는 경우(37.5%)가 많았다.

수도권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모 학생은 “관리비에 복도 청소비용도 포함돼있는데 복도가 항상 더럽고 청소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관리비가 아깝다”고 비판했다.

대학생들이 토로하는 주거문제는 개인 차원의 민원해결이 아닌 정책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룸 등의 주거공간을 선택하는 것은 기숙사 공급 정책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원룸에서 살게 되는 현실을 감안해 정책 차원의 거주비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청년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세 명 중 한 명은 어쩔 수 없이 원룸을 주거공간으로 선택했다. 대학생 중 33.4%는 기숙사에 입사하고 싶어도 입주 자격이 되지 않거나 탈락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주거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대학생들은 전체 대학생 중 절반에 달한다. 한국장학재단이 2013년 발표한 ‘대학생 주거실태 분석 및 수요예측을 통한 기숙사 건립방안 연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국 대학 재학생 218만 7293명 중 타 지역 출신 학생은 88만 5506명으로 전체 대비 40.48%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숙사 수용률은 전체 대학생 대비 16.34%에 그쳤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대학생주거실태조사팀 소속 한현철씨는 “대학과 지역사회가 학생 입장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 기숙사비는 학기 초에 등록금과 함께 납부해야 하는데 약 600만원에 이른다. 분할납부와 카드결제가 가능하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경희대, 이대 등 기숙사 문제도 주거 문제에서 고통받고 있는 학생 입장에서 전향적으로 해결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용한 청년위 위원장은 “한국장학재단 차원에서 월세 보증금 지원제도를 마련하거나 공공기숙사를 확충하는 등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생 주거문제는 더이상 대학생 및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 세대까지 고통을 주는 전 사회적 문제다. 정부와 대학, 지역사회가 다 같이 힘을 합쳐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