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홍익대, 동덕여대, 한예종… ‘예술강자’ 줄줄이 대학로로

지방대, 사이버대 등도 매입이나 임대 통해 산업현장과 밀착

▲ 서울 대학로 일대. 서울대병원과 서울대 연건캠퍼스 건물 일부가 보인다. (사진 = 송보배 기자)

# “시각적 충격이 필요한데 뭐가 좋을까” 오후 2시, 창작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콘텐츠코리아 랩의 오픈공간에서 홍익대 학생들이 토론 중이다. 강의가 끝난 학생들이 공연 실습을 위해 콘텐츠코리아 랩 소회의실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로에 진출한 대학의 학생들은 이처럼 관련기관에서 무대연출을 논하고 캠퍼스 내 소극장에서 공연을 연습하고 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실습현장인 극장들이 있고 캠퍼스 문을 열면 바로 직업현장이 펼쳐진다. 중앙대, 홍익대, 동덕여대… ‘공연예술’ 강자로 꼽히는 대학들이 줄줄이 대학로로 진출하는 이유다. 한류 붐과 공연예술 인기에 힘입어 대학로에 다시 ‘대학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대학로에 대학이 몰리고 있다. 공연예술 전공을 중심으로 단과대학 규모의 대학로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앙대는 2001년 공연예술원을 설립하고 2007년 연극전공이 안성캠퍼스에서 대학로로 이전했다. 동덕여대도 2001년 동숭동에 공연예술센터를 설립했다. 상명대 예술디자인대학원도 2001년 동숭동캠퍼스로 이전한데 이어 2012년 11월 이화사거리에 홍익대 대학로캠퍼스가 문을 열었다.

이밖에 △한성대 디자인아트평생교육원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서울여대 대학로캠퍼스 △ 국민대 제로원디자인센터 게임교육원 등도 현재 대학로에 자리잡고 있다. 한예종 음악원과 전통예술원도 현재 임시적으로 대학로에 둥지를 틀고 있다.

1975년 서울대 이전 이후 ‘대학가’로서 지위를 잃고 대학로라는 이름이 무색해졌던 동숭동 일대가 2000년대 이후 다시 ‘대학의 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대학, 특히 예술 관련 학과들이 대학로로 모여드는 이유는 ‘현장성’에 있다. 대학로가 한국 공연예술의 중심을 형성하면서 공연예술관련 전공들이 공간과 인프라를 찾아 대학로로 진입하는 것이다. 사실상 대학로를 중심으로 학과 특성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백남영 중앙대 공연영상창작학부 학부장은 “연극영화계열 학과들이 대학로로 나오고 있는 추세”라며 “연극의 경우 졸업생들이 진출할 주무대가 바로 대학로다. 학생들은 대학로에 정착된 공연문화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대학로 진출은 눈에 보이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캠퍼스 증축공사로 인해 임시적으로 대학로에 둥지를 튼 한예종도 대학로가 가진 인프라가 학생 교육에 있어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평가했다. 한예종 시설관리과 김준환 사무관은 “소극장이나 문체부 등 대학로에 형성된 인프라가 학생들의 교육과 시너지를 이루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1일 대학로. 상명대 예술디자인센터(오른쪽) 맞은편에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신축부지(왼쪽) 모습이 보인다. <사진 =송보배 기자>

후발주자들은 특히 산학협력을 고려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홍익대는 미술대학으로 대표되는 대학의 강점 분야를 공연예술까지 확대하면서 2012년 캠퍼스 개원에 맞춰 공연예술대학원을 신설했다. 현재 대학로캠퍼스 5만7098㎡ 부지 15층 건물에 △공연예술대학원 △광고홍보대학원 △디자인콘텐츠대학원 △영상대학원 △IDAS 등 5개 대학원 28개 전공이 진출했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 콘텐츠코리아 랩, 문체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공공기관과 PMC프로덕션 등 관련 업체가 학교 내 입주했다.

▲ 홍익대 대학로캠퍼스에 입점한 콘텐츠코리아 랩에서는 스튜디오 등 제작환경과 제작장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학생 전공과 밀접한 기관을 전략적으로 입주케 했다고 밝혔다. (사진 = 송보배 기자)

고희경 홍익대 교수(공연예술전공)는 “학생 전공과의 관련성, 산학협력 여지 등을 고려해 관련 기관을 적극적으로 입주토록 했다”며 “문화예술생산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업체가 들어오면 학생들이 인턴 활동이나 산학협력을 하는 데도 장점이 있다. 이런 전략적인 비전을 보고 임대를 한 것”이라 전했다.

실제 홍익대 2층, 10층, 14층, 15층에는 콘텐츠코리아 랩이 들어서 있다. 2층과 10층은 창작자를 위한 열린공간, 14~15층은 제작공간으로 구성돼 창작자를 위한 취업지원, 창업지원이 이뤄진다. 콘텐츠코리아 랩 박대환 사원은 “창작자를 위해 장비와 자금 지원, 네트워크 연결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인문학과 더불어 예술이 고사 직전에 처해 있지만 대학로를 중심으로 공연예술의 구심점 형성 움직임은 뜨겁다.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뮤지컬 시장이 연간 3000억원 대로 성장했다.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을 중심으로 대중적인 관심도가 커지고 있으며 SM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들도 뮤지컬 제작에 진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 넌버벌 퍼포먼스인 난타가 관객 1000만 명 돌파를 기념하며 행사를 가졌다.

백남영 학부장은 “뮤지컬과 넌버벌 형식 예술들이 대중화 되고 지원자도 많아지고 있다”며 “공연계에 연예인들도 오가고 방송 프로그램 노출도 많아지면서 대중적인 관심도 커졌다”고 말했다.

지방대나 사이버대 등도 이에 질세라 문화예술 전공자들을 위한 공연장이나 실습장을 대학로에 별도로 두고 대학로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건물을 매입하거나 비용이 부담스러운 경우 임대를 통해 실습장이나 공연장을 꾸미고 있다. 일단 이들도 서울 소재 대학들이 대학로로 옮겨오면서 얻는 이점을 최대한 가져가고자 인근의 문화예술 산업현장과의 협력방안까지 적극 검토 중이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는 동숭동에 대학로캠퍼스를 두고 연기예술학과 학생들의 실습, 공연에 활용하고 있다. 곽노흥 연기예술학과 학과장은 "대학로에 한국연극협회, 배우협회 등 협의체들이 많기 때문에 대학로 진출은 이들과 소통에 유리하다. 실제 우리 학과는 연극 관련 협의체 임원들을 다수 배출키도 했다. 이런 협의체와의 교류나 현장실습이 학생들의 공연과 진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 영주에 위치하고 있는 동양대도 오는 2월 1일 대학로 소극장 아트센터K를 인수한다. 동양대는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의 실습과 현장연계를 돕고 수도권 거주 재학생들의 공연 연습 등에 이를 활용할 계획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대학로 진출이 입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곽노흥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연기예술학과 학과장은 “대학로에 극장이나 공연장이 있다는 건 그만큼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이라며 “학생들도 대학로 입지를 선호하기 때문에 입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명남 서경대 교수(공연예술학부)도 “일반적으로 대학로에 공연장이 있으면 공연과 전시에 더 효과가 좋고 학생 선호도도 높다”고 전했다.

일부에선 대학이 진출은 했으되 ‘대학문화’를 만들지 못하고 ‘대학로 문화’에 흡수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 간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공동작업이나 공통 연극제 등 활동이 없다는 것이다. 대학로에 진출한 한 대학의 교수는 “지금은 대학 간 경쟁 구도가 있다. 그러다보니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없다. 앞으로 대학간의 교류와 협력을 넓혀나가야 대학문화가 대학로에 자리잡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1일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신관(중앙) 앞 거리. 서경대와 동양대도 최근 공연예술관련 학과를 중심으로 대학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 송보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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