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인가 남발하고 이제와서 타깃삼아… 대학들 '탁상행정' '장기적 비전 부재' 비판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사범대학이 태풍의 중심에 섰다. 교육부가 지난달 22일 신년 업무보고에서 사범대학을 대표적인 ‘인력과잉’의 사례로 언급, 정원감축을 예고하면서 부터다. 취업률이 낮은 인문‧사회‧자연계열 학과들 또한 향후 구조조정 철퇴를 맞을 것이 예견된다.

교육부가 이제와 사범대학를 구조조정 타깃으로 삼는 데에 대학가에선 ‘오락가락 행정’ ‘뒷북행정’이란 비판이 흘러나온다. 그간 사범대학 ‘인력 과잉’을 초래한 것은 교육부의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육부는 최근까지 사범대학 인‧허가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 2009년과 2010년 목포대와 인천대에 각각 사범대학이 신설됐으며 우석대는 2010년, 청주대는 2014년 국어교육과를 신설했다. 제주대도 2017년 체육교육과를 신설할 계획이다.

중등교원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은 이미 1980년 초부터다. 30년 넘게 인력이 과잉공급된 상태가 계속됐지만 교육부 사범대학 인‧허가정책에는 변함이 없었다. 1992년 공개임용제도 채택으로 사범대학이 교원양성기관의 지위를 잃은 상황이었지만 사범대학 수는 오히려 늘어 현재 전국 45곳에 이른다. 교육부가 인력공급과잉을 방임해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그간 교육부의 사범대학 인‧허가 남발과 방임은 결국 ‘사범대학 출신 실업자’를 키워왔다는 지적이 인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는 탓에 사범대학의 임용률과 취업률은 곤두박질쳤다.

2013년 10월 국회 안민석 당시 교육과학기술위원회(현 교문위)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공립대 사범대‧교대 임용시험 합격률’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국공립대의 중등 교원 임용시험 합격률 평균은 10.3%에 불과하다.

▲ 2014 건강보험 DB연계 취업통계연보 <출처=한국교육개발원>
취업률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간한 '2014 건강보험 DB연계 취업통계연보'에 따르면 대학의 중등교육 계열 취업률은 36.8%에 그친다. 특히 인문교육은 가장 낮은 25.8%를 기록했고 △사회교육 32.4% △자연계교육 35.0% △언어교육 36.9% 순으로 낮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이미 사범대학의 임용 TO 기근과 취업난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5.31교육개혁 당시 정부는 교원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한 차례 수술을 시도한 바 있다. 전문대학원제도인 교원양성전문대학원 추진이 그것이다. 학부의 다양한 전공 학생 중에서 수요인력의 1.5~2배 인원을 선발해 교원양성전문대학원에서 초등‧중등 교원을 양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교원의 질을 높이고 수급도 조절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존폐 위기를 느낀 사범대학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단과대학의 이익 논리에 밀려 인력 수급 불균형을 해결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현 시점에서 추진하는 구조조정에 대해 양적인 조절만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구조조정의 중장기 비전과 방향 제시가 양적 조절에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역시 중장기 계획 안에서 점진적으로 실행돼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승호 동국대 교수(국어교육과)는 “한 시점을 기준으로 급진적이고 갑작스러운 조정에 들어가는 건 학생들의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점진적으로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정권에서 다 해결하겠다는 그런 성급한 자세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종재 전 한국교육개발원장은 “양적 차원의 일률적인 ‘정원축소’ 구조조정은 사범대학 프로그램의 질을 낮추고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새로운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조정을 대학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 교육’이란 큰 틀 안에서 근본적인 교원양성체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나치게 유리된 초등‧중등 교육과정의 연계성을 감안한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충옥 경기대 교육대학원장은 “교육부는 국민공통교육과정에 맞는 새 그림을 구상해서 장기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과 계획을 내놔야 한다. 중등교원양성과정 뿐 아니라 국민공통교육과정 틀 안에서 교원양성체계 전체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매년 사범대학에서 실업예정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수급 불균형을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교직의 여러 특수성을 고려해 교원양성기관의 전문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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