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회계법 통과는 '구름 뒤 맑음' 대학구조조정법은 '흐림'

2월 임시국회가 막을 올렸다. 이번 임시국회에 대한 대학가의 관심은 뜨겁다. 사실상 기성회비 관련법 처리의 마지막 기회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종료됐기 때문에 이번 회기 내 통과가 유력하다.

여야는 2일 오후 2시 집회로 공식 일정을 시작해 오는 9~10일 이완구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 25~27일 3일간 대정부질문이 진행된다. 본회의는 26일과 3월 3일에 개최하기로 했다.

■2월 국회 기성회비 ‘폭탄’ 처리 마지막 기회= 2일 국회에 따르면 교문위는 오는 5일과 23일, 24일 법안소위를 열기로 합의했다. 기성회비 관련법은 5일 법안소위에서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기성회비 관련법을 처리해달라는 국·공립대의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총장들은 ‘국회가 국공립대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지 말라’며 압박했다.

기성회비 관련법 처리가 늦어지면서 대학가에서는 벌써부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기성회 직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기성회 직원은 전국적으로 약 2000여명이다. 기성회회계가 폐지되면 이들은 모두 해고나 다름없는 상태로 전락한다. 대학회기 마감인 2월 28일 이후 월급을 받을 방법이 없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등록금이다. 기성회비 폐지가 유력해지자 국공립대 총장들은 ‘등록예치금’으로 기성회비를 걷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등록예치금은 대학회계상 존재하지 않는 명목이다. 기성회비 징수가 불법이라는 판결을 받자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이 거세다. 서울 A국립대총장은 “국회가 서둘러 기성회비 관련법을 처리해줘야 관련 혼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압박성 발언을 했다.

■기성회 관련법 3개 계류중 야당 법안은 논의 실종=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기성회비 관련법은 3개다.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재정회계법)과 국립대학법, 기성회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이다. 국립대학법은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발의한 법으로 학교설치령에 근거하고 있는 국립대학 설치 근거를 법률로 격상시키고 국립대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취지다. 국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지원책임을 명시하고 반면 국립대학은 입학정책과 교육 등에서 사회적인 책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7월 발의됐으나 제대로된 상임위 심사를 거치지 못하고 있다.

기성회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은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이 발의했다. 기성회회계를 즉시 폐지하고 수업료를 일정규모까지 인상시킬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수업료 폭등을 경계하기 위해 단계적인 인상을 하도록 했고 부족한 재정을 국고를 통해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2월 발의돼 4월 법안소위와 전체회의에서 논의됐으나 교육부가 재정확보에 난색을 표함에 따라 논의가 진척돼지 못했다.

교육부와 여당은 재정회계법 통과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법은 기성회비 관련법 중 가장 빠른 2012년 7월 발의됐다. 그러나 기성회회계를 폐지하고 국고 일반회계와 통합한 대학회계를 두어 대학 총장에게 재정권한을 일임한다는 점과 국립대학임에도 발전기금 형식의 적립금을 쌓을 수 있도록 허용한 점 등이 논란이 됐다. 특히 기성회비 폐지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국립대 재학생들의 기성회비 반환소송이 과도한 등록금 부담을 덜고자 했던 취지였음에도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통합징수 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소송의 취지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크다.

그러나 국회 내 논의는 앞선 두 법보다 재정회계법 통과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야당 관계자는 “여당에서 다른 법안에 대해 논의를 전혀 하지 않았다. 시기적으로 더 이상 기성회 관련법을 미룰 수도 없어서 재정회계법을 수정통과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여야 재정회계법 합의하고 쟁점법안 논의로 냉각= 야당이 재정회계법 통과로 돌아섰지만 쟁점은 있다. 적립금 문제는 절대 합의할 수 없다는 것이 야당 의원들의 입장이다. 국고와 학생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가 사립대처럼 ‘쌈짓돈’을 쌓도록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국립대의 사회적인 책임을 명시하도록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여야 관계자들 모두 법안소위 의원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합의를 이루고 있어 큰 진통은 없을 전망이다.

불씨는 도리어 다른 곳에 있다. 야당은 기성회 관련법 쟁점에서 교육공공성을 담는 수준에서 합의하기로 방침을 바꾼 반면 여당은 교육공무직법 등 야당의 핵심 법안에 대해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이 발의한 교육공무직법은 초중고교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그러나 국회 교문위 여당 간사실에서는 “교육공무직법안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와의 조율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비정규직에 관한 시각이 달라서라는 게 중론이다.

이미 여야는 아시아문화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등으로 한차례 충돌한 바 있다. 야당 측은 “여당이 요구조건을 내건 채 합의나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다. 본인들 법안처리에 사인만 하라는 것이 논의냐”고 분개했다. 반면 여당은 정부논의 등이 불충분했던 법안이라며 조율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대학구조조정법’ 논의 실종 고등교육 이슈는 뒷전= 기성회 관련법 외에 다른 고등교육 관련법은 논의에서 비켜난 상태다. 특히 교육부가 5등급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근거법인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대학구조조정법)은 이번 회기에 상정되기 어렵다.

교문위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실 측은 “시기상 올해는 제정이 돼야 한다. 법안소위에 올려보자는 의견들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법 역시 교육공공성을 둘러싼 쟁점이 커 합의가 쉽지 않다. 특히 사립대학 법인에 퇴로를 열어주는 조항 등이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이 크다. 또 재산처분을 용이하도록 용도변경을 허가하는 조항이 관련법들을 무시하도록 설계한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발의한 김희정 의원이 입각함으로써 논의를 이끌어갈 주체가 없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곤혹스러움을 호소하고 있다. 자칫하면 벽성대학처럼 교육부 폐쇄명령에 항의해 소송을 진행하는 사례도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법학자들은 “교육부의 대학평가는 행정권 남용으로 충분히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관련법을 그대로 입법하면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로잡습니다.
상기 기사에서 '10~13일 4일간 대정부질문이 진행된다.' 를 '25~27일 3일간 대정부질문이 진행된다.'로 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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