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0명 이상이 국내·외서 ‘봉사 실천’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아이들을 앞뒤에 태운 오토바이가 한 곳을 향한다. 분홍, 검정, 파랑... 아이들이 맨 책가방의 색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한글이 쓰여 있는 흰 티셔츠를 챙겨 입었다. 열일곱 대의 오토바이가 멈춘 곳은 칼리우랑에 위치한 작은 호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도 30km 떨어진 칼리우랑은 지금도 활동을 하는 고도 2891m의 므라삐 화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아빠 혹은 엄마 품에 안겨 오토바이에 내린 아이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누군가를 향해 뛰어간다. 한글이 적힌 티를 입고 제 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며 자랑하더니 이내 품에 안긴다. 양 팔에 두 명씩 안겨 자리가 없는데도 기어이 품을 파고들며 반가움을 전한다.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볼을 비비며 반가움을 전한 이들은 널따란 강당으로 아이들을 안내한다. 2주간 족자카르타의 초등학생들에게 방과 후 수업을 진행했던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의 ‘동계 단기 29기 WFK(World Friends Korea) 청년봉사단’은 인도네시아를 떠나기 하루 전인 지난달 15일 아이들을 초대해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화산을 만들고 리코더를 연주하며 함께 어울리다’ = 요구르트 병에 점토를 덧붙여 산 모양을 만든다. 식초에 물감을 섞고 병에 넣는다. 여기에 베이킹파우더를 부으면 보글보글 화산에서 용암이 흘러내린다. 아직도 화산 활동을 하고 있는 므라삐 화산 근처의 초등학교라서인지 아이들은 더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굴린다. 칼리우랑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아리도는 “찰흙으로 무언가를 만들었는데 그게 화산이 됐다. 신기한 경험이었다”며 “한국에서 온 형과 누나들은 모두 멋있다. 또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리코더로 음계를 짚어주고 ‘반짝반짝 작은 별’ 노래를 함께 부르는 문화 수업. 덕분에 청년 봉사단이 수업한 교실 벽면에는 ‘도레미파솔’을 나타내는 커다란 오선지가 걸려있다. 3학년인 아구스는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동쪽 하늘에서도/서쪽하늘에서도~" 노래를 부르며 “한국 노래를 몇 개 배웠다. 아리랑도 안다”며 자랑했다. 청년봉사단은 담배를 처음 피우는 나이가 평균 11살인 인도네시아 학생들을 위한 ‘보건수업’도 진행했다. 호원대에 재학 중인 김현수(항공서비스3)씨는 “인도네시아는 남성의 60% 이상이 흡연하는 전세계 흡연율 2위 국가다.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흡연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보건 수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를 찾은 26명의 한국인 대학생들이 진행한 수업의 인기는 아이들의 수업 참여도를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봉사단은 초등학교의 정규 수업이 끝나고 3,4학년을 대상으로 ‘방과 후 수업’을 진행했다. 11시에 수업을 끝낸 학생들은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1시까지 학교로 돌아와야만 했다. 광주여대 김지수(사회복지4)씨는 “방과 후 수업이기에 사실 아이들이 안 오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다. 아이들이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이라는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지 확신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반에 20명 안팎인 아이들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두 학교로 돌아왔다. 3,4학년 반에서만 이루어진 수업을 보려고 5,6학년들이 교실의 창가에 모여들었다. 전북대 박수민(중어중문2)씨는 “교실 밖에서 창문에 매달려 한글을 배웠던 5학년 학생이 한글로 편지를 써 가지고 왔다.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잠깐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집중하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이 내내 수업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청년 봉사단의 꼼꼼한 사전 준비 덕이다. 인도네시아 파견이 결정된 청년봉사단은 3차에 걸친 심화교육을 받았다. 빈곤과 국제개발, 응급처치부터 인도네시아의 역사와 문화까지 챙겼다. 인도네시아에 도착해서도 수업을 위한 준비는 계속됐다. 조선대 차성문(무역4)씨는 “아이들과 수업이 끝난 후에도 무엇을 보완하면 좋을지 매일 회의를 했다. 한글, 문화, 과학 수업 등 팀끼리 회의가 끝나면 전체 회의를 통해 매일 수업을 피드백하고 다음날 수업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WFK 청년봉사단’은 인도네시아를 ‘배움’으로 기억했다. 알려 주려 갔지만 배우고 왔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환한 미소와 순수함, 사랑이다. 원광대 송진화(복지보건3)씨는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을 잊을 수 없다. 무조건 믿고 따르는 아이들 덕에 외려 기운을 얻고 간다”고 밝혔다. 광주대 임나은(과학교육3)씨 역시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임 씨는 “사실 화산 모형은 어렵지 않은 실험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정말 신기해하며 따르고, 눈을 반짝이며 수업에 참여한다”며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고 말했다.

■ 전국의 대학생,  하나가 돼  국내외를 누비며 나눔을 실천하다 = 대사협은 한국의 대표 대학생 사회봉사단체다. 1996년 전국의 대학·전문대학 총장이 모여 ‘사회봉사’를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립했다.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237개 대학을 중심으로 매년 해외봉사와 국내봉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지난해 단기 해외 봉사에만 총 684명(하계 351명, 동계 333명)이 참가했다.

국내 활동은 대학생 혹은 대학 동아리가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돕는 활동이 주를 이룬다. 대사협은 지난해 ‘사람, 사랑 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생들이 봉사활동을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대학 내 40개 동아리와 개인 봉사자 75명은 전국의 소외된 이웃을 살피러 전국을 돌아다녔다.

전국의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해 가구를 만들고 공부를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Dream With’는 전국의 대학생 동아리가 지역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환경개선을 지원하고 교육을 돕는다.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아동을 위해서는 다양한 단체가 연합해 직접적인 지원도 이어갔다. 낡고 오래돼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내려앉은 지붕아래서 살고 있던 중 2학생을 위해 'Dream With'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직접 도배와 장판을 교체했다. 방송사도 이 학생이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Dream with'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대사협의 해외 봉사는 단기와 중기로 나뉜다. 단기는 보통 2주, 중기는 약 5개월간 해외에 머물며 나눔과 배려를 실천한다. 지난해에는 네팔, 라오스, 몽골, 베트남 등 12개국에 총 684명의 학생이 파견됐다. 이들은 현지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초등학교의 낡은 건물을 재보수하거나 담장에 페인트를 칠한다.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을 다듬고 아이들의 정서를 다독이는 활동이다.

5개월을 현지에 머무는 중기봉사단은 파견팀 별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현지 밀착형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비교적 긴 기간 동안 지역 주민들과 생활하고 호흡하며 초등 교육, 예체능 교육, 문화 교류 프로그램 등을 실시한다. 지난해 7월 몽골, 미얀마, 캄보디아로 떠난 104명의 학생들이 지난달 봉사를 마치고 귀국했다. 대사협은 “중기봉사단은 장기봉사단과 단기봉사단 사이의 연계 프로그램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라며 올해도 약 150명 규모의 확대된 중기봉사단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인터뷰]강희성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회장  “봉사는 소통과 배움을 배우고 오는 것"

강희성 대학사회봉사협의회 회장(호원대 총장)은 지난 2008년부터 회장직을 맡아왔다. 회장은 매해 단기봉사를 챙기며 네팔,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을 동행한다. 봉사에 여간한 관심이 없다면 꺼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강 회장은 “봉사활동을 통해 사물을 보는 균형잡힌 시각을 얻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몸에 삶의 향기가 벤다. 앞으로도 여러 활동을 통해 사랑, 행복, 나눔의 기쁨을 우리 학생들이 더 잘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협 봉사활동의 차별성이 있다면.

"각종 봉사 프로그램에 많은 대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대사협의 봉사프로그램은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대학가에 봉사문화를 확산시킨다. 또한 동아리 활동을 지원해 봉사를 인연으로 만난 학생들이 집단 내에서 의사결정에 참여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형성 기회를 갖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문제해결능력을 신장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봉사가 (취업)스펙이 됐다는 지적도 있는데.

“해외봉사가 공급자 중심의 사고로 접근해 실적관리 또는 스펙쌓기로 변질되었다는 지적이 많고  어느 정도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봉사자들이 해외에서 이와 같은 자세로 임할 경우 수원국이나 수혜자에게는 상처를 주는 것이요, 우리 국익에 오히려 해를 끼치는 일이다. 봉사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현장에 임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들과 소통하며 그들로부터도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우리들이 생각한 봉사의 참 뜻은 전달될 수 없다. 많이 가졌다고 그들에게 단순하게 나눠주고 많이 안다고 가르쳐주고 '그러니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봉사단을 운영할 경우 그 폐해는 부메랑으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인도네시아 현지 대학과 봉사활동에 대해 논의했다고 하는데.  

“국립 가자마다대학(University of Gadjah Mada, UGM)에서 아주 인상적인 프로그램을 소개받았다. 2개월 봉사활동 프로그램 ‘까까엔(KKN)’이라는 것인데 대학생들이 가진 사회 개발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해 해당 지역 주민과 학생간의 양방향 교류·협력으로 확장되는 양질의 교육과 봉사가 연계된 시스템이다. 이는 대학 사회봉사의 파급효과를 높이는 데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젊은 청년들의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함양하고 자존심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된다.”

-해외 봉사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정부와 민간의 지원이 확대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대학생들에게 해외봉사 기회의 문이 넓어졌다.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양적 확대에 그치지 않고 질적 성장도 함께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 봉사자 스스로 준비 단계에서부터 본인의 신념과 자세를 확고히 해야 한다. 우선 봉사자 스스로 건강한 상태여야 한다. 나눔을 실천하는 데 앞서 나의 건강한 심신은 활동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다. 둘째,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봉사는 겸손함에서 우러나와야 그 본래의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준비해야 한다. 열린 마음과 포용의 자세만이 그들의 마음을 여는 가장 확실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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