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용 건물 관리자 두고 CCTV 설치, 외부인 접근 막아
건물은 천안 세무과 압류 토지는 소유법이 달라 '속수무책'

▲ 지난 12일 직접 찾아간 충청남도 천안의 선교청대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개교 만 10년만에 폐교된 이 대학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사진=이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선교청대는 지난 2003년 충청남도 천안에 터를 잡았다. 세계 선교와 글로벌 교육 등을 표방하며 성민대라는 이름으로 개교했다. 영어강의를 비롯해 100% 기숙사 입사제도를 시행하며 국가선교전공, 사회복지전공, 예술학전공, 대체의학전공 등의 과정을 운영했다. 2011년 선교청대로 이름을 바꾼 성민대는 그러나 같은 해 교육과학기술부(現 교육부)로부터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됐고, 교과부의 강도 높은 감사대상이 됐다. 그 결과 경영과 교육을 넘나든 무더기 비리가 적발됐다. 결국 선교청대는 2012년 8월 교과부로부터 학교폐쇄명령을 받았다. 개교 만 10년만에 교문이 닫혔다.

지난 12일 선교청대를 찾았다. 천안 도심에서 40여분을 달려서야 선교청대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선교청대는 천안 은각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었다. 좁은 산길을 달려서야 선교청대의 모습이 보였다. 폐교로부터 3년, 선교청대의 문은 잠겨있었다. 정문의 좌우 기둥에는 학교법인 대정학원과 선교청대의 명패가 여전히 붙어있었다.

관련법상 대학이 폐쇄되면 토지와 건물 등 잔여재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대학을 소유한 학교법인이 다른 학교를 소유하고 있을 경우엔 법인에 귀속된다. 선교청대 학교법인인 대정학원은 선교청대 외에 다른 학교를 소유하지 않아 선교청대가 해산할 때 함께 해산했다. 토지와 건물 모두 국가로 귀속되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다. 그러나 선교청대 건물은 여전히 대정학원에 속해 있다.

▲ 선교청대는 '사유지'였다. 관련법에 의해 학교폐쇄 시 선교청대 건물은 국고로 귀속돼야 했지만 소송 등이 이어지며 여전히 건물들은 학교법인 대정학원의 소유로 남아있었다. (사진=이재 기자)

대정학원은 외부인의 접근을 금지하는 경고판을 정문 창살에 걸었다. 영어경고판도 함께 걸렸다. 경고판에는 사유지이므로 외부인의 침입을 금하는 내용이 써있었다. 사설보안업체의 경고문과 CCTV 촬영안내문도 정문 창살 한 켠을 차지했다. 그러나 창문 너머로 확인한 관리자 사무소는 거미줄만 무성했다.

산자락을 조금 더 올라가자 선교청대의 잠긴 내부를 볼 수 있었다. 정문에서 선교청대 건물까지는 약 500M의 거리다. 진입로는 깨끗했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두 대의 차량이 정차해 있었다. 차량 인근의 움직임은 없었다. 선교청대 맞은편 B대학 연수원 직원은 “선교청대 관리자 두 세명이 출퇴근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한 채 선교청대 토지와 건물을 지켰다. 해당 건물은 천안시 세무과에 압류된 상태다. 세금체납 등의 이유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는 학교법인 대정학원 소유로 돼있었다. 대정학원 측이 세금을 납부하면 해당 건물은 다시 대정학원에 귀속된다. 존재하지 않는 법인이 재산을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천안시 세무과는 “해당 건물은 교육용으로 쓰이다가 압류된 상태”라며 “대정학원의 존재여부 등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해당 업무는 교육부 담당일 것”이라고만 말했다.

혼란의 이면에는 송사가 얽혀있다. 교과부가 지난 2012년 8월 31일 선교청대에 대해 폐쇄명령을 내린 뒤 선교청대는 대학으로서의 기능이 모두 정지됐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대정학원이 교과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학교폐쇄명령처분 및 학교법인해산명령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대정학원의 해산은 유보됐다. 이 소송의 가장 최근 판결은 지난 4일 있었다. 대정학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대정학원은 여전히 학교건물에 대한 소유를 인정받고 있었다.

소송이 3년을 끌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선교청대 구성원들이 짊어졌다. 교과부가 선교청대 학생들의 인근대학 특별편입학을 추진했으나 일부 대학은 학력수준의 격차가 크다며 거절했다. 인근 한 대학은 ‘학벌세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졸업을 코앞에 둔 4학년 2학기 학생 등 대다수 학생이 불안감에 시달렸다. 교과부는 선교청대의 등록금 수준(한 학기 210만원)을 유지해 등록할 수 있도록 했지만 등록금 인상에 대한 불안도 컸다.

교수와 직원은 당장 일자리를 잃었다. 폐교 당시 이 대학 한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교폐쇄는 말그대로 직장을 없애는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 제32조에 규정한 근로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동법 동조 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용증진 조항 위반으로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의 권리를 부인하는 처사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대정학원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소송이 마무리된 만큼 관련 재산의 처분문제를 서둘러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대정학원이 더 이상의 항소를 포기하면 선교청대 건물은 천안시와 교육부의 협의를 통해 국가귀속 등이 결정된다. 이후 이를 공매하는 형태로 다시 민간에 되파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정학원이 다시 항소를 결정한다면 천안시 세무과가 강제처분을 통해 건물을 몰수할 가능성도 있다. 서류로만 존재한다는 대정학원의 결정에 좌우되는 셈이다.

▲ 폐쇄된 선교청대 정문의 모습. 이 대학 구성원들은 이후 일자리를 잃거나 학업을 중단하는 등 극심한 피해를 받았다. 교육부는 현재 관련 소송이 정리되면 재산청산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이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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