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명령만 내리고 후속조치 미흡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폐쇄 대학들이 후유증을 앓고 있다. 교육부 폐쇄명령과 자진폐교로 문을 닫은 6개 대학이 크고 작은 소송에 휘말렸다. 교육부가 대책을 마련했다는 학생들도 절반가량이 학업을 포기했고, 교수와 직원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생활고를 호소하는 상태다. 무엇보다 폐쇄된 대학들의 잔여재산 처분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혼선을 키웠다.

교육과학기술부(現 교육부)는 2012년 2월 명신대 학교폐쇄를 시작으로 성화대학과 선교청대 폐쇄를 단행했다. 2013년 건동대가 자진 폐교했고 2014년에는 경북외대와 벽성대학이 문을 닫았다.

이들 대학은 폐쇄 직전 교육부의 감사를 통해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났다. 설립자나 총장의 교비 횡령을 포함해 △부당 학점 수여 △시간제 등록생 과다 모집 △교수·직원 채용비리 △교육부 행정조치 불이행 등 불법운영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당시 고조되던 대학구조조정의 기조에 따라 대학은 폐쇄되고 학생들은 인근 대학 유사학과로 특별편입학이 이뤄졌다. 건동대와 경북외대 학생 205명이 대구대로 특별편입학했고, 중원대와 나사렛대 등도 폐쇄대학의 재학생을 특별편입학으로 받았다. 교육부는 대학평가 시 이들을 정원에서 제외해 특별편입학을 허용한 대학을 배려하는 정책을 폈다.

그러나 특별편입학을 통해 학업의 기회를 얻은 학생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국정감사 자료집을 통해 명신대·성화대학·벽성대학 3곳의 재적 학생 2116명 중 920명(44%)만이 다른 대학에 특별편입학했다고 밝혔다. 학교폐쇄 소식을 듣고 대다수 학생들이 자퇴하거나 등록을 포기해 재적 인원이 급감한 것을 비춰보면 교육부의 학교폐쇄로 학업을 포기한 학생 수는 예측이 힘들 정도다.

특별편입학한 학생에 대한 지원도 미비했다. 특별편입학을 받은 대학들은 편입학 학생들에 대한 지도관리대책을 전혀 수립하지 않았다. 국회의 국감 자료요청을 받고 나서야 각 대학의 재적 현황 파악에 나섰다. 명신대 재학생 15명이 편입학한 순천대 관계자는 “명신대가 폐교될 당시 학적 자료가 전무한 상태로 학생들의 학적 관련 행정 업무 처리 시 고충이 많았다. 명신대 담당자와 연락이 두절돼 업무처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교수와 직원에 대해서는 폐쇄 이후 대책이란 게 거의 없었다. 성화대학은 2011년 기준 전임교원 82명, 직원 23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벽성대학 또한 2013년 기준 재직 교원 18명, 직원 24명이 퇴직했으나 이들에 대한 고용승계나 재교육은 없었다.

이에 벽성대학 직원들은 고용보장을 위한 소송을 독자적으로 진행해야 했다. 이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벽성대학은 해고 통보의 고지를 위반하면서 학교가 실제로 폐쇄되기도 전에 직원들을 해고했다. 이로 인해 현재 직원 7명이 임금청구 반환소송과 해고 무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교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명신대 소속 교수들은 신원보증 반환소송과 인건비 반환 소송 중에 있다. 일부 교수들은 일자리를 잃고 인근 평생교육원에서 강의하며 근근이 생계를 잇고 있다. 폐쇄대학 출신이라는 낙인으로 다른 대학에 임용되기도 쉽지 않다. 명신대에서만 38명의 교수가 여전히 직업이 없다.

게다가 이들 대학에 대한 재산처리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2012년부터 폐교된 6개 대학의 ‘학교 기본재산 처리 경과 및 계획’을 보면 잔여재산은 법인에서 경영 중인 다른 초중등교육 기관의 교육용 기본재산이나 법인의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된다. 법인이 다른 교육기관을 운영하지 않는다면 채무변제 등 청산 절차 이후 잔액이 국고에 귀속된다. 경우에 따라 대학의 부채 변제를 위해 기본재산 및 수익용 기본재산 매각이 허용된다는 뜻이다.

성화대학 부지는 여전히 이전 학교법인인 세림학원의 소유로 남아있다. 선교청대와 벽성대학, 경북외대 등은 소송과 재산처분의 문제로 여전히 건물과 토지의 소유권이 해당 학교법인에 있다. 건동대만 공매를 통해 다른 직업교육기관으로 전환했을 뿐이다.

명신대 김주연 전 교수는 “대학을 폐쇄시켰다면 재단을 엄벌에 처하고 구성원의 구제책을 모색해야 정부가 아닌가. 근데 재단에서 교수와 직원을 임명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나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강변했다.

▲ 폐쇄대학 학생 편입학 현황 (2014년 09월 기준 / 단위: 명) (제공 = 한국사학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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