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CI, 스스로의 생각 구현… 아동의 문제해결능력 배양 기대”

교재개발 등 사회공헌 대학·정부·기업 등 파트너 필요
공학교육 핵심 ‘문제해결자’ 양성 ‘문제인지’ 훈련부터

[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 오봉초등학교 5학년 이동현(가명)군은 테블릿 PC 속 곰돌이과 친구가 되고 싶었다. 동현 군은화면 측면의 설정에 들어가 조도 값과 그에 따른 곰돌이 행동을 각각 입력했다. 테블릿 PC 화면을 손으로 가리자 곰돌이는 큰 눈을 깜뻑이며 말했다. “졸려~”. 테블릿 PC에 빛을 쬐자 어느새 선글라스를 착용한 곰돌이 나타나 “눈부셔~”를 연발한다. 동현군에게 곰돌이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초등학생인 동현군이 손쉽게 조작한 것은 ‘SiCi(Smart ideas for Creative interplay)'란 프로그램이다. 조혜경 한성대 정보통신공학 교수 손 끝에서 탄생했다.

SiCi는 일반인과 어린이가 함께 즐기는 로봇 콘텐츠 저작도구다. 복잡한 프로그래밍 스킬 없이도 로봇과 스마트디바이스 상의 가상 캐릭터를 연동해 스토리텔링은 물론 게임, 과학실험 등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현해 낼 수 있다.

산업용 로봇을 전공한 조 교수가 로봇 콘텐츠 저작도구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초등학교 공학교육 현장을 목격한 이후부터다.

“아이들은 시중에 판매되는 도구를 조립하고 있었어요. 왜 이것을 만들어야 하는지, 무엇이 달라졌는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도 없고 당연히 피드백도 없었습니다. 앞도 뒤도 없이 마냥 조립만 하고 있었던 거지요. 공학교육의 시스템을 바꿔야겠다 생각했습니다”.

▲ 조혜경 한성대 교수가 자신이 개발한 ‘SiCi(Smart ideas for Creative interplay)'프로그램을 모바일 환경에서 시연하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조 교수는 2009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SICI 개발에 착수, 5년 연구 끝에 지난해 성공작을 내놨다. SICI의 가장 큰 특징은 간단한 규칙을 입력하는 것으로 기존의 복잡한 컴퓨터 언어를 대체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초등학교 교과과정을 전부 분석해 기존 교육과정에 로봇 프로그램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현장에서 선생님이 그때그때 떠오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것이 교육적 효과가 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럴려면 일단 조작이 쉬운 도구여야 했습니다. 선생님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자기 생각을 바로바로 저작도구에 구현해 낼 수 있을테니까요.”

조 교수는 지난해 독일 빌레펠트대에서 개최된 ‘인간-로봇 상호작용 학술대회(HRI 2014)’에서 어린이용 로봇 콘텐츠 저작도구인 SICI를 발표해 ‘최우수 시연상(Best Demonstration Award)’를 수상했다. 기존 공학교육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모바일 환경에서 쉬운 규칙으로도 자유자재 운영되는 SICI에 외국인 연구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기술을 오픈소스로 해서 함께 연구하자는 제안도 들어왔다.

“감사한 제안이었죠. 하지만 먼저 우리 안의 내공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부 혹은 기업의 지원을 더 받아서 주도적으로 이 기술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만 합니다. 그래야 이 기술 소스를 오픈하더라도 우리에게 적합한 기술을 더욱 더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SICI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조 교수는 현재 공공기관 혹은 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SICI 교재 개발 등 활동을 함께 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프로그램을 활용해 한성대 학생들과 함께 가까운 지역학교를 중심으로 교육봉사에도 힘쓸 예정이다.

“대학이 지역사회와 파트너십을 갖고 전문화된 프로그램을 확신시키는 작업은 의미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현 미래창조과학부에서도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교육기부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생각입니다.”

조 교수에게 공학교육이란 무엇일까.

“문제 해결자를 육성하는 것입니다. 공학교육을 통해 미래의 엔지니어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생활 주변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고, 그 결과로 누군가의 삶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문제를 인지하고 타인의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 이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는 데 공학교육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학교육이 기술적 공학으로서만이 아니라 감성, 인성교육 효과까지 함께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본인만의 방법 즉 ‘HOW’을 생각하게 되죠. 좀 더 정교한 기술적 공학을 탐구하는 데 흥미를 가질 수도 있고, 정책적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나옵니다. ‘어떻게’를 생각하다보면 앞으로의 삶에 대한 진로·계획 등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문제 인지가 먼저다. 조 교수는 저학년 때부터 이러한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SICI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MIT의 교육공학 프로그램은 ‘라이프 롱 킹더가든(Life Long Kindergarten) 그룹에서 만들었습니다. 이 그룹은 이름대로 유치원 시절에 익혀 ‘평생을 가는 교육’ 솔루션을 연구합니다. 문제를 인지하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것은 어릴 때부터 익혀야 한다는 것이지요. ‘평생 기억되는 교육’, 제 꿈은 SICI가 그런 교육 도구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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