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통과·기성회 파산 시간문제… 대법원 판결 승소해도 반환 주체 사라져

▲ 국공립대 기성회비 반환소송 현황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기성회비 징수의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시작된 기성회비 반환 소송은 '국립대 회계 설치 및 재정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국립대 회계법)이 교문위에서 통과돼 의미가 희석됐다. 대법원에서 기성회비의 불법 징수에 대해 학생들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책임지고 반환해줄 주체가 이미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서울대 등 국립대 7곳 대학생 4086명은 국가와 대학을 상대로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1차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은 2012년 1월 서울중앙지법, 2013년 11월 서울고법 재판에서 모두 승소했다. 법원은 수업료나 입학금과 달리 기성회비는 고등교육법상 납부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2년엔 경북대 등 15곳의 학생 9957명이 두 번째 소송을 제기했고 2014년 3차 소송에는 부산대 등 학생 1만 861명이 참여했다. 방송통신대는 재학생 10명이 2012년 3월 소송을 제기한 이래 2014년 12월 375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제기해 소송 액수는 63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판결에서 학생들이 승소할 경우 국립대는 10년 치 기성회비, 최대 13조 원을 돌려줘야 한다. 이후 2012년과 2014년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은 평균 1인당 150만 원의 기성회비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국립대 회계법이 통과되면서 배상책임이 있는 기성회는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대학별 기성회 사정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이 나더라도 집행할 자력이 없는 대학은 학생들에게 돈을 돌려줄 수 없게 된다. 국립대는 대학회계로 통합하더라도 기성회비 불법징수를 해온 데 대한 배상책임에선 자유로워지는 셈이다. 

대학이 불법으로 걷어온 기성회비에 대해 국가, 대학 어느 한쪽도 책임지지 않는 결과를 낳게 됐다는 지적이다. 단지 기성회비가 수업료로 이름만 바뀐 채 대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해야 할 국립대의 등록금은 소송 후에도 변함이 없게 된 것이다. 국립대 회계법 4조 3항에서 ‘국가는 각 국립대에 지원하는 출연금의 총액을 매년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다소 불분명한 조항 외에는 국립대 설립주체인 국가의 책임을 강화한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소송의 취지가 무색해지자 소를 제기한 학생들에게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 참여한 정상엽 전남대 부총학생회장은 “당초 기성회비 반환보다는 국가가 국립대에 대한 공공성을 지키고 책임을 지켜야 한다는 의도로 시작됐으나 이번 조치로 모두 무색해졌다”고 아쉬워했다.

소송을 제기했던 국공립대 학생들을 비롯해 한대련, 교대련, 시민단체는 크게 반발하면서 국립대 회계법의 본회의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2010년부터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이끌었던 하주희 변호사는 향후 소송 진행과 관련 “현재 등록 예치금을 받고 있는 대학들에 가처분신청을 하고 반환 소송을 진행할 수는 있다”면서도 “등록예치금은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소송이 가능하겠지만 시간이 걸린다”며 말을 흐렸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