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급여 9년째 120만원... 의원실내 돌려막기

상사 인간관계 치중해야…인턴마저 정치판
인턴 운영, 지침에 머물러 있는 것도 문제

#. 새정치민주연합 한 의원실 소속 A씨는 국회 경력만 꽉 찬 2년차 인턴이다. 처음 들어올 때는 의원을 보좌하고 국가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람으로 일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A씨는 벌써 3번째 의원실을 갈아탔다. 윗사람 눈치는 어느 정도 볼 줄 알게 됐다. 비서관이 되기 위한 면접에서 줄줄이 낙방해 해마다 의원실을 옮겨 다니며 새로 계약을 맺었다. 처음 국회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의 꿈이 점점 작아져만 갔다.

#. B씨는 오늘도 목에걸려있는 자신의 명함을 보며 국회 의원회관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새누리당 국회인턴으로 일한지 6개월이 넘었다. 인턴이 하기 어려운 보도자료 작성, 질의서 작성도 곧잘 한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 원칙이지만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다. 국정감사 기간에는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해 본 기억이 없다. 토요일도 정상 출근이다. 그의 시급을 계산하면 어림잡아 4400원 수준이다. 올해 최저임금인 5580원에 비해 1100원 가량 부족하다.

▲ 국회인턴들이 주로 상주하고 있는 국회의원회관. 25일 저녁 9시에도 대부분 의원실에는 불이 켜져있다.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국회의사당에서 국회의원들을 보좌하는 ‘국회인턴’은 대학생들에게 꽤 괜찮은 경력과 대내외적 명분을 쌓을 수 있는 일자리로 통한다. 하지만 정식 직원도 아니어서 자주 의원실을 옮겨다니고 국감철이면 밤샘까지 업무시간에 비해 적은 급여로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등 실상 '국회판 열정페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는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의원실마다 2명의 인턴을 둘 수 있는 국회인턴 제도를 두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국회 인턴은 모두 600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 ‘장그래’와 ‘열정페이’가 실상 국회에 모두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불만은 낮은 급여에서 시작된다. 이들의 월급은 120만원이다. 4대 보험료과 세금을 제외하면 109만원 수준이다. 인턴 급여는 2008년 월 11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오른 후 계속 동결됐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지난해 인턴 급여를 15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지만, 예산결산특별위 본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처우가 이런데도 의원실의 다른 보좌진과 마찬가지로 야근이 잦고 국정감사 등 바쁜 시기에는 아예 퇴근을 못하기도 한다.

인턴 기간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국회인턴은 22개월간 한 의원실에서 근무가 가능하다. 고용 기간이 12개월을 넘으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12개월이 되기 전에 계약이 해지되는 일이 잦다. 계약 연장도 쉽지 않다. 국회인턴이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B씨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막으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인턴 때부터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 같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국회인턴들은 업무능력을 인정받더라도 기존 보좌관이나 비서관이 그만 두면서 의원실에 결원(缺員)이 생기기 전까지는 정식으로 채용되기 어렵다. A씨는 “비서관이 되기 위해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해야 한다”며 “솔직히 능력은 ‘도토리 키재기’다. 누가 보좌관들에게 잘 보이는가에 따라 인턴 목숨이 달렸다”고 털어놨다.

법 준수에 앞장서야 할 국회가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B씨는 “노동 착취를 막아야 하고 또 막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착취하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A씨도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다는 국회가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사무처가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사무처가 만든 국회인턴의 운영은 강제성 있는 규정이 아닌 지침에 머물러 있다. 제도정비가 제대로 이뤄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B씨는 "제도 운영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국회사무처다. 기재부 탓이나 개별 의원실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그런데도 국회사무처는 뒷짐만 지고 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국회인턴 예산 증액 관련 안이 국회 예결위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지난 8년간 꾸준히 요구했는데 안됐다. 인턴은 의원실 개별로 뽑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무처에서 별도로 국회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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