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강국 프랑스 원자력 현장 가보니...

한수원 원자력 창의홍보 PT대회 수상자 유럽 탐방 동행
원자력 강국 프랑스 한수원 파리사무소, 생 로랑 원전 방문

▲ 프랑스의 모든 원전은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한수원과 같은 기업으로 전기가 어떻게 생산이 되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이진호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진호 기자] 인천공항에서 오후 느지막이 출발해 서쪽으로 12시간 날아가 다음날 저녁 도착한 프랑스. 이 나라의 허브인 샤를드골 공항에 내리자 일행을 반긴 것은 어둠을 밝히는 조명이었다. 프랑스 중심가 파리로 이동하자 아름다운 조명과 함께 시내 곳곳이 빛나고 있었다. 간접조명을 활용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진 프랑스 전력의 힘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었다.

프랑스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원자력 강국이다. 원전 58기를 운용하며 전체 국가전력생산의 75% 담당하고 있다. 원자력의 힘으로 유럽 국가 중 최저 수준의 발전단가를 자랑한다. 프랑스는 1950년대 상업용 원자력 발전을 시작해 우리나라보다 20년 일찍 원전 가동을 시작했다.

대학생으로 구성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유럽 에너지 시설 탐방단이 첫 번째로 찾은 프랑스 파리는 지난해 세계 최초 민간원자력 전시회인 세계원자력전시회(WNE)가 개최되는 원자력 산업의 중심지다.

■“원자력 산업 발달, 종사하는 사람도 많다” … 프랑스 한수원 파리사무소 방문 = 지난 11일 파리 개선문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한수원 파리사무소에서 프랑스의 원자력 힘을 실감했다. 올해로 3년째 한수원 파리사무소 주재원으로 근무 중인 윤숭호 부장은 탐방단 학생들을 반기며, 프랑스 원자력의 강점을 이야기 했다. 윤 부장은 “프랑스는 원자력을 국가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원자력 관련 산업이 발달 돼 종사하는 사람도 많다. 일하는 사람들의 자부심도 크다”며 “프랑스 국민들 역시 원전 강국인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국내 원자력 기업 한수원은 세계에서 단 3곳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프랑스에 위치한 한수원 파리사무소다. 나머지 두 곳은 뉴욕과 아부다비에 있다. 파리사무소는 유럽 지역 에너지를 점검하는 허브역할을 하는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 한수원은 세계에서 단 3곳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프랑스에 파리에 있다. 한수원 파리사무소 주재원으로 근무 중인 윤숭호 부장이 탐방단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이진호 기자)

윤 부장은 “한수원 파리 사무소는 안전과 품질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 필요한 기자재의 디자인, 생산, 제작, 납품 그리고 출하까지 전 과정에 걸쳐 검사를 실시한다. 발주자 의도에 맞게 제작되는지, 품질 요건에 맞춰 안전하게 생산됐는지를 점검한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위치한 한수원 사무소의 역할은 조금 다르다. 현재 아부다비에는 한국이 4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새롭게 건설하고 있다. 한수원 사무소는 이곳 건설 현장 본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아부다비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두고 한국은 지난 2009년 프랑스와 경쟁했다. 원전 수주를 따낸 것은 한국이었다. 윤 부장은 “한국의 원자력 기술도 세계적 수준에 올라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유럽에서는 한국 인지도가 낮은 게 안타까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에너지 정책 흐름은 다변화되고 있다. 파리 지역에서도 여파가 있었을까. 윤 부장은 “후쿠시마 사건은 세계적인 원자력 사고다. 그후 유럽지역도 원전에 대한 안전문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과거 체르노빌 사고 때가 유럽에서는 여파가 더 컸다. 지역적 이유라고 본다. 독일은 원자력 발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프랑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2년 5월 당시 대통령이 원자력의 비중을 50%로 낮추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주력 전력 산업인 원자력발전을 축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선언 후 중단된 원전은 현재까지 없다”고 전했다.

■“높은 원전 수용성, 안전에 대한 신뢰가 바탕” … 프랑스 생 로랑 원전 탐방 = 이튿날, 탐방단은 프랑스 파리에서 남쪽으로 180km에 위치한 생 로랑(St. laurent) 원전을 찾았다. 프랑스 원자력의 관리·감독은 정부 부처인 에너지부가 담당하며, 산업 전반은 원자력청(CEA), 프랑스전력공사(EDF), 프랑스폐기물관리공사(ANDRA), 프랑스 원자력 업체(AREVA) 등 4개 기관이 맡고 있다.

프랑스의 모든 원전은 EDF가 운영하고 있다. EDF는 1946년 ‘전기·가스사업국유화법’에 의해서 국유화된 프랑스의 모든 전기사업을 경영하기 위해 설립됐다. 전기 생산부터 수송,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의 한수원과 같은 기업으로 전기가 어떻게 생산이 되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생 로랑 원전 나따나엘 베라그 홍보 담당자는 “연간 4000명이 전시관을 방문한다”며 “전시관을 통해 원자력 운영을 투명하게 알린다. 누구든 신청을 하면 방문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는 자원이 풍부하지 않기에 석유, 가스, 석탄 등 대부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원자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베라그의 설명이다. 프랑스 원전의 특징은 똑같은 기술을 적용한 발전소가 배치돼 있다는 점이다. 모두 가압경수로로 표준화를 통해 전문성을 높였다. 한 원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수정했을 시, 다른 원전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발전소 한 곳마다 보통 2~3개의 원자력에너지를 생성하는 리액터(Reactor) 빌딩이 있다.

1983년부터 운영 중인 생 로랑 원전은 현재 ST-Laurent-B1과 B2 2기다. 각 원전의 출력량은 915MW, 956MW 규모의 전기를 생산해낸다. 생 로랑 원전에는 쿨링 튜브(Cooling tube)가 존재한다. 베라그는 “생 로랑 원전은 내륙지방에 위치해 있다. 열을 식히기 위해 바닷물 대신 민물을 냉각수로 사용해야 한다. 바닷물에 비해 가용한 수량이 적기 때문에 쿨링 튜브를 사용하여 추가적으로 열을 내려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생 로랑 원전 나따나엘 베라그 홍보 담당자가 학생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이진호 기자)

원자력 발전소로 인해 지역주민들 불편함이 없었는지 물었다. 원자력은 이곳 주민들 삶의 일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생 로랑 원전 인근 마을 ‘메르’에서 만난 주민 정프랑스와 젤슈(56) 씨는 “전혀 원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어릴 때부터 원전을 하나의 에너지라고 인식하고 지내왔다. 물론 안전하다는 믿음도 강하다. 원전 안전 홍보가 잘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정마크 고티에(55) 씨는 “혹시나 있을 원전사고에 대비해 문서로된 매뉴얼이 존재한다. 원전에 정확한 정보가 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전을 위험해 꺼리는 국내와 달리 이곳 주민들에게서 거부감과 두려움을 찾기 힘들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마을주민에게 특별한 보상이라는 게 없다는 점이다. 베라그는 “대부분 주민이 원자력 산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특별한 혜택은 없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도록 간접적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다”고 전했다.

프랑스 국민들에게는 안전한 원전을 위한 훈련이 일상화돼 있다. 이것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안전성을 높이는 일상적 노력으로 본다.  프랑스는 5년마다 방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훈련의 규모와 방식은 훈련에 참여하는 봉사자들에 따라 다르다. 프랑스 국민이라면 누구나 원전 방재훈련에 자원봉사자로서 참여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 역시 안전에 철저하다. 프랑스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청(ASN)은 전문 검사관들을 구성해 시설 보완과 각종 안전성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사 후에는 개선할 점을 원전 운영기관인 EDF에 통보한다. 그 내용을 공개해 EDF 측의 성의 있는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베라그는 “프랑스의 높은 원전 수용성은 안전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주기적으로 주민들에게 안부편지와 안전 정보를 발송하는 노력이 원자력의 신뢰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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