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에너지시설 탐방단 원자력 국제기구 방문

NEA 맥우드 사무총장, IAEA 강기식 박사와 간담회
원자력의 필요성과 미래를 깊게 고민하는 자리

▲ 한수원 대학생 유럽 에너지 시설 탐방단은 11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NEA 국제기구를 방문했다. 탐방단과 대화를 나눈 NEA 맥우드 사무총장(오른쪽)과 신시아 사무총괄.(사진=이진호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진호 기자] “더 많은 위험에 대한 대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쓰나미라는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에 기인했지요. 더 높은 수준의 원전 안전 설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 대학생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구(OECD/NEA) 윌리엄 맥우드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NEA는 참여국간 협력을 통해 원자력을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개발하기 위한 활동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로 한국은 1993년 5월 가입했다.

■NEA 맥우드 사무총장  "전문인력 양성, 국민적 수용, 기술향상 삼박자가 중요 " =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대학생 유럽 에너지 시설 탐방단은 지난 2월 11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NEA 국제기구를 방문했다. NEA 맥우드 사무총장과 신시아 사무총괄이 탐방단을 맞이했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대학생과의 만남을 반겼다. 지난해 한국 방문때도 대학을 찾아 학생들과 만난 적이 있다. 이날도 바쁜 일정가운데, 시간을 내 탐방단과 함께 대화를 나눴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NEA는 OECD 회원국들이 가입한 원자력 협회다. 국가 간 원자력 사업의 중재, 방향에 대한 조언 그리고 연구 협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원전 사고에 있어 사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된 대형 사고로 1979년 미국 TMI,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를 꼽는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사고가 발생한 원전이 오래 된 발전소이기 때문에 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후쿠시마 사고 원전과 동일한 기종을 계속 운행 중에 있다. 당시 사고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원인 조사를 하던 과정에서 원전 운전자가 좀 더 적절한 대처를 했더라면 사고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원전 운전자의 훈련과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 탐방단은 맥우드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화는 영어로 이뤄졌다. (사진=이진호 기자)

NEA는 원자력 에너지에 관해 중립을 유지한다. 원자력을 옹호하지도 않고, 반대하지도 않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비영리 국제기구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원자력 사용을 공표할 수 없다. 대신 원자력 산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 원전산업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을까. 맥우드 사무총장은 “NEA의 한국 원자력 평가는 긍정적이다. 안전규제 관련 부분도 양호하다. 최근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는데,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등의 원자력 연구 동향도 훌륭해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계속운전’은 원자력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국내도 설계수명 30년에 도달한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인허가로 홍역을 치뤘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미국 계속운전 승인 절차를 통과해 발전소를 60년 동안 운전한 사례가 있다. 오래된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점은 사실이 아니다. 단지 새로운 기술로 건설되는 원전이 상대적으로 좀 더 안전할 뿐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속운전을 승인받은 원전도 지속적인 검사를 통해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폐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원자력 시설 건설 역시 안전 규제가 잘 지켜지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원자력 관련 시설이 건설되면 지역 고용 기회가 늘어나는 등 경제적 혜택이 있다”고 이야기 했다.

한국에는 현재 6개 대학에만 원자력 전공 학과가 있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대학에서의 전공자 만이 원자력 전문가로 양성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본인 스스로도 대학에서 원자력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고 했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누구라도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려고 노력하다보면 충분히 원자력 발전소나 기관에서 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학생 탐방단과 맥우드 사무총장과의 만남은 1시 30분 이상 이어졌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원자력 전문인력 양성, 국민적인 수용성 고취, 원천기술 수준 향상의 삼박자를 잘 유지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에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 탐방단은 IAEA 미팅룸에서 원자력 전문가 강기식 박사와의 만남을 가졌다. IAEA에는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이 10% 미만이다. 강기식 박사는 정년을 보장받은 사람 중 한명이다. (사진=이진호 기자)

■노벨평화상 수상 IAEA 국제기구 강기식 박사와의 만남 = 지난 2월 16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UN본부에 위치한 이곳에 한수원 대학생 탐방단의 출입이 허용됐다. 들어가기에 앞서 꼼꼼한 보안 절차부터 거쳤다. 일일이 여권을 확인하고 소지품을 체크했다.

건물에 들어서자 반가운 인물인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건물 앞 광장에는 가입 국가들의 국기가 걸려있었다. 1957년도에 가입한 한국의 태극기도 보였다. 탐방단은 소규모 미팅룸으로 안내 받았다. 안내를 도운 한수원 김기영 부장은 “전체 약 2300여명이 일하는데, 그중 한국 직원이 40여명 근무 중이다. 다들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IAEA는 국제연합 총회 아래 설치된 준독립기구로서,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 및 안전성 제고를 위한 국제적 협력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IAEA는 한국 원자력 안전규제 체제에 대한 ‘통합규제검토서비스(IRRS)’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 그해 11월 경주에서는 방글라데시, 케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폴란드, 벨라루스, 이집트, 요르단, 터키, 우간다, 헝가리, 베트남 등 총 12개국 원자력 주요 인사가 참여해 원전 추진국 워크숍도 열릴 정도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탐방단은 미팅룸에서 원자력 전문가 강기식 박사와의 만남을 가졌다. IAEA는 2년 마다 계약을 맺어 최대 7년까지 일할 수 있다. 그 후에는 정년이 보장되는 직급을 획득하거나 일을 그만둬야 한다.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은 10% 미만이다. 강기식 박사는 정년을 보장받은 사람 중 한명이다. 강 박사는 “IAEA는 어떻게 하면 원자력을 개발하고, 이를 안전하게 이용하면서 핵 물짐 등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관리할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IAEA는 역할에 충실해 지난 2005년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고 평화적 이용에 공헌한 공로로 사무총장 모하메드 엘바라데이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미팅룸으로 향하는 입구에는 당시 받은 노벨평화상과 함께 IAEA 근무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전시물이 있었다. 강 박사의 이름도 한켠에 있었다.

강 박사는 원자력의 미래를 내다 보고 있다. 앞으로 원자력은 2030년까지 최소 50개, 최대 80개 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강 박사는 “개도국의 원전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벨라루스, 터키, 방글라데시, 베트남, 이집트, 나이지리아, 폴란드, 사우디 등이 원전을 새롭게 건설 하고 있다. 러시아가 건설에 앞서나가고 있지만 우리도 UAE에 원전을 건설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다른 건설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 UN본부에 위치한 IAEA. 이곳에 한수원 대학생 탐방단의 출입이 허용됐다. 가입 국가들의 국기가 걸려인 곳에서 탐방단이 기념촬영을 했다. 맨 오른쪽은 이곳에서 근무중인 한수원 김기영 부장. (사진=이진호 기자)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는 멈추지 않고 가동 중이다. 프랑스의 경우 대부분이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 가동된 원전이지만 안전성 테스트를 통해 모두 40년 운전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 박사는 “전세계 가동 원전의 75%가 25년 동안 돌아가고 있다. 오래된 발전소의 계속운전은 나라마다 화제의 대상이다. 우리나라 월성 발전소도 그중 하나다”며 “계속운전 결정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염두해야 한다. 발전소 가동시 경제적이면 돌려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강 박사는 원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사람과 조직을 꼽았다. 강 박사는 “기술은 발전해서 디지털로 점차 바뀌고 발전한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운전하는 사람에 따라 사고 발생여부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 사람을 관리하는 체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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