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있는 운영과 정부차원 관리 모두 잡아야

[한국대학신문 차현아·이재 기자] 몸집이 커진 대학가 계약학과를 ‘정상화’하려는 정책이 속속 만들어질 전망이다. 대학과 산업체의 연계성을 강화한 계약학과를 통해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먼저 계약학과의 부실운영을 적발하고 질 관리와 실효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방안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4년 현재 계약학과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 4년제 대학은 총 113곳이다. 이들이 개설한 계약학과는 584개 과에 이른다. 계약학과는 채용조건형과 재교육형으로 나뉜다. 채용조건형의 경우 입학한 학생들의 졸업 이후 기업체 채용까지 이어진다. 졸업 후 삼성전자나 삼성디스플레이 입사가 가능한 성균관대의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재교육형은 계약한 산업체에 재직 중인 사람이 업무능력 향상 등을 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계약학과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설치 및 운영의 규제를 받는다. 시행령 제8조에 의하면 계약학과를 운영하려는 산업교육기관은 △ 계약학과의 명칭 △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 △ 학생선발기준 및 방법 △ 학생 정원 △ 운영 경비 관련 규정 △ 계약학과 운영기간 △ 폐지 전후 학생 보호 방법 등에 대해 학칙에 포함시켜 운영해야 한다.

대학으로서는 계약학과는 수익창출과 취업률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채용조건형의 경우 전체 정원의 10%까지 모집할 수 있고, 재교육형은 정원 외로 학교 자율에 따라 정원을 조정할 수 있다. 대학구조조정으로 정원 감축의 압박에 시달리는 대학 입장에선 정원을 늘리고 등록금 수입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된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특히 졸업 후 취업을 담보 받아 취업률 지표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부실운영이 끊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최근에도 대학에 계약학과를 설치하고 학생을 부정 입학시킨 모 교수(44) 등이 경찰에 적발돼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이들은 2013~2014학년도에 수도권 소재 2개 대학에 미용 관련 계약학과를 개설하고 이 과정을 밟을 자격미달자 45명의 재직증명서를 허위로 꾸며 4대 보험에 위장가입시키고 부정 입학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계약학과의 경우 정상적으로 취득하기 힘든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점과 대학으로서는 등록금 재원이 된다는 점 등이 부실운영을 부추긴다. 기업의 경우 정부로부터의 보조금 등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 계약학과는 학생과 학부모, 기업과 학교 간 카르텔을 형성하기도 한다. 브로커가 학교와 기업을 연결시켜주고 계약학과를 개설토록 해 중간에서 이득을 취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특히 정원 제한이 없고 정부로부터 운영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악용됐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012년 계약학과를 편법 운영하고 있는 15개 대학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여 시정조치를 내린 바 있다. 재교육형 계약학과의 경우 산업체가 50%의 등록금을 부담하도록 규정돼있다. 일부 기업체는 이러한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기업이 부담해야 할 부담금을 학생들로부터 환수조치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이수 학점이 미달했음에도 학위를 수여한 사실이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은 학교도 있다.

교육부 취업창업교육지원과 조진행 주무관은 “이후 교육부 차원에서 매년 학교로부터 자체 보고서를 받고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시정명령을 내려 운영 문제점을 바로잡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계약학과의 설치와 폐지, 제한 규정 등을 마련했다. 이 법은 현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거쳐 법사위 논의 단계에 있다.

이군현 의원실 측은 “계약학과는 학칙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하면서 정원 제한도 느슨하고 정부 지원금도 제공된다. 불법으로 학생을 모집하고 이로 인한 피해가 끊이지 않아 최소한의 통제는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의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관리 및 규제 이외에도 계약학과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도 요구된다. 대학가에선 계약학과의 안정적이고 장기적 운영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국회에는 계약학과의 진흥을 꾀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이 지난 12일 대표 발의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의하면 대학들이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의 학생 정원을 입학 정원 20%까지 늘릴 수 있게 했다. 또한 기업의 국세와 지방세도 감면해 기업의 참여도를 높일 방안도 마련했다.

강 의원은 “이번 개정법률안은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운영 시 산업체 요구가 교육내용에 반영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학생정원 제한을 완화하고 조세감면제도를 신설하여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제도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이군현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상충될 우려가 있다. 계약학과 개설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이 국회의 문을 통과하기도 전에 계약학과 개설 문턱부터 낮춰준 셈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원 증가와 조세 감면만으로는 계약학과의 취지를 살리기엔 미흡하다는 평가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개설에는 일종의 ‘빈익빈 부익부’가 적용된다. 개설을 고려하는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들어봄직한 유명 기업이 아니면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개설을 꺼릴 수 밖에 없다. 반면 이미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일부 상위권 학교에게는 유리하다.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정책과 무관하게 대학 정원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가 대학가의 전반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정적인 학사 운영이 가능토록 하는 조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운영 3년 만에 문을 닫게 된 서울 시내 모 대학의 계약학과 관계자는 “계약학과는 계약에 의해 운영하므로 단발성에 그친다. 정부와의 계약에 의한 학과 개설이었지만 마찬가지다. 시행착오를 거쳐 노하우를 쌓아가는 단계에서 사업이 종료됐다. 지속적인 운영을 통해 학생과 학교, 기업 간 협력 체계를 장기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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