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학생 20여명 국립대 회계법 제정 반대 108배 '읍소'

▲ 국공립대 학생 20여명은 26일 오후 2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대 회계법' 처리에 반대하는 108배 퍼포먼스를 펼쳤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24일 전체회의에서 법원이 불법으로 판결한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통합해 걷을 수 있도록 한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기성회비는 국공립대 등록금의 약 80%에 육박한다. (사진=이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불법등록금을 내게 된 전국 국·공립대 대학생의 분노를 담아 1배를 올립니다.”

국공립대 대학생 20여명이 국회 앞에서 무릎을 굽혔다. 학생들은 아스팔트 바닥에 보온천을 대고 국회를 등진채 108배를 했다. 보온천은 간신히 무릎만 보호했다. 장갑을 끼지 않은 손이 아스팔트 바닥에 닿았다. 꽃샘추위로 영하까지 내려간 칼바람이 몰아쳤다. 추위 탓에 학생들의 얼굴은 차갑게 굳었다.

이들은 지난 2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한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국립대 회계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108배를 했다. 국립대 회계법은 그간 불법성 논란에 휩싸였던 국립대 기성회비를 수업료에 통합해 걷을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국립대 등록금에서 기성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80%에 달한다.

앞서 학생들은 지난 2010년부터 기성회비의 징수가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환소송을 제기해왔다. 법원은 잇달아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기성회가 교육부 훈령정도에 그쳐 법적 근거가 미약해 강제로 징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환시효가 지난 액수를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국립대가 징수한 기성회비는 약 13조원에 달한다. 법원은 이 돈이 모두 불법징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학생들은 국립대의 등록금을 실질적으로 인하하기 위해 이 같은 소송전을 진행했다. 이른바 반값등록금 정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국립대 회계법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학생들의 이 같은 요구는 사실상 묵살됐다.

▲ 법원이 잇단 기성회비 반환소송에서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기성회비 대체법안 논의에서 소송취지인 등록금 절감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지 못했다. (사진=이재 기자)

“등록금으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휴학해야 하는 고통을 담아 39배를 올립니다.”

학생들은 계속해서 무릎을 굽혔다. 국립대 회계법이 결정적으로 통과된 지난해 12월 임시국회와 올해 2월 임시국회 동안 학생들은 뭉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법안논의에서 등록금 절감대책은 소홀해졌다. 전국대학노동조합 등은 기성회직원들의 고용과 복무조건 승계를 위해 부지런히 국회와 교육부를 오갔지만 학생들은 집중적인 활동을 펼치지 못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 원내투쟁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가 쉽지 않았다. 외곽에서의 분위기가 법안심사와 통과에 큰 영향을 주는데 기성회직원들에 비해 학생들은 잘 뭉치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성은 학생들에서도 나온다. 충북지역 한 국립대 학생회장은 “학생들 사이에 이견이 있거나 미온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당장 내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 학생대표도 많아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기성회 문제에서 사실상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이 발의했던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재정회계법)’ 통과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이 법안은 국고 일반회계와 기성회회계를 통합해 대학회계를 신설하고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걷도록 한 법안이다. 사실상 국립대 회계법의 전신이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국회의 법안심사 동안 국회를 자주 방문하며 재정회계법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사실상 교육부가 재정회계법 이외의 대안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불평했다.

“올해도 비싼 등록금을 내주시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담아 108배를 올립니다.”

국립대 회계법이 상임위를 통과한 이상 본회의 통과까지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은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 측은 통과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으나 통과가 불발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은 없다.

야당은 지난 24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등록금 절감 대책을 마련하는 후속조치를 취하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법안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등록금 절감과 기성회직원들의 불이익 해소다. 교육부는 이 점을 명심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26일 108배에 동참한 전남대 이명노 씨(22)는 “국회의 불법행위 용인에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 절을 하며 오기와 분노가 더욱 커지더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학생들의 기자회견을 채증하려는 경찰과 학생들 사이의 실랑이도 벌어졌다. 경찰 측은 국회 앞이 원칙적으로 집회가 불가능한 장소임을 주장하며 채증을 하다가 학생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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