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형(본지 논설위원/나사렛대 교수)

대학은 전통적으로 연구·교육·봉사 등의 활동을 사명으로 하는 지성인의 공동체를 본질로 하고 있다. 이 기능의 중요한 축을 대학교수가 맡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방사립대 교수들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여기서 굳이 ‘지방사립대’라고 강조하는 것은 우리 한국사회에서는 ‘수도권대’와 ‘지방대’, ‘국립대’와 ‘사립대’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학령인구 감소로 2018년부터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졸업자 수를 초과하고, 2024년 이후 입학정원의 30%가 미충원될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2013학년도 미충원 인원의 96.0%가 지방대학임을 고려할 때, 지방대의 위기는 코앞에 다가와 있다. 급감하는 입학자원이 수도권으로 집중될 경우, 지방대는 입학자원 감소로 인해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는 고등교육에 대한 양적 투자보다 질적 개선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며, 2014년부터 구조개혁을 연계하는 지방대학 특성화사업 시행에 착수했다. 지방대의 경우 전체 126개 대학 중 63%가 수혜자가 됐다. 그런데 좋은 취지로 시작한 정부의 지방대학특성화사업이 선정결과 발표 이후의 후유증은 적지 않았다. 한 개의 사업단도 선정되지 않았거나 선정되더라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아든 대학의 경우 내홍은 필연적이다. 더구나 수년째 대학등록금 인하 또는 동결로 인해 재정 압박도 받고 있는 마당에 특히 재정이 열악한 지방사립대의 앞날은 정부의 국책사업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락하고 있다. 
 
중소 지방사립대들은 더욱 위기의 나락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곳에 몸담고 있는 교수들의 처한 현실도 마찬가지다. 안팎으로 불어 닥친 위기의식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체 구조조정이 필연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학과통폐합의 진통은 학교마다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정부 구조개혁의 주요 잣대인 취업률과 재학율 역시 지방사립대 교수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한 명이라도 더 소속학과 졸업생 취업을 위해 교수들은 평소 사회적 인맥들을 총동원하여야 한다. 좀 더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해 졸업을 늦추고 휴학하는 학생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말하자면 재학율 유지를 위해 상담으로 설득하는 등 교육․연구 등의 본래 업무 외 직장의 생존을 위한 일들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신입생 유치를 위한 지방사립대 교수들의 입시철 고교방문도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야말로 신입생 유치부터 재학생 유지관리와 취업까지 연결되는 전인적인 지도․관리가 일상화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전임교원 강의분담율을 높이기 위한 강의시수의 증가, 학생들의 강의평가도 스트레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재정의 등록금의존도가 높은 지방사립대는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 하에서는 재정압박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입학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까지 강요당하고 있어 지방사립대 교수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교육․연구․봉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교육자, 연구자로서의 면모보다는 신입생 유치, 기부금 유치, 취업 성공에 뛰어난 세일즈맨을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지방사립대 교수들은 학생들을 잘 가르쳐야 된다는 신념과 학생의 미래와 대학의 미래를 함께 걱정해야 되는 현실 속에서 운신과 선택의 입지는 점점 좁혀져 가는 가운데 그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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