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18대 국회 법안은 폐기…국가 지원 확대 없이 적립금·수익사업 금지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국립대 회계법)이 통과했다. 이로써 50년 이상 법적 근거 없이 비용을 걷어 운영되던 기성회 회계는 폐지하고, 국립대 전체 재정에 대한 법적 근거가 확정됐다.

이번 법안은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립대학재정회계법안’을 기초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이 지난 2014년 발의한 ‘기성회회계처리에 관한 특별법안’,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립대학법안’을 통합한 대체법안으로 지난달 상임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최초로 국회 내에서 국립대 재정회계와 관련된 법을 제정하고자 했던 시도는 지난 2002년 국민의정부 16대 국회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공교롭게도 황우여 부총리(당시 한나라당 의원)는 ‘국립대학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일반회계와 기성회계를 합쳐 대학회계를 설치하고, 대학재정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골자는 같다. 다만 국립대에 인사권을 확대하고, 국가에서 국가공무원과 시간강사 등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포함시켰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16대 국회 폐회와 함께 법안은 폐기됐고, 이명박정부 들어 정부법안으로 다시 발의됐다. 지난 2008년 11월 18대 국회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국립대학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다듬어 국립대학재정·회계법을 발의했다.

국가가 국립대 재정을 일부 총액으로 출연하고, 정부 출연금 등으로 세입으로 하는 교비회계(대학회계)를 두며 재정위원회를 두고 의결한다는 내용으로, 골자는 국립대 회계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적립금 제도를 도입하고, 발전기금을 설립해 차입과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야당과 대학가에서는 ‘국립대 법인화 시초 아니냐’는 비판과 반대에 부딪혀 다시 국회 폐회와 함께 폐기됐다.

그러다 지난 2010년 서울대 등 7개 국립대 학생 4086명이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2012년에는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승소하면서 재정회계법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19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정부입법에서 의원입법으로 사실상 전환된 것이다.

2012년 7월 민병주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 10인이 발의한 이 법은 대체법안으로 바뀌어 통과되기까지 3년간 상임위에 계류했다. 법안 내용은 교육과학기술부가 발의했던 법안과 거의 일치한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에서는 국가가 국립대에 대한 재정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며 두 개의 법안을 내놨지만 정부여당은 재정회계법을 기본 법안으로 내세웠다. ‘1, 2심에 이어 2월로 예정된 대법원 판결에서도 패소할 경우 국립대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다’며 야당의원들을 압박했고, 대법원판결 시한이 촉박해짐에 따라 야당 의원들은 결국 적립금 제도와 발전기금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금지하는 선에서 합의 도장을 찍게 됐다.

결국 국립대 운영의 새판을 짜는 12년여 간 국립대에 대한 국가의 지원 확대는 이끌어낸 바 없는 셈이다. 최종 통과된 국립대 회계법에서 국가의 책임이 강화된 부분은 ‘국립대에 지원하는 지원금의 총액을 매년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4조 3항)는 정도가 전부다. 해당 조항마저도 야당은 ‘매년 일정 비율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여야 합의 과정에서 좌절됐다.

이에 대해 대학가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적립금이나 수익사업을 허가했다면 국립대의 재정운영상 자율성까지 높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볼 순 없는 것이고 등록금 동결·인하 압박은 정면으로 받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도 국립대 총장들의 한시적 의결 때문인데다 줄었다고도 볼 수 없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이번 법안으로 정부는 오히려 쾌재를 부르게 될 것”이라며 “국립대의 목은 조이기 때문에 2~3년 안에 법인화를 고려하는 국립대가 실제로 나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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