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회비·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 등 대학생 좌절시킨 국가의 민낯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국가권력이 대학생을 상대로 민낯을 드러냈다. 꼼수와 야합으로 점철된 ‘임기응변’의 행정과 정치가 푸른 청춘에 흉터를 남기고 만 것이다. 국공립대 기성회비, 그리고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관한 이야기다.

최근 국공립대 기성회비의 불법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국립대 회계법)‘이다. 이 법은 기성회비 반환소송이 제기된 취지와 맥락을 완전히 뒤엎었다. 국공립대 등록금이 높아 이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제기된 반환소송은 기성회비 징수의 불법성을 밝혔지만 외면 당했다. 국회는 국립대 자율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등록금의 7할을 차지하는 기성회비를 사실상 존치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국립대 등록금은 평균 418만원이다. 이 가운데 298만원이 기성회비고, 수업료는 단 120만원에 불과했다. 약 2.5배 차이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국립대는 매년 5% 안팎의 수업료를 인상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성회비는 매년 10% 넘게 올랐다. 기성회비가 국립대 등록금 인상을 주도하면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국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35.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사립대는 26.5%를 올렸다. 여전히 사립대보다 싸지만, 국립대의 등록금 수준은 이미 가계에 큰 부담이 됐다.

학생들은 국립대 회계법은 기성회비 대체 꼼수라며 국회 앞에서 108배를 하고 전국 도처에서 처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목소리는 절절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학생들의 기자회견장을 외면한 채 본회의장 의자에 앉아 기성회비를 합법화하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대학구조개혁에서도 국가권력의 민낯은 다시 한번 드러난다. 지난달 27일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에서 ‘성적분포의 적절성’ 지표를 삭제한다고 밝혔다. 대신 ‘엄정한 성적 부여를 위한 제도’를 평가한다고 한다.

이 또한 면피성 꼼수다. 이미 대학가에서는 교육부의 평가편람에 따라 성적분포의 적절성을 결정짓는 평가제도를 바꿨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들과 심한 마찰을 빚고 중단하거나 법정에 간 대학도 있다. 이제와 이 제도를 제외한다면 대학은 무엇을 위해 학생들과 다툼을 벌여야 했나.

학생들은 이미 상대평가 강화방침으로 인해 큰 피해를 봤다. 얼어붙을대로 얼어붙은 취업시장에서 대학성적 손해를 감수하게 됐다. 이를 마치 대학이 ‘설레발’을 친 것처럼 지표에서 삭제하고 나몰라라 하는 것이 교육 주무부처의 책임감인가.

국가는 기성회비와 대학구조조정으로 피폐해진 대학생의 삶과 교육현장을 어떻게 복원하고 이들의 좌절을 무슨 수로 치유할 셈인가. 더 이상 교육부와 국회는 ‘교육이 백년대계’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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