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본지 논설위원/충남대 교수)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러 해 전부터 사회적인 쟁점으로 주목받아 왔다.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표심을 움직이기 위해 공약 사항으로까지 내세우며, 소위 ‘반값등록금’이 마치 곧 실현될 것처럼 시끄럽게 학생들과 부모들의 심정을 자극했다. 국가장학금 지급의 방식으로 바뀌어 시행은 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명목등록금은 높아 학생들에겐 투쟁과제로 남아있다. 물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울시립대의 경우, 과감하게 반값등록금을 실현했다. 최근 어느 토론 자리에서 만난 서울시립대 교수는 담담한 표정으로 ‘재정의 어려움은 있지만 견딜만하다’고 전했다.

‘반값등록금’ 쟁점에서 국립대의 경우는 논의 밖으로 다소 밀려나 있다. 사립대와 비교할 때 국립대의 등록금이 이미 반값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국립대도 반값등록금이 필요하거나 가능하면 등록금을 면제해주는 것이 정당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집안의 자녀들이 국립대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 선택에 있어서 성적보다는 상대적으로 반값 정도인 등록금을 감안해 국립대에 지원한 것이다. 하지만 입학 후 이 학생들은 등록금과 함께 생활비의 일정 부분 또는 전액을 아르바이트나 학자금 융자를 통해 마련하고 있다.

사회 진출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생활은 학업이나 진로 모색을 위한 준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대학을 다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하소연을 털어놓는 학생도 있다. 장학금이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아르바이트해야 하는 입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적이나 진로 모색이 취약한 일상생활의 반복 끝에 결국 대학 4학년을 졸업하지만, 취업을 위한 자격조건은 부족하고 학자금 융자에 대한 부담만 남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국립대의 등록금이 사립대와 비교하여 적다, 그래서 반값 등록금 인하의 쟁점에서는 자유롭다’는 식으로 개념화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최근 국립대 기성회비를 등록금 명목으로 하여 대학회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1963년부터 거두어들인 기성회비는 위헌 결정을 받고 그 처리에 대한 고민을 몇 년간 지속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개인적으로는 기성회비가 내심 없어지길 바랐다. 그와 함께 학생들의 등록금이 인하되는 효과가 나타나 국립대라는 기관명이 가진 의미가 등록금 차원에서 더욱 가까워지길 바라고 있었다. 또한, 기성회비의 위헌 결정은 국립대에서 현 사회 여론과 함께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며 국가로부터 기성회비만큼 학생들을 위한 추가 지원 요청을 강력히 요구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명목만 바뀌게 됐다. 통과된 법률안은 기성회비를 합법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또 다시 모두 학생들 개인에게 교육비에 대한 책임을 미루는 격이 됐다. 위헌 결정이 오히려 기성회비를 다른 명목으로 합법화하는 계기가 돼 학생들의 학비에 대한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심지어 국가의 책임을 또 다시 학생들에게 넘기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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