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야 약발 먹히는 황우여식 대학구조개혁
[사설]이제야 약발 먹히는 황우여식 대학구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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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3월 캠퍼스에 조금씩 불어오는 춘풍(春風)처럼, 서릿발 같던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에도 변화의 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지난해 8월 교육수장이 된 황우여 사회부총리의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소신이 이제야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황 부총리는 취임 이전 청문회부터 서남수 전 장관이 설계한 대학구조개혁 정책에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취임 이후에도 여러 차례 구조개혁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밝혔으나 교육부 국장실 등 실무라인에서는 별반 변함이 없어 그의 말이 ‘빈말’처럼 비화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제는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황우여 부총리는 한 대학 열차강의에서도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더 이상 대학들을 줄 세워 퇴출하거나 정원감축을 강제하는 수단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지와의 긴급인터뷰에서도 대학구조개혁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평가결과 하위 D, E그룹으로 분류된 대학들은 컨설팅 등을 통해 기타 교육기관으로 전환하도록 적극 유도하겠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대전에서 열린 대학구조개혁 보충설명회에서도 몇 가지 변경사항에 대한 추가 발표가 이뤄졌다. 자체보고서 제출기한 등 일정이 조금씩 연기되고, 평가방식이 현장방문에서 면접으로 바뀌었다. 각 대학마다 성적평가제도를 무리하게 개편하면서 부작용 논란이 일었던 정량지표 ‘성적분포의 적절성’도 삭제됐다. 대학에서는 어차피 학점 인플레이션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구성원 동의 없는 의사결정을 막았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다.

평가 제외대상 대학을 확정한 과정과 결과도 눈에 띈다. 교육부는 지난해 연말 확정한 평가편람에서는 종교지도자만을 양성하는 대학이나 편제 완성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극히 일부 대학만을 제외 대상으로 설정했었다. 그러나 예체능 계열과 더불어 전체 대학에 평가를 받기 어려운 사유를 접수했고, 편람 기준에 준하는 대학에는 심의를 거쳐 제외함으로써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제 살과도 같은 입학정원을 50% 이상 스스로 줄이면서 새로운 기회를 도모하는 대학에는 1주기 평가에서 제외하고 정부 재정지원사업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성을 발휘했다. 강제적인 정원 감축에 연연하던 이전의 경직된 태도에서 벗어나 교육 생태계를, 교육 주체인 대학들의 자율성을 존중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물론 대학사회 밖에서는 이 같은 구조개혁 정책의 변화를 ‘후퇴’로 보는 시선이 남아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일정 등급에 이르지 못한 대학들은 과감히 퇴출하고 정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외부의 주장은 여전히 강력하다. 이는 대학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대학들이 이해관계 다툼에서 벗어나고, 자체적으로 교육의 질을 높여 다시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러한 외부의 시각이 다소 왜곡되어 있을 대학을 스스로 바로 잡아야 할 때다.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부 대학의 비리와 부조리한 교수들의 갑질 논란은 스스로를 구렁텅이에 빠뜨린 면이 없지 않다. 그렇지 않은 많은 대학들이 뼈를 깍는 고통을 감내하며 대학살리기에 힘을 쓰고 있다. 그러한 노력과 정성으로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학생들의 졸업 후 삶의 질이 보장되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언론과 국회와 교육부의 대학에 대한 시각은 다시 싸늘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또 다시 강압적인 힘에 의해 줄세우기를 당하고 개혁의 대상이 되고 만다.  

교육부도 대학의 목소리에 더욱 더 귀를 기울이고 우문현답해야 한다. 즉 '우리의 문제해결은 현장에 답이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부총리가 정치인이라서 현장을 많이 다닌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지만 현장을 직접 다니니 현실적인 정책대안이 나오는 것이다.  대학구조개혁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현장이 반영됐지만,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맞춤형 교육과정 지표 기준 등의 혼란으로 여전히 대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우여 부총리는 “대학은 교육 분야의 장자(長子)”라고 언급했다. 대학사회가 이미 고사한 후에는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지원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얘기다. 대학사회 역시 이에 부응해 사회적 책무를 다 하고 장기적으로 여론의 신뢰를 회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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