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찾아 이전 고심 ... 생존 위해 수도권으로 진출 모색

"구조개혁평가에서 불리해 D·E등급 상당수 될 것" 우려
지역주민 반발로 무산되기도 ... “생존기회 박탈” 토로

*** 지방대학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대학구조개혁평가 D, E 등급의 89.5%가 입학정원 2000명 미만의 사립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상은 지방 사립대학이 폭격의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위기를 맞은 지역대학은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에 고심하고 있다. 캠퍼스 수도권 이전, 해외 유학생 유치, 정부 재정지원사업 유치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지역사회와의 갈등, 세계와 벌여야 하는 치열한 유학생 유치 경쟁 등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유치하려는 대학들마저 정부의 입맛에 맞춰 교과과정을 꾸리다 보니 오히려 특성화가 아니라 ‘천편일률적인’ 교육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터진다. ‘풍전등화’ 위기의 지방대학. 이들은 이같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싣는 순서
 <1> 지방대학의 지방탈출
 <2> 유학생 유치 세계대전
 <3> 지방대육성법, 달라질까

▲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3, 2014년에 캠퍼스를 이전 개교한 대학들이다. 시계방향으로 경동대 경기 양주캠퍼스, 예원예술대 경기 양주캠퍼스, 청운대 인천 남구캠퍼스, 중부대 경기 고양캠퍼스 전경(제공=경동대, 예원예술대, 청운대).

[한국대학신문 정윤희·송보배 기자] 지방대학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지난해 충남 홍성의 청운대가 인천 도화지구에 제2캠퍼스를, 올해는 충남 금산의 중부대가 경기 고양캠퍼스를 열였다. 또 대전의 을지대는 의정부 캠퍼스, 경북 영주의 동양대와 대전 침례신학대는 각각 동두천 캠퍼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총장 선거를 실시한 원광대는 총장후보자 4명 중 3명이 수도권캠퍼스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도종 신임총장 선출 이후 수도권 지역과 접촉하며 수도권캠퍼스 설립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방대학들이 이전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지역내 학령인구 급감을 첫 손에 뽑는다.

마상용 우석대 입학처장은 “2018년부터는 고교 졸업생 수가 대학 입학 정원보다 적어진다. 지역은 인구가 적기 때문에 인구 감소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교육부에서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한다”며 지방대학의 수도권행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 캠퍼스를 개교한 모 대학의 관계자도 “전체 학령 인구 감소는 물론 지역 내 인구 감소 폭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수도권 가까이 캠퍼스를 개교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지역의 인구 감소는 심각한 상황이다. 2014년 전라북도 전주, 군산, 익산 고입선발시험 평균 경쟁률은 1.031대 1이었다. 실상 선발이란 말을 쓰기도 어렵다. 군산의 모 고교는 정원 56명이 미달되기도 했다. 지역 고교의 미달 충격은 3년 뒤에 지방대학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지방대학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눈을 뜨고 죽을 수밖에 없는 게 지방대학의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 지역별 인구현황. 서울과 경기권에 인구가 집중돼 있다(출처=e-나라지표).

여기에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평가도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을 부추키고 있다. 신입생 충원과 수도권으로의 취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지방대학은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 상의 ‘재학생 충원률’과 ‘졸업생 취업률’ 등에서 불리하다. 이런 지표상의 취약함은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이라는 결과로 귀결된다. 2013년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됐던 모 지방대학 관계자는 “한 번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됐던 대학들은 (제한대학이라는 명칭을)입에 올리기도 싫고 귀로 듣기도 싫어한다. 대학 전체가 노이로제에 걸릴 판”이라며 심각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지방대학의 이전이 지역경제의 성장판을 닫아버릴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 상당하다. 다른 지역에 캠퍼스를 조성하는 것은 학생 일부가 유출됨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존 지역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온다는 게 우려의 배경이다 .

박철원 익산시의회 부위원장은 원광대의 수도권캠퍼스 설립과 관련 “원광대가 익산의 큰 중심인데 수도권으로 이전하게 되면 지역경제와 인구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실제 금산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중부대가 고양캠퍼스로 이전한 뒤 금산캠퍼스 주변 월세․원룸 입주 학생이 기존 4000명에서 2000명으로 반토막 났다.

하남캠퍼스 이전을 추진 중인 세명대 인근 상권도 같은 우려다. 박종옥 세명대원룸협회회장은 “현재도 주변 원룸 공실이 30% 가량이다. 이전을 한다면 공실률은 90%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 대학 주변 뿐 아니라 지역 전체가 세명대 이전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보니 지역주민들은 지방대학 수도권 이전의 근거법인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학교 이전 등에 관한 특례, 이하 특별법)’ 17조에 대한 개정 움직임도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 7조(과밀억제권역 행위제한)에 의해 대학의 수도권 이전을 금지해 왔으나 공여구역의 경제 보호 등을 위해 공여구역과 주변지역에 대한 학교 이전과 증설을 인허가 했다. 하지만 학교가 이전하면 해당 지역이 경제적으로 위축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지역에선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을 전면적으로 막는 법안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충북 제천의 세명대가 경기 하남시에 제2캠퍼스 설립을 추진하자 제천시에서는 오는 17일 국회의원 30여 명과 함께 범국민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날 △제천주민 700명 △금산주민 200명 △영주주민 200명이 참여해 박수현 의원과 송광호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할 예정이다. 특별법 개정안은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천시 관계자는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토론회를 개최한다. ‘특별법'으로 인해 경기도 공여구역으로 지방대학들이 이전하고 있다. 이에 따른 지역의 공동화 현상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국토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고 전했다.

윤종우 지방대 수도권 이전 반대 전국연대 대표는 “비수도권과 수도권 인구 비율이 51%대 49%이다. 수도권 국회의원들과 정부는 정치 논리로 대학 이전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그 논리라면 70%가 몰려있는 수도권 일자리를 지역에 나눠야 하고, 지방에 몰린 원자력발전소 절반은 수도권에 갖다놔야 맞다. 그래도 인구집중유발시설인 대학을 수도권에 가져가야 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지역 경제기반의 취약성이 지방대학의 이전을 불러오고, 지방대학의 이전이 다시 지역경제에 직격탄을 주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다.

지방대학에 대한 지자체의 투자가 없다는 점은 그러나 이들 지방대학을 해당 지역에 묶어놓을 명분도 사라지게 한다. 지원투자 없이 지역 인력양성의 책임을 물어 대학에 머무를 것을 강요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임경수 성결대 교수(지역사회과학부)는 “지방대가 지역인재육성을 하지 못하는 원인은 대학 자체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지방자치의 한계에서도 짚을 수 있다. 중앙정부가 예산을 끌어 쥐고 지자체가 고등교육을 위한 예산을 제대로 투입하지 않는 상황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전라북도 2015년도 예산에서 고등교육 예산은 약 2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0.1%도 못 미치는 등 지자체의 고등교육 투자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한편 질적 제고를 하지 못하고 지역대학이 캠퍼스 이전을 통해서만 해법을 찾으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 지역주민은 “이전 추진하고 있는 A대학과 B대학은 교비적립금을 쌓아두고 교육에 투자하는 비율도 떨어지는 대학들이다. 이런 대학들이 위기에 봉착하자 캠퍼스 이전부터 생각하는 건 지역이 죽든 말든 버려두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