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공간부족에도 대학들 '나몰라라'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취업 준비와 그룹 과제 수행 등을 위해 스터디룸을 이용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막상 학교 내에는 그룹 스터디 활동을 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학생들의 등록금에 비해 여전히 학생들의 만족도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생들은 대학 내 스터디룸 부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최근 조별과제와 취업 준비를 위한 스터디가 활성화되고 있어 학생들은 그룹 스터디룸 이용 빈도도 늘고 있다.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에서 대학내일20대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 1월 발표한 ‘대학 환경 실태조사’에 의하면 조별과제기간 동안 1주일에 스터디룸 이용 빈도는 1.1회, 회당 1.9시간이다. 조별 과제기간이 아닌 경우에도 주당 0.5회, 회당 0.9시간의 이용빈도를 나타냈다. 대학생의 60%는 한 학기에 조별 과제를 3번 이상은 수행하고 있으며 대학생의 73%가 취업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었다.

학내 공간은 대학생들에게 친절하지 않다. 대학간 차이도 크다. 서울대 도서관의 경우 공동학습실을 16개 제공하지만 경희대 도서관에는 공동학습실이 두 군데 마련돼있다. 문화학습 지원실인 도마루가 있지만 오픈형 열람실 형태라 소규모 인원이 그룹으로 공부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한국외대 도서관에도 2군데 그룹 스터디 공간만 제공된다.

학생회관 등에 그룹 스터디 공간을 운영하는 학교들도 충분한 공간이 제공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은 빈 강의실을 찾지만 사전에 신청하지 않으면 아예 문이 잠가 놓아 이 역시 쉽지 않다.

학생들은 스터디룸이 작고 개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대학 환경 실태 조사’에 의하면 대학생이 대학 내 스터디룸 크기와 개수 만족도에 부정적인 반응이 78.8%에 달했다.

서울시내 한 대학 재학생은 “강의실 이용도 신청도 하루 전에 해야 하고 스터디룸은 예약이 금방 끝난다. 학교 내에 있는 공간을 이용하기보다 차라리 사설 스터디 룸을 이용하는 쪽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사설 스터디룸은 4~5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부방으로 1인당 비용은 2000원이다.  

캠퍼스의 외형이 화려하게 갖춰지는 과정에는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이 투입된다. 대학교육연구소에 의하면 2013년 전국 사립대 학교 자산 중 건물의 가치는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간 14조원이 증가했다. 2013년 기준 토지와 건물에 대한 교육용 기본재산에 학교 법인이 기여한 비중은 9.2%에 불과하다. 사실상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대학 시설을 갖춘 셈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정작 필요한 공간은 대학 차원에서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그렇지 않아도 얇은 주머니를 다시 털어 사설 스터디룸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명우 아주대 교수(사회학과)는 “대학 교육은 점차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주입식 교육보다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역량을 키우도록 그룹 활동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그런 교육 방향의 변화에 맞게 학생들이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확충하도록 대학들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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