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협법 등 현안 '교문위원 발의 아니다' 논의 배제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2월 국회의 여진이 대학가를 흔들고 있다.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를 열고 ‘국립대 회계법(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정부여당이 국·공립대의 재정 자율성을 보장하고 기성회회계 문제를 해결했다고 안도하는 것과 달리 대학가에서는 기성회 직원들의 처우와 등록금 절감 대책이 미비하다며 불만이 고조되는 등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상지대 청문회 개최와 원격대학협의회법(원대협법) 처리가 무산되면서 개강을 맞은 대학가에 격랑이 예고되고 있다.

법안은 통과됐지만 기성회비 문제는 여전히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교육부가 당초 국회에 약속했던 ‘기성회직원 고용 보장 방안’의 이행이 불투명하다. 이 방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24일 진행된 전체회의 뒤 국공립대총장협의회 임시총회를 즉시 개최해 기성회 직원의 근로조건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토록 지도하겠다고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4일과 5일 국공립대 사무국장과 거점국립대 총장을 대상으로 법안내용을 설명했다. 오는 26일 국총협 정기총회가 잡혀있어 임시총회 개최는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 큰 불씨는 기성회다. 기성회비의 모금주체인 기성회는 반환판결에 따라 학생들에게 기성회비를 반환해야 하는 법적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미뤄지는 사이 대부분의 기성회가 기성회비를 모두 소진한 채 잔고가 없는 상태다. 파산수순에 들어간 셈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경우 즉시 기성회는 해체 수순에 들어가고 기성회 직원들의 대학회계로의 편입도 가속화될 전망이지만 대법원이 판결을 미루고 있어 정확한 시점을 가늠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대학가는 3월 내내 대법원 판결과 기성회 파산을 가늠하며 혼돈에 빠질 공산이 크다.

국립대 총장들은 이 때문에 교육부가 제대로된 지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 국립대 총장은 “각 대학마다 상황이 다르다. 중심이 되는 안이 있어야 향후 대학운영의 골격을 짜고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대 회계법은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국립대 기성회회계의 불법성 논란에 종지부를 지은 법안이다.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받은 기성회회계는 폐지돼 국고 일반회계와 통합돼 대학회계가 설치됐다. 총장이 예산편성과 집행권한을 갖는 대학회계는 종전의 이원화된 국·공립대 회계구조에 비해 수월성과 자율성이 크다. 그러나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전환해 걷도록 하면서 기성회비 반환소송의 당초 취지인 등록금 절감은 무산됐다.

■‘상지대 청문회’ 여야 이견으로 무산 … 교육부 솜방망이 감사= 상지대 사태도 2월 국회를 달궜으나 실질적인 해법은 찾지 못했다. 설연휴를 앞두고 상지대 교무위원들이 발표한 교문위 규탄성명서가 공분을 샀지만 설훈 교문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사가 합의에 실패해 청문회가 무산됐다.

청문회는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실 측은 “개별 사립대학건으로 국회 청문회를 개최할 경우 향후 다른 사립대에 대해서도 국회가 개입해야 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사립학교법상 사학분규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할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위상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지난 10일 교육부가 공개한 상지대 감사결과는 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다. 교육부는 감사결과에 따라 상지대 총장 김문기 씨의 해임을 상지대에 요구하는 한편 임기가 만료된 채 긴급처리권을 행사해온 종전이사 4명에 대한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했다. 그러나 친김문기파로 지목된 신규이사 5명의 임원취임은 승인했다. 법인 이사회가 붕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친김문기 성향의 이사들이 김 씨에 대한 해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임시이사 파견을 통한 사태해결을 피하고 상지대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인다. 상지대 구성원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교육부에 임시이사 파견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교육부와 상지대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일차적인 책임은 상지대 사태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교육부지만 청문회나 추가감사를 강하게 요구하지 못한 채 회기를 종료한 국회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꺼진 불’ 원대협법 교문위원 발의안 아니라 논의 배제= 국립대 회계법과 상지대 청문회와 달리 원대협법은 단 한번도 국회를 달구지 못해 문제다. 지난 2013년 2월 발의된 이 법안은 같은해 12월 교문위 전체회의에 한차례 보고됐을 뿐 논의의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무엇보다 발의한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교문위 소속이 아니라는 점이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 교문위는 국회 내에서 가장 큰 상임위원회인 탓에 다뤄야 할 법률도 많고 논쟁도 커 교문위원이 아니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붙이기 힘들다.

원대협법은 사이버대학의 협의체인 한국원격대학협의회를 대학교육협의회와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수준의 기구로 인정하고 국고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평생교육기관으로 시작한 국내 사이버대는 현재 21개 대학이 설립돼 운영되고 있고 고등교육법에 따라 정식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교육부는 ‘한국형 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K-Massive Open Online Course, K-mooc)’사업을 추진하는 등 원격교육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나 사이버대는 이 사업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등 교육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이 때문에 원대협은 자체적인 역량평가를 실시하고 사이버대를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으나 번번히 제도권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여야 교문위 법안소위 측은 “원대협법을 비중있게 살펴보지 않았다. 해당 상임위 위원이 발의하지 않으면 상임위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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