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공청회 등 예정 '공영화 전환' 중점 둔 내용 나올듯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정부여당의 ‘대학구조조정법(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에 맞서는 야당안 발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대안 마련을 위해 지역별 집담회 등을 개최해온 한국대학학회(회장 윤지관)는 오는 3월부터 야당과 함께 입법작업을 구체화해 발의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3월 말부터 관련법 발의를 위한 공청회도 개최될 전망이어서 4월 국회에서 대학구조조정법이 중점논의될지 주목된다.

12일 국회와 한국대학학회 등에 따르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한 의원은 이달 초 의원실 내 보좌진에 대학구조조정법 대안 마련을 지시했다. 법안초안은 대학학회의 연구결과를 토대로할 전망이다.

대학학회는 지난 1월 학회 연수회를 개최하고 대학 공영화에 중점을 둔 대학구조조정 정책대안의 원칙을 발표했다. 경영이 부실하거나 분쟁이 심한 문제사학을 공영화하고 대학평가에 따라 퇴출대상 등으로 분류된 대학도 공영대학으로 되살리는 것이 원칙이다. 중소 지방대는 지역 특성에 따라 미국 커뮤니티칼리지 형태의 지역사회대학으로 기능을 변화시키고 수도권의 학부생 2만명 이상의 대형대학은 연구중심으로 특성화해 학부의 규모를 점차 축소시켜야 한다는 내용도 원칙으로 제시됐다.

공영화의 방법은 세가지다. 인근 국·공립대와 통합해 학생을 편입시키고 교직원을 승계하거나 △지방자치단체 승인에 따른 공립화 혹은 지역사회대학 전환 △공립화가 어려운 경우 공영형 사학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공영형 사학이란 사학의 형태를 띄면서도 정부에서 일정한 운영비를 지원받고 공익이사가 참여해 지배구조를 이루는 대학형태다. 준공립형 사립대와 같은 개념으로 고등교육 체질개선 논의 시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꾸준히 논의되는 방안이다.

부실·문제사학을 공영형 사학으로 전환하는 것은 대학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입각전에 발의한 대학구조조정법에서 논란이 됐던 ‘퇴로 인정’ 부분을 대학학회 역시 수용한 것이다.

대학학회 측은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대학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김 의원 발의안은 무분별한 ‘먹튀’를 허용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퇴로’를 인정하더라고 교육기관의 형태는 유지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안은 지난 10년간의 대학구조조정이 국내 고등교육을 황폐화시켰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MB정부부터 정원감축과 차등 재정지원을 축으로 한 대학구조조정을 강하게 추진했다. 이 기조를 이어받은 현 정부는 평가를 통해 대학을 5등급으로 구분하고 차등적인 재정지원과 정원감축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 역시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지방대학 퇴출과 인문·사회·예체능 계열 축소를 부추긴다는 평가다.

대학구조조정법안은 이 같은 정부의 강력한 ‘퇴출정책’에 대학들의 저항이 거세지면서 발의됐다. 선교청대학과 벽성대학 등 교육부 명령으로 폐쇄된 대학들이 교육부가 대학을 폐쇄시킬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최종적으로 교육부가 승소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이 추진된 교육부 대학구조조정 정책의 큰 허점이 드러났다. 이 떄문에 현 여성가족부 장관인 김희정 의원은 교육부와 공조 아래 지난해 4월 대학구조조정법안을 발의했다.

야당은 김 의원이 발의한 대학구조조정법의 ‘퇴로’조항에 강하게 반발했다. 퇴로조항은 학교법인이 자체계획에 따라 학교폐쇄와 법인해산을 할 경우 교육부 인가를 거쳐 잔여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익 혹은 사회복지법인 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한 조항이다. 이 경우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시키고 교육부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권에 대해서도 대학구조조정법이 우선토록 하는 등 특별법에 가까운 특혜조항들이 지적됐다.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발의한 김 의원이 여가부 장관으로 입각하면서 교문위 내의 논의는 잠잠한 상태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 2월 이 법안을 교문위 전체회의에 상정시키는 등 법안 통과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구조조정법이 사학법인특혜법이라며 반대입장을 굳혔던 야당도 원내에서 정책적으로 다툴 대체법안이 필요했다.

그러나 대체법안 발의까지는 여전히 쉽지 않은 단계들이 남아있다. 당초 대학학회는 14일 국회에서 대체법안 발표회를 진행하려 했으나 연기됐다. 이에 대해 한 야당 관계자는 “법안에 대해 교문위 의원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대학구조조정에 대해 유화적인 발언을 지속하면서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법을 추진할 동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떄문에 야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체입법을 마련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해석이다. 한 지방 사립대 교수는 “황 부총리와 교육부 실무진간의 불협화음이 밖으로 노출되고 있다”며 “정치인인 황 부총리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학구조조정을 강하게 추진할지 어떨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대체법안 자체 대한 의구심도 있다. 교문위 소속 한 야당 보좌관은 “대체법안의 내용이 대학구조조정법의 대척점에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방안이나 철학이 빠져 있는 것은 두 법안 모두 비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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