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직업교육 질적 개선 위한 국정과제" vs 4년제 "지방대학 고사 앞당겨"

[한국대학신문 이연희·양지원·김소연 기자]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 법안(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두고 전문대학과 4년제 지방대학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대학가가 유래 없는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2013년 7월 박창식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난해 12월 통과가 유력했다. 그러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마지막 날 급하게 심의가 유보됐고, 지난 2월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이같이 국회통과가 무산된 배경에는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이 적극적으로 법안통과를 저지하고 나섰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말 대교협 관계자들은 국회 교문위 소속 의원들을 만나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고등교육 생태계의 교란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설득에 나섰다. 지난 1월에 열린 대교협 정기총회에서도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 법안 통과 저지'를 협의회 안건으로 채택하면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재검토를 건의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2월에도 국회 설득작업에 나서 국회 복도에서 대교협과 전문대학 관계자간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 법안을 둘러싸고 이렇게 전문대학과 지방대학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는 전문대학에 1~4년 학과 개설이 가능해지면 4년 과정 학과를 마친 학생들에게 전문학사가 아닌 4년제 대학과 같은 일반 학사학위를 수여한다는 내용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대교협은 법안이 통과하면 전문대학들이 우후죽순 4년제 학과를 개설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간 경계가 흐려지면서 지방 4년제 대학들이 특히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현재 전문학사 학위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경력과 연계해 1년을 더 공부하면 일반학사를 주는 전공심화과정 제도가 있다"며 "현행 제도를 발전시킨다면 충분히 취지를 살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등교육법까지 개정하게 되면 지방대 고사 등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대학과 교육부는 4년제 대학들의 걱정이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미 지난 2년여간 의견수렴을 거쳤고 산업명장기술대학원 설립건은 법안에서 제외한 만큼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대교협 관계자는 "수업연한다양화는 직업교육의 변화를 수용하는 체제로 봐야지, 단순히 일반대와 전문대학 간 경쟁 구도로 봐서는 안 된다"며 "전문대학이 4년제 학과를 신설할 경우 그만큼 신입생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 또한 그에 필요한 교수 및 기자재확보 등 새로 투자해야 하는 기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재정적 측면에서도 무분별한 4년제 운영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교협과 전문대교협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교육부는 국정과제인 만큼 4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의 눈치만 보며 의원입법을 핑계로 공을 국회에 넘겨버린 상태다. 그러나 이미 대학가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전문대 수업연한 다양화 법안이 추가적인 토론회나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 없이 상임위를 순탄하게 통과하기란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법안을 쥐고 있는 교문위 위원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각기 다른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조차 지난해 6월 교문위원이 대대적으로 교체되면서 초기 당론 대신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이해관계가 얽힌 대학협의체간 토론과 합의가 먼저라는 얘기다. 교문위 여야 간사인 신성범 새누리당 의원과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이대로라면 4월 국회에서 처리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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