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임위 법안심의과정에서 두 차례나 보류된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 법안은 4월 국회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양지원·김소연 기자]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 법안을 둘러싼 4년제 지방대학과 전문대학간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전문대학 협의체인 전문대교협과 4년제대학 협의체인 대교협, 특히 사립대총장협의회인 사총협 등 각 대학 협의체마다 법안통과 또는 저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등 협의체간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고등교육 정책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는 이같은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핵간의 갈등에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국회 눈치만 보고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인 2011년부터 정책연구가 진행됐고 산업계·교육계 의견 수렴을 거쳐왔던 만큼, 법안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전문대학측의 논리는 견고하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학벌중심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 전환하겠다는 기조를 내걸었고, 2013년 대통령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국정과제로 '전문대학 육성'을 강조해왔다.

현행 2~3년제가 제정된 40년 전과는 달리 산업현장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시대에 맞는 직업교육의 새 틀을 짜야 한다는, 비교적 명확한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재직자의 재교육 수요는 1년 정규과정으로 소화하도록 하고, 올해부터 적용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준에 따라 △토목 △건축 △메카트로닉스 △IT △유아교육 △물리치료 △치기공·치위생 △간호학과 4년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타당성연구가 끝난 계열에 한해 전문대학에서는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골자다.

이에 반해 4년제 대학, 특히 지방대학들은 국정과제라 하더라도 다분히 정치적 논리에 의해 법안이 추진됐다며 법안이 통과된 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4년제 과정을 수료한 전문대학 졸업생에게 일반 학사학위를 줄 수 있도록 학제로 못박는다면 전문대학들이 너도나도 4년제 학과를 개설해 '4년제 대학'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될 것이고, 결국 일반대학과의 차이가 거의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 전문대 담당자와 전문대교협은 4년제 대학들의 반대와 우려를 덜기 위한 설득에 나섰다. 대학원과정 설치 조항은 제외키로 하고, 법안이 통과하더라도 4년제 학과를 신설하는 대학의 수는 10% 내외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총 6000여개의 전문대학 학과 중 478개(약 8%)의 전공심화과정이 운영되고 있고, 또한 4년제 대학과 마찬가지로 대학구조개혁평가를 받기 때문에 편제 정원이 늘어날 경우 입학정원을 줄여야 하고, 학과 운영을 위해 교원이나 교사를 확보해야 하는 등 갖가지 부담이 따른다는 이유에서다.

최창익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장은 "4년제 학과 신설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준과 산업수요에 따른 일부 계열에 한정돼 있고, 그마저도 교육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통과하더라도 박근혜 정부 5년차인 2017년도 신입생 선발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법안을 통과시켜야 대비가한다고 쐐기를 박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제 지방대학들의 입장은 완강하다. 전문대학들의 설득근거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995년 5.31 교육개혁 당시 전문대학의 교명에서 '전문'을 떼고 '대학'을 '대학교'로 바꿀 수 있도록 했더니 20년이 지난 현재 2개 전문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4년제 대학처럼 '대학교'로 변경됐고, '학장'도 모두 '총장'으로 바뀌는 등 4년제 영역을 침범했다고 볼멘 소리다.

충청권의 한 4년제 사립대 총장은 "교육부는 지금 당장은 제어할 수 있다고 하지만, 막상 법이 통과된다면 사립전문대학이 4년제 학과를 신설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꺾을 방도는 없다"며 "결국에는 교명과 마찬가지로 '전문대의 4년제화'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문대학과 4년제 지방대학의 논쟁과는 논외로 더 이상 일반대학은 학술교육, 전문대학은 전문직업교육으로 기능과 역할을 나누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미 상당수 4년제 대학들이 전문대의 전유물이었던 실용학문 학과를 개설하면서 4년제와 전문대학의 영역구분이 모호해 졌다는 얘기다. 이제는 사회부총리는 물론 경제부총리까지 나서서 4년제 대학에 산업수요 맞춤형 인력양성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정태화 평생직업·진로교육연구 본부장은 "전문대와 4년제 대학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블러링(Blurring) 현상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적 추세"라며 "이제는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을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중요한 것은 해당되는 전공분야의 산업계 요구"라고 말했다.

이호성 영남이공대학 총장은 경쟁상대를 국내 대학이 아닌 글로벌 대학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갑갑함을 토로했다. 그는 "법안 통과로 전문대학에 4년제 학과가 늘어나더라도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4년제 대학들이라면 충분히 살아남지 않겠느냐"며 "고학력자가 범람하는 교육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직종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직업교육이 기능을 익히는 차원을 넘어 기술과 현장관리 중심으로 개편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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