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예산 대비 자료구입비 0.8% … 정규직 고용 줄고 비정규직 늘어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대학도서관진흥법이 위축된 대학도서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대학도서관진흥법안에 대한 대학가의 기대가 크다. 법에 따라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될 대학도서관 평가가 그간 대학구조조정 국면에서 외면받아온 도서관에 대한 대학의 투자를 돌려세울 것이란 기대다. 

3일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6개월 내 시행령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 법은 교육부 주관 아래 대학도서관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에 따라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또 교육부 장관은 대학도서관 종합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해야하고, 각 대학은 이 종합발전계획에 따른 대학 내 발전계획을 만들고 수행해야 한다. 이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도서관운영위원회가 총장직속 기구로 신설된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이 발의한 이 법은 초중고 학교 도서관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학교도서관진흥법안에 대응하는 법안이다.

현재 대학도서관은 대학구조조정 국면에서 완전히 논의의 테이블을 이탈했다. 교육부 대학구조조정 지표에 유력지표로 포함되지 못했고, 지속적인 도서값의 인상으로 재정적인 압박에 놓여있다. 국내 대학 전체 예산 가운데 대학도서관에 지원되는 금액은 약 0.8%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대학 전체 예산 중 5%를 의무적으로 도서관에 지원토록 한 것과 대비된다.

이 탓에 대학도서관들은 인력구성의 질과 예산에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규직이 먼저 줄었다. 2008년 대학도서관 평균 정규직 직원은 8명이지만 2014년에는 6.9명까지 하락했다. 특히 4년제 일반대학은 같은 기간 13.1명에서 10.7명으로 감소폭이 가장 컸다.

반면 비정규직은 늘었다. 2008년 평균 2.7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고용했던 대학도서관은 지난해 3.5명까지 비정규직 직원을 늘렸다. 산업대학이 1.5명에서 5명으로 가장 많은 수가 늘었지만 규모가 더 크고 수가 많은 일반대학이 4.5명에서 5.5명까지 비정규직을 늘린 것이 더 큰 영향을 줬다.

도서구입비의 비중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09년 대학 전체 예산의 0.9%를 차지했던 도서관 자료구입비는 지난해 0.8%로 하락했다. △2009년 5억 7785만원 △2010년 5억 7313만원 △2011년 6억 495만원 △2012년 6억 2648만원 △2013년 5억 7938만원 △2014년 5억 8119만원 등 자료구입비는 5~6억원 선을 꾸준히 유지했으나 늘어난 대학의 재정규모에 따른 추가적인 지원이 없었던 탓이다.

도서관 건물의 노후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기본시설로 대학설립 초창기에 건설된 도서관 건물들이 늘어난 장서하중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도서관은 장서의 위치를 조정해 지하로 무거운 책들을 옮기는 등 장서조정 작업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대학도서관 관계자들은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대학의 지원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지난 2010년과 2011년 각각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대상으로 한 도서관 시범평가를 실시한 바 있지만 단발성에 그쳤다.

김기태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 법제사법연구단장(서울대 도서관 팀장)은 “대학설립 운영규정에 따르면 도서관은 교육기본시설로 해당 대학 학생수의 20%에 해당하는 열람좌석을 마련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대학도서관에 대한 사실상 유일한 법적 장치”라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학도서관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무조항이 아닌데다 예산 등이 들쑥날쑥해 대학도서관으로서는 큰 기대를 걸기 힘들다. 김 단장은 “대학이 교육기본시설에 투자해야 하는데 대학평가지표에서 취업률 등만 강조되고 이 같은 부분이 도외시 돼 투자를 전혀 안하고 있다”며 “이번 법을 통해 지원근거가 마련된 셈”이라고 말했다.

다가올 대학도서관 평가는 대학도서관연합회가 진행했던 시범평가에 상당부분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중점적인 평가 대상은 적정인원의 배치와 신간장서의 구매여부, 학생편의시설 마련 등이다. 대학 총예산 대비 도서관 자료구입비와 재학생 1인당 연간 자료구입비 등 예산지표를 포함해 △재학생 1000명당 도서관 직원 수 △재학생 1000명당 사서직원 수 △직원 1인당 평균 교육·연수 참여시간 등 인력부문에 대한 평가지표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대학간 상호대차 도서대출 제공 건수와 원문복사 대출 제공율 등 학술교류진흥을 위한 지표와 학술논문 원문 제공 건수 등 학술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지표들도 정량지표에 포함될 수 있다.

지난 2010년 시범평가 당시에는 도서관 중·장기 발전 계획 수립 및 업무규정 성문화 여부와 도서관 이용자에 대한 교육 유형 등 정성평가도 이뤄졌다. 시범평가 참여 대학도서관이 58개임을 감안하면 전국 대학도서관을 대상으로 실시될 대학평가에도 정성평가가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대학도서관연합회가 시범평가 운영 등을 기반으로 대학도서관 평가 위탁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크다. 법안에 대학도서관 평가를 협회나 전문기관에 위탁해 실시하고 경비를 보조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대학도서관연합회가 시범평가를 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고 관련 연구프로젝트 등을 통한 데이터도 축적돼 있는 만큼 평가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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