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중앙대의 학과 구조개편안으로 인한 논란이 학교 울타리를 넘어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 중앙대는 지난달 26일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학사 구조선진화계획안을 발표했다. 학과를 폐지하고 계열별 신입생 모집을 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중앙대는 구성원 간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먼저 들고 일어선 건 교수들이었다. 지난 2일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학사구조 개편안에 대한 반박 설명서를 발표했다. 연이어 교수들은 총장 불신임을 묻겠다며 본부 측에 강경한 자세를 고수했다. 이에  총장은 12일 교수 비대위를 두고 “학내 논의를 방해하는 비정상적인 의견 표출행위에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중앙대가 학과 구조개편을 강하게 끌고 가게 된 건 대학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기인한다. 대학의 체질 개선은 사실 중앙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인재를 양성할 책임을 짊어진 대학 입장에서는 교육부 대학 평가 지표까지 걱정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중앙대의 움직임에 교육부도 반응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시대 흐름에 맞는 시도”라며 긍정적 신호를 전했다. 중앙대가 강력한 구조개혁 드라이브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나친 자신감은 화를 불렀다. 구성원들은 구조 개편안을 기습 발표한 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중앙대는 학문단위 구조개편을 위한 학과 평과 지표를 공개하는 공청회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과제 폐지라는 이번 구조개편안의 기본 골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돼왔던 구조개편 진행 과정 중 한 번도 공개적으로 언급된 바 없었다는 점이 문제다.

심지어 이번 개편안은 내년 입학생 모집부터 바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려면 이번 달 말까지 학칙개정이 완료돼야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4월에 내년도 입학 계획안을 심의 받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의견을 수렴하고 구조개편안을 수정할 시간조차 빠듯하다. 교수와 학생 등이 “처음부터 의견 수렴할 의지조차 없었던 것” “쿠데타 같은 구조개편 추진”이라며 비판을 쏟아내는 이유다. 

내용상의 문제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학내 반발이 거세지자 학과제 폐지와 계열별 신입생 모집 등의 일부 계획안을 수정했다. 예술대학 등 일부 학과는 전공을 유지하고 전공 선택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계열별 신입생 모집도 단과대학 단위 모집으로 변경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세부 내용이 자꾸 뒤바뀔 정도로 충분한 검토가 없었던 졸속 개편안이라고 반발한다.

중앙대가 대학 사회에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대학의 변화는 결국 대학 구성원들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성급하게 추진했던 부분들을 내려놓고 중앙대의 발전을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구성원이 원한다면 백지상태에서 재논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상되는 피해를 막지 못하면 결국 피해는 중앙대 구성원 모두가 떠안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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