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중‧고 유학생 유치길 막혀 대학유학과 단절, 정착 지원 프로그램도 없어
수도권 대학‧국립대에 몰리는 유학생… 지방 사립대 경쟁력 ‘상실’ 심각

▲  지방대 유학생 3만명 유치,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획기적인 정책 전환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특히 지방 사립대의 경우 대학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일부를 제외하고 유학생 유치 실적이 저조하다. 사진은 목원대 유학생세계음식축제에 참여한 유학생들이 각국 전통음식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 목원대 제공.

*** 지방대학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대학구조개혁평가 D, E 등급의 89.5%가 입학정원 2000명 미만의 사립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상은 지방 사립대학이 폭격의 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위기를 맞은 지역대학은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에 고심하고 있다. 캠퍼스 수도권 이전, 해외 유학생 유치, 정부 재정지원사업 유치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지역사회와의 갈등, 세계와 벌여야 하는 치열한 유학생 유치 경쟁 등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유치하려는 대학들마저 정부의 입맛에 맞춰 교과과정을 꾸리다 보니 오히려 특성화가 아니라 ‘천편일률적인’ 교육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터진다. ‘풍전등화’ 위기의 지방대학. 이들은 이같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글싣는 순서
<1> 지방대학의 지방탈출
<2> 유학생 유치 세계대전
<3> 지방대육성법, 달라질까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유학생 유치는 지방대를 구할 황금열쇠가 될 수 있을까.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 직격탄을 맞은 지방대에 유학생 유치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2일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육성지원위원회’를 출범, 오는 2019년까지 지방대에 우수 유학생 3만1000여 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2020년까지 유학생 2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대학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제시한 목표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잘라말한다. 현재의 정책과 여건으로 세계 유학시장에서 경쟁력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세계 유학생 유치 경쟁은 날로 치열한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정부는 2020년까지 유학생 50만명 유치를 목표로 국가 차원의 과감한 유학생 지원책을 내놓고 있고, 일본 역시 이민과 정착까지 연계한 유학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학생 시장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구호만이 아니라 유학생 유치를 위한 국가 차원의 강력한 정책 의지를 바탕으로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 과감한 유치정책 펴는 중국 13년간 유학생 6배 증가 =  유학생 유치를 위한 국가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5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한 ‘유학중국계획’ 프로젝트를 이미 2010년 발표했다. 아시아 최고의 유학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일본도 ‘유학생 30만명 계획’을 시행하며 유학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각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은 유학생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취업과 이민까지 국가차원에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비자를 간소화해 중국인 유학생 수요를 흡수하고 있으며 호주도 2013년 유학비자 간소화 정책과 유학수료 코스 연장 등 과감한 유학정책을 도입했다. 이밖에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 국가들도 적극적인 유학생 유치 정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 중국은 ‘유학중국계획’ 프로젝트를 수립,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유학생 50만명 유치를 목표하고 있다.

이런 과감한 정책으로 인한 성과는 괄목할만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간한 ‘중국의 외국 유학생 유치정책 및 사례연구’에 따르면 중국 유학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1977년 77개국 2066명에 불과했던 중국 내 유학생은 2013년 200여개 국가 35만 6499명까지 늘어났다. 2000년 5만2150명에 비교해도 6배가 증가한 수치다.

구자억 한중교육교류협회 회장(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유학생 유치 정책이 상당히 성공을 거두고 있다. 중국은 유학생에 대한 장학금을 확충하고, 다양한 유치 통로를 만들면서 각종 규제를 완화 했다. 대학교육 수준도 올라가면서 상당한 수준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 중국 유학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전문가들 “유학생 정책 근본적 전환 필요” = 반면 국내 유학생 유치는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기준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유학생 수는 3년 동안 내리 감소해 지난해 약 8만4000여 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교육부 발간 자료에서조차 교육부 정책 목표 실현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연구용역을 통해 발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 지원확대를 위한 정책 연구’에서는 “한국의 유학시장은 학문 수준의 차이뿐만 아니라 유학정책에서도 호주, 캐나다, 일본 등에 크게 뒤지고 있다. 유학정책을 보는 인식의 전환이 없는 한 20만명 유치 목표는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 밝히고 있다. 

구자억 회장은 “우리가 유학생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외국대학이나 프로그램 유치, 질 제고, 초중고 유학생 확대다. 우리나라는 이 3가지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회장은 “초중고 유학생 유치는 정원의 2~3% 정도의 규제에 묶여 있다. 초중고 유학생의 일부만 대학 입학으로 이어져도 그 효과가 상당하다. 유학생 유치의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오 선문대 국제교류처장은 “LINC(산학협력선도대학)와 같은 국가 프로젝트에서 아예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비용을 들일 수 없도록 막아 놨다. 이런 것들이 유학 유치 코드에 맞지 않다. 취업시장에 있어서도 지원이 미약하다.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한 10만명 돌파도 어렵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 2014년 외국인 유학생의 국가별 분포. 중국인 유학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 유학은 '가깝고 싼' 이점이 있다. 중국의 유학 수요가 다변화된다면 한국의 유학생시장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수요를 흡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자료출처 = 교육부, 대학알리미. 

정부 대처가 미적대는 사이 국내 유학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유학생 수요는 미국과 유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구 회장은 “영미권 대학들의 학생 모집이 어려워지자 미국과 영국에서 2010년 전후로 비자 발급 조건을 완화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영미권 유학을 많이 갔고 그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게 한국이다”고 지적했다.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는 정부 부처 간 엇박자다. 전문가들은 유학 경쟁력에서 열세인 우리나라가 유치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의지와 비전을 가지고 정책을 만들고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귀식 한양대 교수(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는 “정책에서 유학생을 긍정적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유치를)추진하는 곳은 교육부 뿐”이라며 “법무부는 유학생을 자꾸 걸러내려 하고, 고용노동부에서는 한국 청년실업도 심각한데 왜 유학생 일자리 마련해야 하느냐는 입장이다. 부처 간 공감대 형성이 전혀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민 교수는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며 “한국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온 유학생들을 이민정책의 포섭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오 국제교류처장도 “출입국 절차에서 간소화와 표준화가 필요하다”며 “중국대사관 교육 참사관들은 국내 출입국관리소에서 요구하는 문서가 수십 가지라고 얘기하고 있다. 출입국관리소마다 요구하는 자료가 일치하지 않아 학생들이 서류준비 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 유학생 낙수 효과 기대는 ‘어불성설’ = 한국의 유학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대의 유학경쟁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실제 대학들은 유치 경쟁력의 최하위에 지방사립대가 위치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유학생의 ‘인(in) 서울’ 쏠림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다. 교육부의 ‘2014년 대학별 외국인 유학생 현황’에 따르면 유학생 유치 상위 톱 10은 모두 서울권 대학이 차지하고 있다. 20위권에서도 부산대, 전남대, 경북대,  등 일부 지역 국립대를 제하면 거의 모두 인 서울대학이다.

교육부는 지방대를 살릴 열쇠로 유학생 유치를 내놨지만 실제로는 지방대 특히 지방 사립대 소외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경오 국제교류처장은 “교육부는 지방대를 살릴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 정책이라면 거꾸로 가고 있다. 수도권 파이는 점점 더 커지고 지방 사립대는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대 한 관계자는 “지방은 사투리를 쓰는데다 서울과 같은 문화혜택이나 인프라가 없다. 유학생들이 서울에 몰리는 경향이 높은 건 그런 부분이 크다. 국립대와 사립대가 또 다르다. 유학생들은 같은 지방이라면 학비가 저렴한 국립대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경북 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이미 입학한 유학생의 유출도 심각하다”며 “편입을 통해 서울로 빠져나가는 유학생이 많다. 지방 사립대는 경쟁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유학생 지역 분포가 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 내 유학생은 2000년 346개 대학‧교육기관에서 2013년 746개 대학‧교육기관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차원의 유학생 지원책을 배경으로 꼽고 있다. 현재까지 약 16만명의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는 일본도 지자체마다 ‘유학생교류 종합추진회의’를 만들어 홈스테이와 취업지원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에 반해 국내 지자체는 유학생지원은커녕 고등교육 예산도 0%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대학의 힘만으로는 유학생 유치가 난망하다고 지적한다.

구자억 회장은 “국가에서 정교한 정책을 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동시에 시도차원의 정책지원이 바로 따라와 줘야 한다”며 “중국과 일본은 지자체에서 유학생을 지원하는 노력을 중앙정부, 대학과  공동으로 하고 있다. 유학생 유치는 절대 대학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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