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본지 논설위원/서강대 교수)

우리나라처럼 온 국민이 교육전문가가 되어 자녀의 대학입시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나라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역대 정부마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대입과 관련한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이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처절하게 노력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입정책에 만족하고 있는 국민은 별로 없다.

과연 바람직한 대입정책의 실마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대입제도는 교육현장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민감한 문제이므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제도개선의 필요성과 방향을 분명히 파악하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대원칙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원론적인 말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것에 이어질 수 있는 두 번째의 원칙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대입제도는 거의 모든 선거의 핵심적인 의제이자 공약 중의 하나였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대입제도도 크게 바뀌는 상황이 이어져왔다. 이러다 보니 대입제도의 변화 자체를 정치적 업적으로 여기며 변화를 위한 변화를 무리하게 추진하기도 했다. 때로는 이전 정권의 정책이 갖는 장점과 합리성이 미처 정착되기도 전에 정권이 바뀌면서 또 다시 대대적인 정책의 변화가 되풀이되기도 했다.

잦은 대입제도의 변화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큰 혼란을 줄 수밖에 없어 자연히 사교육기관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구조적 경직성이 강한 공교육 현장은 새롭게 바뀐 제도에 신속하게 대처하기에는 많은 현실적 제약과 어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경제적 동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교육기관이 빈번한 제도변화에 매우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처함으로써 새로운 입시환경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만 가중시키는 빈번한 대입제도의 변화는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사교육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사회는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대입제도를 실험해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시도하지 않았던 정책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그건 바로 ‘기다림’이다. 현재의 대입정책이 갖는 장점들이 뿌리를 내리고 우리사회의 건강한 자정작용이 문제점을 하나씩 스스로 해결해 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버려야 할 것도 있다. 개발연대의 조급함을 버리고, 내 정권 5년 안에 뭔가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제도와 정책이 조금씩 진화하면서 제 자리를 찾고, 사회구성원들이 그런 점진적인 변화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시간을 기다리자는 것이다.

현재의 대입제도가 완벽한 것일 수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작금의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단번에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대입제도의 개발 또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아니 거의 불가능한 과제임도 알아야 한다.

그러기에 기다림이 더욱 필요하다. 늘 하는 말처럼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오로지 완벽한 제도를 기대하는 우리의 욕심과 조급함만이 있을 뿐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으니, 우리도 조금은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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